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누벨 바그’ 아이콘 장 폴 벨몽도 영원히 잠들다

입력 2021.09.07 (08:27) 수정 2021.09.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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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벨몽도(1933~2021)_Reuters장 폴 벨몽도(1933~2021)_Reuters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장 폴 벨몽도가 지난 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3년생인 그는 88세를 일기로 파리 자택에서 영면했습니다.

1950년대 말,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에 도전장을 던진 젊은 영화인들은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새로이 등장한 프랑스 영화계의 흐름을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라고 불렀는데 장 폴 벨몽도는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배우였습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1960)촬영 장면. 장 폴 벨몽도가 미국 여자배우 잔 세버그와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모습을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뒤따르며 찍고 있다 _AFP영화 ‘네 멋대로 해라’ (1960)촬영 장면. 장 폴 벨몽도가 미국 여자배우 잔 세버그와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모습을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뒤따르며 찍고 있다 _AFP

그는 1960년 누벨 바그의 기수로 불리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À bout de souffle, 영어 제목 Breathless)의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자동차를 훔쳤다가 자신을 추적하는 경찰관을 살해하고 미국인 여자친구와 함께 파리에 몸을 숨기는 청년을 연기하며 단숨에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가 보여준 소외된 젊은이의 모습은 당시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는 세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했습니다.

ReutersReuters

사실 그는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었습니다. 아마추어 권투 선수 출신으로 약간 주저앉은 매부리코에 두툼한 입술 등 다소 후줄근한 인상이었지만 대조적으로 창백한 피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오히려 반항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습니다.

거칠고 반항적인 인물을 연기해 명성을 쌓은 그는 미국 배우인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인 험프리 보가트,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등과 자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장 폴 벨몽도는 스턴트맨 대역 없이 액션 영화를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_Reuters장 폴 벨몽도는 스턴트맨 대역 없이 액션 영화를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_Reuters

그의 연기 경력은 누벨 바그로 대표되는 예술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60년간 약 90편의 영화에 출연해 경찰, 도둑, 신부, 비밀 요원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습니다. 다만 그는 영어를 하지 못해 할리우드에는 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68세이던 2001년엔 뇌졸중으로 쓰러져 영화계를 떠나나 했지만 2008년,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충성스러운 강아지와 집이 없는 나이든 신사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와 그의 개'(Un homme et son chien)라는 영화로 복귀하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6년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 장 폴 벨몽도는 평생공로상을 받았다_AFP2016년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 장 폴 벨몽도는 평생공로상을 받았다_AFP

그는 평생 영화계에 헌신한 공로로 2009년 LA비평가협회상에서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엔 베니스영화제에서 역시 공로상인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전위 영화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주류 대중 영화로 방향을 튼 경력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두 종류의 역할 모두가 재미있었습니다. 둘 다 좋죠. 하루 웃으면 다음 날 울기 마련이죠. 세상이 그렇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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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07 08:27:04
    • 수정2021-09-0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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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벨몽도(1933~2021)_Reuters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장 폴 벨몽도가 지난 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3년생인 그는 88세를 일기로 파리 자택에서 영면했습니다.

1950년대 말,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에 도전장을 던진 젊은 영화인들은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새로이 등장한 프랑스 영화계의 흐름을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새로운 물결)라고 불렀는데 장 폴 벨몽도는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배우였습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1960)촬영 장면. 장 폴 벨몽도가 미국 여자배우 잔 세버그와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모습을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뒤따르며 찍고 있다 _AFP
그는 1960년 누벨 바그의 기수로 불리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À bout de souffle, 영어 제목 Breathless)의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자동차를 훔쳤다가 자신을 추적하는 경찰관을 살해하고 미국인 여자친구와 함께 파리에 몸을 숨기는 청년을 연기하며 단숨에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그가 보여준 소외된 젊은이의 모습은 당시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거부하는 세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했습니다.

Reuters
사실 그는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었습니다. 아마추어 권투 선수 출신으로 약간 주저앉은 매부리코에 두툼한 입술 등 다소 후줄근한 인상이었지만 대조적으로 창백한 피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오히려 반항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습니다.

거칠고 반항적인 인물을 연기해 명성을 쌓은 그는 미국 배우인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인 험프리 보가트, 말론 브랜도, 제임스 딘 등과 자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장 폴 벨몽도는 스턴트맨 대역 없이 액션 영화를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_Reuters
그의 연기 경력은 누벨 바그로 대표되는 예술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60년간 약 90편의 영화에 출연해 경찰, 도둑, 신부, 비밀 요원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습니다. 다만 그는 영어를 하지 못해 할리우드에는 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68세이던 2001년엔 뇌졸중으로 쓰러져 영화계를 떠나나 했지만 2008년,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충성스러운 강아지와 집이 없는 나이든 신사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와 그의 개'(Un homme et son chien)라는 영화로 복귀하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6년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시상식. 장 폴 벨몽도는 평생공로상을 받았다_AFP
그는 평생 영화계에 헌신한 공로로 2009년 LA비평가협회상에서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엔 베니스영화제에서 역시 공로상인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전위 영화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주류 대중 영화로 방향을 튼 경력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두 종류의 역할 모두가 재미있었습니다. 둘 다 좋죠. 하루 웃으면 다음 날 울기 마련이죠. 세상이 그렇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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