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블랙박스’ 때문에 벌금형 받은 트럭기사…항소심에서 무죄 왜?

입력 2021.09.0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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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서 운전을 하다가 주변 차량이 차선을 급하게 변경해 당황한 경우,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결국엔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한 증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급변경해 4중 연쇄 추돌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트럭 운전자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1심 판결이 뒤집힌 이유,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2019년 4월 11일 오후 8시 20분 쯤, 서울 강동구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3차로를 달리던 12.5톤 트럭 운전자 A 씨는 4차로 진입을 위해 우측 지시방향등을 켜고 차선을 넘어가다가 다시 3차로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4차로에서는 트럭보다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가 있었습니다. 이 모닝 승용차는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빠르게 트럭 앞을 가로질러 나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모닝 승용차가 갑자기 1,2차로에 있던 레이스파크까지 잇따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총 4명이 부상을 입어 전치 2∼4주 진단을 받게 됩니다. 또, 모닝과 스파크는 각각 40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나왔고 레이는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일단 트럭을 가해 차량으로 보고 A씨를 입건했습니다. 이 ‘4중 연쇄 추돌 사고’의 최초 원인을 60대 운전기사 A 씨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차로를 급히 변경하려다 트럭 오른쪽 앞부분으로 모닝 왼쪽 뒷부분을 충격해 사고가 났다고 경찰은 판단했던거죠.

결국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모닝을 충격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쳤을 뿐 도주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스파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트럭이 모닝을 충격한 것으로 보이고, A 씨는 사고 발생 사실을 알면서 적절한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벌금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달 12일 원심을 깨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만으로는 트럭의 모닝 충격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모닝 뒷부분에 파손 흔적이 보이지 않으며, 4차로에서 1차로로 이동할 때 궤적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렸기 때문에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고 볼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 씨가 4차로로 진입했다가 다시 3차로로 변경한 건 모닝을 충격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도로교통공단도 의정부지법과 유사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트럭 오른쪽 앞 범퍼 모서리에 있는 스크래치가 이 사고로 생겼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1차 피해 차량으로 지목된 모닝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1차 피해 차량으로 특정된 모닝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삭제된 것은 일반적인 피해 차량의 대응 모습으로는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트럭이 모닝을 충격했거나 A 씨가 충격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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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블랙박스’ 때문에 벌금형 받은 트럭기사…항소심에서 무죄 왜?
    • 입력 2021-09-08 06:03:21
    취재후·사건후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하다가 주변 차량이 차선을 급하게 변경해 당황한 경우, 한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결국엔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한 증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급변경해 4중 연쇄 추돌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트럭 운전자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1심 판결이 뒤집힌 이유,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2019년 4월 11일 오후 8시 20분 쯤, 서울 강동구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3차로를 달리던 12.5톤 트럭 운전자 A 씨는 4차로 진입을 위해 우측 지시방향등을 켜고 차선을 넘어가다가 다시 3차로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4차로에서는 트럭보다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가 있었습니다. 이 모닝 승용차는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빠르게 트럭 앞을 가로질러 나갔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모닝 승용차가 갑자기 1,2차로에 있던 레이스파크까지 잇따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총 4명이 부상을 입어 전치 2∼4주 진단을 받게 됩니다. 또, 모닝과 스파크는 각각 400만원이 넘는 수리비가 나왔고 레이는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일단 트럭을 가해 차량으로 보고 A씨를 입건했습니다. 이 ‘4중 연쇄 추돌 사고’의 최초 원인을 60대 운전기사 A 씨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차로를 급히 변경하려다 트럭 오른쪽 앞부분으로 모닝 왼쪽 뒷부분을 충격해 사고가 났다고 경찰은 판단했던거죠.

결국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모닝을 충격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쳤을 뿐 도주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1심 재판부는 “스파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트럭이 모닝을 충격한 것으로 보이고, A 씨는 사고 발생 사실을 알면서 적절한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벌금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달 12일 원심을 깨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만으로는 트럭의 모닝 충격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모닝 뒷부분에 파손 흔적이 보이지 않으며, 4차로에서 1차로로 이동할 때 궤적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렸기 때문에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고 볼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 씨가 4차로로 진입했다가 다시 3차로로 변경한 건 모닝을 충격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도로교통공단도 의정부지법과 유사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트럭 오른쪽 앞 범퍼 모서리에 있는 스크래치가 이 사고로 생겼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1차 피해 차량으로 지목된 모닝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1차 피해 차량으로 특정된 모닝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삭제된 것은 일반적인 피해 차량의 대응 모습으로는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트럭이 모닝을 충격했거나 A 씨가 충격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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