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과 작가 작품 전시한 미술관 “예술은 별개”…논란일자 철수

입력 2021.09.07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 전경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도립미술관이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가 뒤늦게 철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작가는 유명 사진작가 배 모 씨로, 지난 2018년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 받은 후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기획전으로 지난 6월부터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를 진행해 왔는데
이 전시회에는 가족과 소나무, 백자, 대나무 4개 영역으로 구분해 유화와 수묵화, 사진, 영상 등 71점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문제는 기획전 전시 작품 가운데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작가 배 씨의 ‘만남과 헤어짐’이란 작품이 소나무 부문에 전시가 되고 있다는 것.

배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1981년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로 부임해 2015년 정년퇴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배 씨는 공식 사과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제주도청 신문고에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는 민원 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민원인은 신문고 글을 통해 “현재 전시 중인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에는 성폭력 가해자인 사진가의 작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다”며, “성평등정책관이 존재하고 여성들이 존중받는 섬인 제주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민원인의 글에 따르면,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앞서 이러한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황당한 해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원인은 “더 기가 막힌 것은 미술관에 전화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한 관계자가 해당 작가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예술과 개인을 별개로 보아 예술작품의 가치를 봐서 전시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며, “예술가는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저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며, 위계에 의한 폭력적인 관계 맺음이 아무런 제재 없이 허용되는 존재가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일단 해당 작가의 작품을 전시에서 뺐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민원 접수 이후 미술관 내부 회의를 통해 해당 작가의 작품을 철수하기로 했다”며, “전화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제주도립미술관이 해당 작가의 성추행 논란 사실을 알고도 전시를 강행한 점은 매우 적절치 않은 결정”이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작품 선정 과정에서부터 보다 열린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성추행’ 사과 작가 작품 전시한 미술관 “예술은 별개”…논란일자 철수
    • 입력 2021-09-07 07:00:14
    취재K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도립미술관이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가 뒤늦게 철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작가는 유명 사진작가 배 모 씨로, 지난 2018년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 받은 후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기획전으로 지난 6월부터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를 진행해 왔는데
이 전시회에는 가족과 소나무, 백자, 대나무 4개 영역으로 구분해 유화와 수묵화, 사진, 영상 등 71점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문제는 기획전 전시 작품 가운데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작가 배 씨의 ‘만남과 헤어짐’이란 작품이 소나무 부문에 전시가 되고 있다는 것.

배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1981년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로 부임해 2015년 정년퇴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배 씨는 공식 사과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제주도청 신문고에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는 민원 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민원인은 신문고 글을 통해 “현재 전시 중인 <예술가의 사물을 표현하는 형식 관찰기>에는 성폭력 가해자인 사진가의 작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다”며, “성평등정책관이 존재하고 여성들이 존중받는 섬인 제주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민원인의 글에 따르면,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앞서 이러한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황당한 해명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원인은 “더 기가 막힌 것은 미술관에 전화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한 관계자가 해당 작가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예술과 개인을 별개로 보아 예술작품의 가치를 봐서 전시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며, “예술가는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저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며, 위계에 의한 폭력적인 관계 맺음이 아무런 제재 없이 허용되는 존재가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일단 해당 작가의 작품을 전시에서 뺐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민원 접수 이후 미술관 내부 회의를 통해 해당 작가의 작품을 철수하기로 했다”며, “전화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제주도립미술관이 해당 작가의 성추행 논란 사실을 알고도 전시를 강행한 점은 매우 적절치 않은 결정”이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작품 선정 과정에서부터 보다 열린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