지능적 보이스피싱에 18억 뜯겨…“가상화폐 1인 최대피해 추정”

입력 2021.09.04 (08: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가짜 공소장에 “수사 비협조 시 불이익” 엄포까지

제보자 A 씨의 남편은 지난달 초 3백억 원대의 인터넷 쇼핑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모 검찰청 소속 검사라고 밝힌 남성은 “현장에서 OOO 씨의 통장 두 점이 발견됐다”며 “범죄에 사용됐기 때문에 약식으로 비대면 조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당시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남성은 피해자를 교묘하게 협박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듭니다.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특히 사건 내용을 유포하거나 가짜 공소장을 비롯한 서류를 타인과 공유할 경우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또 영상통화를 걸어 가짜 검사실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행동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금융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을 해 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안 때문이라며 미리 설치하게 한 어플리케이션은 금융위원회에 건 전화를 사기범 일당에게 연결시켰습니다.

A 씨는 해당 남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약식으로 비대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요구하면 출석할 수 있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다”며 “실제로 (인터넷에) 쳐보면 검사 이름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3주 동안 메신저를 통해 대화가 이어졌고 이들 일당은 피해자가 범행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압박했습니다.


■ 3주 동안 18억 원 편취...대부분 비트코인으로 빼돌려

이들 일당이 검사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를 사칭해 국고 환수 절차라는 명목으로 3주 동안 뜯어낸 돈은 약 18억 원에 달합니다.

피해자는 이 가운데 15억을 대출받아 한 달 이자만 2천만 원을 내야 할 처지입니다.

이런 사연이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억측이 쏟아졌는데요. ‘15억을 대출받을 정도면 일반인이 아닐 것’, ‘사기범들과 한패일 것’이라는 게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해 온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피해 금액 대부분은 피해자의 주택을 담보로 사금융에서 대출받은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사기범들은 17억 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보내게 했는데, 보이스피싱 가상화폐 피해 사례 가운데 1인 기준으로는 가장 큰 액수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금액 대부분이 비트코인으로 빼돌려진 상태여서 추적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들은 또 피해자의 직장 동료 이름까지 언급하며 속여 공탁금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돈을 입금한 계좌에 다른 피해자들도 수억 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권수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수거책에 대한 동선을 추적하고 있으며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가상화폐의 흐름을 추적하는 등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특성상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면 추적이 쉽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이후 A 씨는 취재진과 만나 “짧은 기간 안에, 반복적으로 비대면 고액 대출이 반복됐지만 단 한 차례도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는데요.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능적 보이스피싱에 18억 뜯겨…“가상화폐 1인 최대피해 추정”
    • 입력 2021-09-04 08:01:22
    취재K

■ 가짜 공소장에 “수사 비협조 시 불이익” 엄포까지

제보자 A 씨의 남편은 지난달 초 3백억 원대의 인터넷 쇼핑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모 검찰청 소속 검사라고 밝힌 남성은 “현장에서 OOO 씨의 통장 두 점이 발견됐다”며 “범죄에 사용됐기 때문에 약식으로 비대면 조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당시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남성은 피해자를 교묘하게 협박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듭니다.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특히 사건 내용을 유포하거나 가짜 공소장을 비롯한 서류를 타인과 공유할 경우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또 영상통화를 걸어 가짜 검사실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행동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금융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직접 확인을 해 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안 때문이라며 미리 설치하게 한 어플리케이션은 금융위원회에 건 전화를 사기범 일당에게 연결시켰습니다.

A 씨는 해당 남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약식으로 비대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요구하면 출석할 수 있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다”며 “실제로 (인터넷에) 쳐보면 검사 이름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3주 동안 메신저를 통해 대화가 이어졌고 이들 일당은 피해자가 범행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압박했습니다.


■ 3주 동안 18억 원 편취...대부분 비트코인으로 빼돌려

이들 일당이 검사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를 사칭해 국고 환수 절차라는 명목으로 3주 동안 뜯어낸 돈은 약 18억 원에 달합니다.

피해자는 이 가운데 15억을 대출받아 한 달 이자만 2천만 원을 내야 할 처지입니다.

이런 사연이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억측이 쏟아졌는데요. ‘15억을 대출받을 정도면 일반인이 아닐 것’, ‘사기범들과 한패일 것’이라는 게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해 온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피해 금액 대부분은 피해자의 주택을 담보로 사금융에서 대출받은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사기범들은 17억 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보내게 했는데, 보이스피싱 가상화폐 피해 사례 가운데 1인 기준으로는 가장 큰 액수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금액 대부분이 비트코인으로 빼돌려진 상태여서 추적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들은 또 피해자의 직장 동료 이름까지 언급하며 속여 공탁금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을 뜯어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돈을 입금한 계좌에 다른 피해자들도 수억 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권수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수거책에 대한 동선을 추적하고 있으며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가상화폐의 흐름을 추적하는 등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특성상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면 추적이 쉽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이후 A 씨는 취재진과 만나 “짧은 기간 안에, 반복적으로 비대면 고액 대출이 반복됐지만 단 한 차례도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는데요.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