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7 대 4, 6 대 3…공영방송 이사회의 비밀

입력 2021.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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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구성원들끼리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여야 성향 이사들 비율입니다. KBS에는 여당 성향 이사가 7명, 야당 성향은 4명, MBC는 6명과 3명입니다. 매번 똑같습니다.

그런데 방송법에는 이렇게 나누라고 정해진 규정이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MBC)하거나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KBS)한다는 문구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의 여야 성향 비율은 20년 정도 이어진 일종의 불문률이 돼왔습니다. 이번에도 제도가 바뀌지 않은 채 KBS와 MBC의 이사회가 구성됐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정치적 후견주의'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정성' 때문입니다. 이사회는 사장을 선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사회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장을 뽑지 않는다면, 방송의 공정함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권의 뜻에 맞는, 특히 과거 선거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했던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에 따른 일정한 역할을 원한다면 이사회가 올바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난 정권 시절 KBS 등 공영방송에선 대통령의 대선 특보나 고문 출신 사장이 들어오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이사나 사장이 내쫓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공영방송의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은 공정성 논란을 겪어왔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자문을 맡고 있는 조수진 장신대 교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자신을 지지해 준 사람에 대한 보은으로 어떤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이를 통해 정치권의 뜻이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비판합니다.

이사 선임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공영방송 이사는 지원자 가운데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이 투표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2명,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는 구조입니다. 3 대 2 구도입니다.


그렇다면 방통위원들은 정파적 이해관계 없이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이번주 방송(5일 밤 10시 35분, KBS 1TV)에선 그 물음을 따라가 봤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취재에 응해주신 분들 가운데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증언은 방송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선 특보, 정당 추천 활동...정치 발언 이사까지

[질문하는 기자들 Q]는 또 이번에 선임된 KBS와 MBC 이사 20명의 이력을 추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에 최초로 이사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면접도 처음 도입됐습니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특보 경력을 가진 이사 3명이 확인됐습니다. KBS 1명, MBC는 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자기 소개서에 특보였다는 사실을 적어놓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또 정당 추천으로 활동했거나 정치적 발언을 해온 이사들도 확인됐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정치 중립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정치권과 상관없다고 부인하지만 암암리에 정파성이 드러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모습을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파헤칩니다.


■여-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뒷전'

암암리에 네편 내편을 구분하다 보니 방송에 등장한 전(前) 이사의 증언처럼 "서로 살아온 인생을 보고 안다"는 비법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면서, 결국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온다는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 방식을 바꿔 정치 중립적인 사장을 선출하자는 얘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과거 여당과 야당이 입을 모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되어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뒤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취재에 응한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입법으로 최종 결실을 맺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한다"는 글을 전해왔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8개 정도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추천을 명시하고, 여-야와 중립지대 이사 비율을 조정한다거나 아예 시민들이 이사를 뽑자는 등 다양한 안이 나와 있지만 정해진 건 아직 없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정치적 후견주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5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 <질문하는 기자들 Q> 1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홍석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본방'을 놓치셨다면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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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7 대 4, 6 대 3…공영방송 이사회의 비밀
    • 입력 2021-09-04 10:00:42
    취재K

공영방송 구성원들끼리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여야 성향 이사들 비율입니다. KBS에는 여당 성향 이사가 7명, 야당 성향은 4명, MBC는 6명과 3명입니다. 매번 똑같습니다.

그런데 방송법에는 이렇게 나누라고 정해진 규정이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MBC)하거나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KBS)한다는 문구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의 여야 성향 비율은 20년 정도 이어진 일종의 불문률이 돼왔습니다. 이번에도 제도가 바뀌지 않은 채 KBS와 MBC의 이사회가 구성됐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정치적 후견주의'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정성' 때문입니다. 이사회는 사장을 선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사회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장을 뽑지 않는다면, 방송의 공정함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권의 뜻에 맞는, 특히 과거 선거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했던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에 따른 일정한 역할을 원한다면 이사회가 올바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난 정권 시절 KBS 등 공영방송에선 대통령의 대선 특보나 고문 출신 사장이 들어오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이사나 사장이 내쫓기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공영방송의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은 공정성 논란을 겪어왔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자문을 맡고 있는 조수진 장신대 교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자신을 지지해 준 사람에 대한 보은으로 어떤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이를 통해 정치권의 뜻이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비판합니다.

이사 선임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공영방송 이사는 지원자 가운데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이 투표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2명,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는 구조입니다. 3 대 2 구도입니다.


그렇다면 방통위원들은 정파적 이해관계 없이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의 이번주 방송(5일 밤 10시 35분, KBS 1TV)에선 그 물음을 따라가 봤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취재에 응해주신 분들 가운데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증언은 방송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선 특보, 정당 추천 활동...정치 발언 이사까지

[질문하는 기자들 Q]는 또 이번에 선임된 KBS와 MBC 이사 20명의 이력을 추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에 최초로 이사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면접도 처음 도입됐습니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특보 경력을 가진 이사 3명이 확인됐습니다. KBS 1명, MBC는 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자기 소개서에 특보였다는 사실을 적어놓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또 정당 추천으로 활동했거나 정치적 발언을 해온 이사들도 확인됐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정치 중립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정치권과 상관없다고 부인하지만 암암리에 정파성이 드러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모습을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파헤칩니다.


■여-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뒷전'

암암리에 네편 내편을 구분하다 보니 방송에 등장한 전(前) 이사의 증언처럼 "서로 살아온 인생을 보고 안다"는 비법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면서, 결국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온다는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 방식을 바꿔 정치 중립적인 사장을 선출하자는 얘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과거 여당과 야당이 입을 모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되어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뒤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취재에 응한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입법으로 최종 결실을 맺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한다"는 글을 전해왔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8개 정도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추천을 명시하고, 여-야와 중립지대 이사 비율을 조정한다거나 아예 시민들이 이사를 뽑자는 등 다양한 안이 나와 있지만 정해진 건 아직 없습니다.

공영방송 이사와 '정치적 후견주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5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 <질문하는 기자들 Q> 1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홍석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본방'을 놓치셨다면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
▲ 유튜브 계정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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