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국 대표 사진작가, 중국에서 전시회…대중문화 교류는 지지부진

입력 2021.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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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전시 중인 구본창(왼쪽)과 고 김태정의 작품베이징에서 전시 중인 구본창(왼쪽)과 고 김태정의 작품

9월 들어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의미있는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드 갈등과 코로나19 여파로 양국 문화 교류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더욱 시선을 끕니다.


■ 베이징 예술 구역에서 구본창 작가 사진 전시회

9월 4일 시작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 전시회가 대표적입니다. 1세대 유학파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구본창 작가의 작품 80여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를 재조명한 '백자' 시리즈는 물론, '황금', '숨', '내부' 시리즈 등 1990년 이후 작가의 작품 궤적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베이징에서 전시중인 구본창 작가의 ‘숨’ 시리즈 (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에서 전시중인 구본창 작가의 ‘숨’ 시리즈 (사진 조성원 기자)

사드 갈등 이후 한국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그룹전이 아닌 개인전 차원으로 중국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전시 장소가 베이징 예술 구역인 차오창디의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인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중국 사진 작가들도 선망하는 곳입니다. 중국의 유명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건축에 참여한 곳이기도 합니다.

‘구본창 전시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삼영당촬영예술센터와 전시 홍보물. 삼영당촬영예술센터는 서구 큐레이터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 미술관이다. (사진 조성원 기자)‘구본창 전시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삼영당촬영예술센터와 전시 홍보물. 삼영당촬영예술센터는 서구 큐레이터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 미술관이다. (사진 조성원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의 치옌 부관장은 "그동안 한국 사진작가 그룹전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구본창 전시회를 기획했다"면서 "중국인들이 구 작가의 표현 기술은 물론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구본창 작가의 '백자' 시리즈에 대해 "백자라는 소재가 중국인들에게 친숙하기도 하지만 자연미를 살린 점이 특히 사랑받는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구본창 작가의 ‘백자’ 시리즈를 설명 중인 베이징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의 치옌 부관장 (사진 조성원 기자)구본창 작가의 ‘백자’ 시리즈를 설명 중인 베이징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의 치옌 부관장 (사진 조성원 기자)

구본창 작가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한중 인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시회 등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갖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사진작가 활동은 물론 과거 큐레이터로서 중국 사진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한 인연도 이번 전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베이징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구본창 전시회>에도 관여한 김동욱 사진작가는 "사드 갈등 이후 한중 문화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분야에서 의미있는 전시회를 열게돼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구본창 전시회는 11월까지 계속되고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중국 샤먼에서 순회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 화가 공동전시전 〈시대상상〉 (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 화가 공동전시전 〈시대상상〉 (사진 조성원 기자)

한중 화가의 공동 전시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시대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김태정 작가와 중국 지쯔 작가의 그림을 전시합니다. 두 작가 모두 고인입니다. 주중 한국문화원 전시장에서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열립니다.



■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는 한중 화가 공동 전시회

김태정 선생(1938-2019)은 서예가이자 유화 화가로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원초적 심성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생전에 중국 예술계와 활발히 교류했습니다.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김태정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김태정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

중국 지쯔 선생(1941-2015)은 유화와 판화 등을 공부했지만 수묵 산수화에 천착했습니다. 두 작가 모두 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쯔의 아들인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왕지춘 부관장과 김태정의 작품을 보유한 '갤러리미' 이란영 대표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한중 예술가의 작품이 다음 세대의 인연으로 만나 한중 문화 교류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지쯔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지쯔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

주중 한국문화원의 박초롱 전시팀장은 "앞으로도 주목할만한 한국 작가의 미술품을 중국에 소개하고, 한중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교류전도 꾸준히 기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중, 순수예술 교류는 명맥 이어가지만 대중문화 교류는 답보

이처럼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한중 문화 교류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급력이 큰 대중 문화 분야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와 영화, 게임 등 무엇 하나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한중 두 나라가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정하고 올해 초 양국 정상도 그 의미를 재확인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한한령'은 여전한 현실입니다. 사드 갈등은 중국 측이 한국 대중 문화를 규제하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그릇된 팬덤'을 단속한다며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0개 넘는 한국 연예인들의 팬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멤버들, 아이유 등 한국의 정상급 연예인들이 포함돼 그 파장은 확산 일로입니다.

중국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4월 중국 샤먼에서 만난 정의용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문화 교류의 해’ 추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올해 4월 중국 샤먼에서 만난 정의용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문화 교류의 해’ 추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을 명확히 하고 시행 의지를 밝힌 계기는 지난 해 11월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외교부장 간 회담이었습니다.


올들어 지난 4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부장의 회담에서도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을 재확인했습니다.

왕이 부장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합니다. 다시 만난 한중 당국자는 이번에는 뭐라고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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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한국 대표 사진작가, 중국에서 전시회…대중문화 교류는 지지부진
    • 입력 2021-09-08 07:00:20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에서 전시 중인 구본창(왼쪽)과 고 김태정의 작품
9월 들어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의미있는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드 갈등과 코로나19 여파로 양국 문화 교류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더욱 시선을 끕니다.


■ 베이징 예술 구역에서 구본창 작가 사진 전시회

9월 4일 시작한 구본창 작가의 사진 전시회가 대표적입니다. 1세대 유학파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구본창 작가의 작품 80여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를 재조명한 '백자' 시리즈는 물론, '황금', '숨', '내부' 시리즈 등 1990년 이후 작가의 작품 궤적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베이징에서 전시중인 구본창 작가의 ‘숨’ 시리즈 (사진 조성원 기자)
사드 갈등 이후 한국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그룹전이 아닌 개인전 차원으로 중국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전시 장소가 베이징 예술 구역인 차오창디의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인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중국 사진 작가들도 선망하는 곳입니다. 중국의 유명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건축에 참여한 곳이기도 합니다.

‘구본창 전시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삼영당촬영예술센터와 전시 홍보물. 삼영당촬영예술센터는 서구 큐레이터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 미술관이다. (사진 조성원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의 치옌 부관장은 "그동안 한국 사진작가 그룹전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구본창 전시회를 기획했다"면서 "중국인들이 구 작가의 표현 기술은 물론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구본창 작가의 '백자' 시리즈에 대해 "백자라는 소재가 중국인들에게 친숙하기도 하지만 자연미를 살린 점이 특히 사랑받는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구본창 작가의 ‘백자’ 시리즈를 설명 중인 베이징 삼영당촬영예술센터의 치옌 부관장 (사진 조성원 기자)
구본창 작가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한중 인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시회 등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갖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사진작가 활동은 물론 과거 큐레이터로서 중국 사진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한 인연도 이번 전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베이징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구본창 전시회>에도 관여한 김동욱 사진작가는 "사드 갈등 이후 한중 문화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분야에서 의미있는 전시회를 열게돼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구본창 전시회는 11월까지 계속되고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중국 샤먼에서 순회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 화가 공동전시전 〈시대상상〉 (사진 조성원 기자)

한중 화가의 공동 전시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시대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김태정 작가와 중국 지쯔 작가의 그림을 전시합니다. 두 작가 모두 고인입니다. 주중 한국문화원 전시장에서 9월 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열립니다.



■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는 한중 화가 공동 전시회

김태정 선생(1938-2019)은 서예가이자 유화 화가로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원초적 심성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생전에 중국 예술계와 활발히 교류했습니다.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김태정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
중국 지쯔 선생(1941-2015)은 유화와 판화 등을 공부했지만 수묵 산수화에 천착했습니다. 두 작가 모두 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쯔의 아들인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왕지춘 부관장과 김태정의 작품을 보유한 '갤러리미' 이란영 대표의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한중 예술가의 작품이 다음 세대의 인연으로 만나 한중 문화 교류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이징 한국 문화원에서 전시중인 지쯔 선생의 작품 (사진 조성원 기자)
주중 한국문화원의 박초롱 전시팀장은 "앞으로도 주목할만한 한국 작가의 미술품을 중국에 소개하고, 한중 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교류전도 꾸준히 기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중, 순수예술 교류는 명맥 이어가지만 대중문화 교류는 답보

이처럼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한중 문화 교류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파급력이 큰 대중 문화 분야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와 영화, 게임 등 무엇 하나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한중 두 나라가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정하고 올해 초 양국 정상도 그 의미를 재확인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한한령'은 여전한 현실입니다. 사드 갈등은 중국 측이 한국 대중 문화를 규제하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최근 중국 당국이 '그릇된 팬덤'을 단속한다며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0개 넘는 한국 연예인들의 팬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멤버들, 아이유 등 한국의 정상급 연예인들이 포함돼 그 파장은 확산 일로입니다.

중국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아이돌 팬덤에 대한 규제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4월 중국 샤먼에서 만난 정의용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문화 교류의 해’ 추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을 명확히 하고 시행 의지를 밝힌 계기는 지난 해 11월 강경화 외교장관과 왕이 외교부장 간 회담이었습니다.


올들어 지난 4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부장의 회담에서도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을 재확인했습니다.

왕이 부장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합니다. 다시 만난 한중 당국자는 이번에는 뭐라고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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