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호주에서 태국까지…‘방역 포기’라고 쓰고, ‘위드 코로나’라고 읽는다

입력 2021.09.07 (14:24) 수정 2021.09.07 (14: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태국의 한 지하철역이 거대한 백신 접종 공간으로 변했다(AP).  구호물품을 위해 줄을 선 자카르타 시민들(AP). 인적이 드문 호주 멜버른의 파인더스트리트. 호주는 확진자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지만,  도시봉쇄 해제를 검토 중이다(로이터).태국의 한 지하철역이 거대한 백신 접종 공간으로 변했다(AP). 구호물품을 위해 줄을 선 자카르타 시민들(AP). 인적이 드문 호주 멜버른의 파인더스트리트. 호주는 확진자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지만, 도시봉쇄 해제를 검토 중이다(로이터).

싱가포르, 덴마크, 이스라엘...

백신 접종이 마무리 단계고 치명률도 0.1%에 근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시대(with covid)를 선포하고, 방역 규제를 하나둘씩 풀고 있다.

그런데 확산세가 무서운 나라들, 심지어 백신접종률이 턱없이 낮은 나라들도 하나둘 방역 규제를 풀거나 방역의 끈을 느슨하게 할 태세다.

오랜 봉쇄로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친다.


호주 멜버른은 지난해부터 무려 200일 이상 (필수 출근자외) 외출이 금지됐다. 이쯤에서 봉쇄를 풀자는 여론이 60%나 된다. 기왕에 풀 규제 한 두달 먼저 풀자며 '위드 코로나'를 선택하는 나라들이 늘어난다.



1. 호주

확산세가 잡히질 않는다. 9월들어 하루 확진자가 1,500여 명을 넘어섰다. 주로 시드니 등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 번진다.


7월부터 도시는 봉쇄됐다. 주에서 주로의 이동이 금지됐고, 외출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지금 호주 국민 2명 중 1명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최근 스캇 모리슨 총리는 영화 한 편을 봤다. 크루드(The croods). 동굴을 벗어나 세상으로 떠나는 선사시대 가족 이야기다. 스캇 총리는 "그들이 동굴을 빠져나오듯, 우리도 이제 동굴을 빠져나갈 시간"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봉쇄 대신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SW주는 대규모 추적조사를 줄이고, '야외 운동 1시간' 규제를 풀기로 했다.



호주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이후 급증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 도시봉쇄 속에 여론이 규제완화로 기울자 정부는 출구전략을 준비 중이다.호주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이후 급증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 도시봉쇄 속에 여론이 규제완화로 기울자 정부는 출구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유는 많다. 일단 백신접종률이 높아졌다. NSW주는 이미 주민의 72%가 1차 접종을 마쳤다(현재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 173명 중 백신 미접종자가 137명이다. 1차접종자가 29명, 2차접종자는 7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기저질환자들이다)

게다가 '코로나 0'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빠르면 1차 접종률이 80%를 넘는 10월에 도시 봉쇄를 전격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퀸즈랜드나 태즈매니아주처럼 확진자가 거의 없는 주는 '주간 이동 금지'의 해제를 여전히 강력 반대하고 있다.



2.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코로나 청정국을 원한다. 지난 4월에는 '코로나 제로'를 선포하며 전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재신더 아던 총리의 인기가 치솟았다.


그런데 8월 17일, 확진자 1명이 나왔다. 정부는 다시 학교, 사무실, 공장의 문을 닫았다. 또 도시봉쇄다.

그래도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 청정국'은 어리석은 희망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더 타임즈는 "신비한 사회주의 은둔국가"라고, 텔레그래프는 "고립된 디스토피아"라고 꼬집었다.

재신더 총리는 "누구도 영원히 도시를 봉쇄하고 싶지 않다. 정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라며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이제 도시 봉쇄로 변이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지독한 도시 봉쇄를 하고 있는 호찌민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수도 웰링턴에서 도시 봉쇄령의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지난달 26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수도 웰링턴에서 도시 봉쇄령의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


3. 베트남

역대급 도시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도시 호찌민은 식료품 구입을 위한 외출도 금지됐다. 식료품 배달에 공무원이나 군이 동원된다.


외출 금지 2주째. 교민들의 카톡방에는 "쌀이랑 달걀 주문했는데 사흘만에 받았어요!". "이번 추석에는 배달음식으로라도 명절 느낌을 내보려 했는데..."라는 글이 올라온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동안 베트남에서는 하루 평균 342명이 죽었다(자료 존스홉킨스).


외출 금지령이 9월말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카톡방엔 "쌀이 떨어지는데..."라는 글이 올라왔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완전히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에 맞춰서 적응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누가 봐도 출구전략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출을 막으면 출근할 수 없다. 제조업 국가로 변신중인 베트남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비교적 확산세가 덜 한 북부 하노이의 하노이 산업단지의 기업 3,600곳 중 1,077개 기업, 불과 33%만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해 6.5%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수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호찌민은 식료품 구입을 목적으로 한 외출까지 금지됐다.  호찌민 한 대형 아파트단지의 교민 카톡방.  외출 금지가 2주이상 계속 되면서 미리 주문을 해도 식료품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글이 이어진다.호찌민은 식료품 구입을 목적으로 한 외출까지 금지됐다. 호찌민 한 대형 아파트단지의 교민 카톡방. 외출 금지가 2주이상 계속 되면서 미리 주문을 해도 식료품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글이 이어진다.


4. 태국

하루 2만 명을 넘던 확진자 수가 다시 1만5천명 대로 내려왔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백화점과 식당문을 다시 열었다. 조만간 밤 9시 이후 통행금지도 해제할 분위기다.

태국에선 여전히 하루 200명 가까이 죽는다. 태국은 그래도 문을 열어야 사는 나라다. 푸껫 샌드박스(백신을 2번 접종한 외국인은 무격리 입국)에 이어, 10월 10월에는 파타야가 외국인들에게 문을 연다.


주민 80%가 백신을 1번 이상 맞은 푸껫에선, 지난 8월 30일 하루에만 256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문을 열어야 한다. 그야말로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다. 태국은 관광산업이 GDP의 20%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19년에는 중국인 4천만 명이 태국을 찾았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주말마다 열리는 반정부 시위가 점점 거세진다.

태국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시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한 여대생이 밧줄에 묶여 나락에 빠진 시민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시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여대생은 무사히 귀가했다). 현수막에 180만 학생들이 학교를 못 가고 있다는   반정부 구호가 적혀 있다. (9월 5일 방콕 아속역, 사진 트위터)태국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시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한 여대생이 밧줄에 묶여 나락에 빠진 시민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시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여대생은 무사히 귀가했다). 현수막에 180만 학생들이 학교를 못 가고 있다는 반정부 구호가 적혀 있다. (9월 5일 방콕 아속역, 사진 트위터)


'생명과 일상의 균형'


싱가포르나 덴마크가 때가 돼서 '위드 코로나'를 선택했다면, 이들 나라들은 불가피하게 위드 코로나로 기울고 있다.

사실은 '방역 전선의 후퇴'지만, '점진적 규제 완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스웨덴의 집단 면역 시도가 참담한 실패로 끝났듯이, 이들 국가의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역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장관은 '생명과 일상의 균형을 맞춰가며 방역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일부 국가는 균형을 맞출 여력이 없다. '어쩔수 없이' 문을 여는 분위기다.


매일 300명 가까이 죽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8월 14일부터 규제를 풀고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 식당 안 식사를 허용했다. 확산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스포츠와 관광도 허용된다.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다. 오랜 봉쇄에 지친 시민들이 생명보다 자유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언젠가 동굴을 떠나야 한다면 한두달 먼저 떠나면 어떠랴. 하지만 동굴을 떠나는 용기만으로 자유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은 서둘러 자유를 선택했는데, 수많은 생명을 그 기회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하루 100명 가까이 코로나로 죽고 있다. 미국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560명이 숨졌다(자료 존스 홉킨스, 아워 월드인 데이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호주에서 태국까지…‘방역 포기’라고 쓰고, ‘위드 코로나’라고 읽는다
    • 입력 2021-09-07 14:24:41
    • 수정2021-09-07 14:27:26
    특파원 리포트
태국의 한 지하철역이 거대한 백신 접종 공간으로 변했다(AP).  구호물품을 위해 줄을 선 자카르타 시민들(AP). 인적이 드문 호주 멜버른의 파인더스트리트. 호주는 확진자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지만,  도시봉쇄 해제를 검토 중이다(로이터).
싱가포르, 덴마크, 이스라엘...

백신 접종이 마무리 단계고 치명률도 0.1%에 근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시대(with covid)를 선포하고, 방역 규제를 하나둘씩 풀고 있다.

그런데 확산세가 무서운 나라들, 심지어 백신접종률이 턱없이 낮은 나라들도 하나둘 방역 규제를 풀거나 방역의 끈을 느슨하게 할 태세다.

오랜 봉쇄로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친다.


호주 멜버른은 지난해부터 무려 200일 이상 (필수 출근자외) 외출이 금지됐다. 이쯤에서 봉쇄를 풀자는 여론이 60%나 된다. 기왕에 풀 규제 한 두달 먼저 풀자며 '위드 코로나'를 선택하는 나라들이 늘어난다.



1. 호주

확산세가 잡히질 않는다. 9월들어 하루 확진자가 1,500여 명을 넘어섰다. 주로 시드니 등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 번진다.


7월부터 도시는 봉쇄됐다. 주에서 주로의 이동이 금지됐고, 외출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지금 호주 국민 2명 중 1명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

최근 스캇 모리슨 총리는 영화 한 편을 봤다. 크루드(The croods). 동굴을 벗어나 세상으로 떠나는 선사시대 가족 이야기다. 스캇 총리는 "그들이 동굴을 빠져나오듯, 우리도 이제 동굴을 빠져나갈 시간"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봉쇄 대신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SW주는 대규모 추적조사를 줄이고, '야외 운동 1시간' 규제를 풀기로 했다.



호주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이후 급증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 도시봉쇄 속에 여론이 규제완화로 기울자 정부는 출구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유는 많다. 일단 백신접종률이 높아졌다. NSW주는 이미 주민의 72%가 1차 접종을 마쳤다(현재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 173명 중 백신 미접종자가 137명이다. 1차접종자가 29명, 2차접종자는 7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기저질환자들이다)

게다가 '코로나 0'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빠르면 1차 접종률이 80%를 넘는 10월에 도시 봉쇄를 전격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퀸즈랜드나 태즈매니아주처럼 확진자가 거의 없는 주는 '주간 이동 금지'의 해제를 여전히 강력 반대하고 있다.



2.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코로나 청정국을 원한다. 지난 4월에는 '코로나 제로'를 선포하며 전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재신더 아던 총리의 인기가 치솟았다.


그런데 8월 17일, 확진자 1명이 나왔다. 정부는 다시 학교, 사무실, 공장의 문을 닫았다. 또 도시봉쇄다.

그래도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 청정국'은 어리석은 희망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더 타임즈는 "신비한 사회주의 은둔국가"라고, 텔레그래프는 "고립된 디스토피아"라고 꼬집었다.

재신더 총리는 "누구도 영원히 도시를 봉쇄하고 싶지 않다. 정부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라며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이제 도시 봉쇄로 변이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지독한 도시 봉쇄를 하고 있는 호찌민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수도 웰링턴에서 도시 봉쇄령의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


3. 베트남

역대급 도시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도시 호찌민은 식료품 구입을 위한 외출도 금지됐다. 식료품 배달에 공무원이나 군이 동원된다.


외출 금지 2주째. 교민들의 카톡방에는 "쌀이랑 달걀 주문했는데 사흘만에 받았어요!". "이번 추석에는 배달음식으로라도 명절 느낌을 내보려 했는데..."라는 글이 올라온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줄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동안 베트남에서는 하루 평균 342명이 죽었다(자료 존스홉킨스).


외출 금지령이 9월말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자 카톡방엔 "쌀이 떨어지는데..."라는 글이 올라왔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완전히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에 맞춰서 적응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누가 봐도 출구전략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출을 막으면 출근할 수 없다. 제조업 국가로 변신중인 베트남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비교적 확산세가 덜 한 북부 하노이의 하노이 산업단지의 기업 3,600곳 중 1,077개 기업, 불과 33%만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해 6.5%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수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호찌민은 식료품 구입을 목적으로 한 외출까지 금지됐다.  호찌민 한 대형 아파트단지의 교민 카톡방.  외출 금지가 2주이상 계속 되면서 미리 주문을 해도 식료품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글이 이어진다.


4. 태국

하루 2만 명을 넘던 확진자 수가 다시 1만5천명 대로 내려왔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백화점과 식당문을 다시 열었다. 조만간 밤 9시 이후 통행금지도 해제할 분위기다.

태국에선 여전히 하루 200명 가까이 죽는다. 태국은 그래도 문을 열어야 사는 나라다. 푸껫 샌드박스(백신을 2번 접종한 외국인은 무격리 입국)에 이어, 10월 10월에는 파타야가 외국인들에게 문을 연다.


주민 80%가 백신을 1번 이상 맞은 푸껫에선, 지난 8월 30일 하루에만 256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문을 열어야 한다. 그야말로 어쩔수 없이 '위드 코로나'다. 태국은 관광산업이 GDP의 20%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19년에는 중국인 4천만 명이 태국을 찾았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주말마다 열리는 반정부 시위가 점점 거세진다.

태국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 시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한 여대생이 밧줄에 묶여 나락에 빠진 시민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시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여대생은 무사히 귀가했다). 현수막에 180만 학생들이 학교를 못 가고 있다는   반정부 구호가 적혀 있다. (9월 5일 방콕 아속역, 사진 트위터)


'생명과 일상의 균형'


싱가포르나 덴마크가 때가 돼서 '위드 코로나'를 선택했다면, 이들 나라들은 불가피하게 위드 코로나로 기울고 있다.

사실은 '방역 전선의 후퇴'지만, '점진적 규제 완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스웨덴의 집단 면역 시도가 참담한 실패로 끝났듯이, 이들 국가의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역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옹 예 쿵 싱가포르 보건부장관은 '생명과 일상의 균형을 맞춰가며 방역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일부 국가는 균형을 맞출 여력이 없다. '어쩔수 없이' 문을 여는 분위기다.


매일 300명 가까이 죽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8월 14일부터 규제를 풀고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 식당 안 식사를 허용했다. 확산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스포츠와 관광도 허용된다.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다. 오랜 봉쇄에 지친 시민들이 생명보다 자유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언젠가 동굴을 떠나야 한다면 한두달 먼저 떠나면 어떠랴. 하지만 동굴을 떠나는 용기만으로 자유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은 서둘러 자유를 선택했는데, 수많은 생명을 그 기회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영국은 여전히 하루 100명 가까이 코로나로 죽고 있다. 미국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1,560명이 숨졌다(자료 존스 홉킨스, 아워 월드인 데이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