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인권 20년 뒤로?…‘남녀 구분’ 강의실 등장

입력 2021.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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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등을 쓴 여학생과 거리를 둔 남학생들, 강의실 중앙에 남녀를 구분하는 커튼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뒤 바뀐 대학 강의실의 모습입니다.

아프가니스탄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21살의 안질라(여학생)는 "(강의실 안에) 커튼을 친다는 것을 받아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외신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입니다.

아프간에서 이런 말은 공개석상에서 여학생들이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억압적이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라는 뜻입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 아프간의 대학들은 개강을 앞두고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로이터, 미국의 소리(VOA)방송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문서로 전달된 지침에는 (여성의) 히잡 착용, 여학생 출입문 구분, 여학생에게는 여교수가 강의, 남녀 따로 강의실 배정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강의실이 적당히 넓지 않은 경우에는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라는 게 탈레반의 지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학 강의실과 교정에서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교수가 강의할 때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관련 사진도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히잡 차림의 여학생들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생생한 전달을 위해 기사 원문도 소개해봅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서서히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I really felt terrible when I entered the class ... We are gradually going back to 20 years ago." (로이터의 '안질라' 학생 인터뷰 기사 중 인용)

정말 아프간 여성 인권은 20년 전으로 퇴보하는 것일까요?

탈레반은 미국 침공 전까지 집권했던 1996∼2001년엔 소녀와 여성이 학교에 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 무자비하게 여성을 탄압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탈레반은 20년간 아프간에 주둔했던 미군이 지난달 철수하면서 정권을 다시 잡는 과정에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거짓 '약속'을 난발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최근까지 이슬람법에 따라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각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

로이터 등 외신은 해당 지침이 탈레반 공식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중하게 전했습니다.

한 탈레반 간부는 커튼으로 강의실을 구분하는 게 "한 명의 교수가 양쪽 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에 밝혔습니다.

이런 '탈레반 시국'을 불안하게 보는 견해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 대학은 개강 첫날인 6일(현지시간) 수강생 120명 중 출석한 학생이 30명에도 못 미쳤다고 외신은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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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여성 인권 20년 뒤로?…‘남녀 구분’ 강의실 등장
    • 입력 2021-09-08 07:00:20
    취재K

히잡 등을 쓴 여학생과 거리를 둔 남학생들, 강의실 중앙에 남녀를 구분하는 커튼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뒤 바뀐 대학 강의실의 모습입니다.

아프가니스탄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21살의 안질라(여학생)는 "(강의실 안에) 커튼을 친다는 것을 받아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외신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입니다.

아프간에서 이런 말은 공개석상에서 여학생들이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분위기가 억압적이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라는 뜻입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 아프간의 대학들은 개강을 앞두고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로이터, 미국의 소리(VOA)방송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문서로 전달된 지침에는 (여성의) 히잡 착용, 여학생 출입문 구분, 여학생에게는 여교수가 강의, 남녀 따로 강의실 배정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만약 강의실이 적당히 넓지 않은 경우에는 커튼으로 남녀를 구분하라는 게 탈레반의 지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학 강의실과 교정에서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교수가 강의할 때 남녀를 구분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관련 사진도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히잡 차림의 여학생들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생생한 전달을 위해 기사 원문도 소개해봅니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서서히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I really felt terrible when I entered the class ... We are gradually going back to 20 years ago." (로이터의 '안질라' 학생 인터뷰 기사 중 인용)

정말 아프간 여성 인권은 20년 전으로 퇴보하는 것일까요?

탈레반은 미국 침공 전까지 집권했던 1996∼2001년엔 소녀와 여성이 학교에 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 무자비하게 여성을 탄압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탈레반은 20년간 아프간에 주둔했던 미군이 지난달 철수하면서 정권을 다시 잡는 과정에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거짓 '약속'을 난발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최근까지 이슬람법에 따라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가을 학기 개강이 다가오자 각 대학에는 남녀를 구분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

로이터 등 외신은 해당 지침이 탈레반 공식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중하게 전했습니다.

한 탈레반 간부는 커튼으로 강의실을 구분하는 게 "한 명의 교수가 양쪽 학생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에 밝혔습니다.

이런 '탈레반 시국'을 불안하게 보는 견해가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 대학은 개강 첫날인 6일(현지시간) 수강생 120명 중 출석한 학생이 30명에도 못 미쳤다고 외신은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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