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러 미국 여행 가자”…빈부 격차 우려도

입력 2021.09.08 (07:00) 수정 2021.09.0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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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해외 여행이 사실상 중단된 코로나19 시대. 유명 관광지들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령 괌에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라별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코로나19 변이가 시시각각 하늘길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괌에는 관광객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 백신 여행 '문전성시'…미국령 괌에 아시아인들 몰려

워싱턴포스트는 타이완 등 아시아인들이 여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괌을 많이 찾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타이완 여행사 '라이온트래블'에 따르면 올해 7월 6일부터 타이완인 약 2천 명이 괌을 방문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타이완 기술기업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직원들이 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습니다.

괌에 있는 호텔 '더츠바키타워'의 한 관계자는 객실 예약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다며 타이완과 한국,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 백신 공급량 충분…접종률도 높아 감염 걱정 적어

워싱턴포스트는 괌을 찾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증가한 배경으로 코로나19 백신과 관광을 연계한 '에어브이앤브이'(AirV&V) 프로그램을 꼽았습니다.

괌 관광당국은 지난 6월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에어브이앤브이를 도입했습니다. 관광객이 괌 여행을 즐기면서 코로나19 백신도 맞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인터넷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예약하고 대규모 호텔과 고급 상점이 있는 투몬에서 백신 접종을 진행합니다. 화이자 백신 1회 접종에 100달러(한화 약 11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특히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어져 접종률이 낮은 타이완 이용객이 늘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체 인구의 4%에 그치고 있습니다.

괌 관광당국은 해당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500달러(한화 약 56만 원) 쇼핑 쿠폰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괌은 미국령이기 때문에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는 데다 감염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인구 17만 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의 8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 "백신 맞으러 미국 가자"…멕시코·태국 등에서도 백신 여행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많은 주는 백신을 접종할 때 거주 요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접종이 가능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플로리다주의 관광업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이곳을 찾은 멕시코인들에 의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멕시코 여행사들은 지난 3∼4월 미국으로 가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17만 명에게 팔았는데 고객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멕시코 부유층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백신 접종 순서를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생각할 때 미국행 항공료가 그리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태국의 한 여행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행 백신 여행 상품을 내놨는데 첫날부터 200명이 예약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접종 '부익부 빈익빈' 우려…'백신 사막' 10곳 이상

여행 기간에 백신까지 맞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고,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백신 여행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최대 1,500만 원짜리 미국 백신 여행 상품은 일주일 만에 완판됐습니다. 여행 기간은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한 화이자는 25박 28일, 한 차례만 맞으면 되는 얀센은 9박 12일로 구성됐습니다.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갈 수 없는 게 백신 여행인 겁니다.

미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백신이 없어서 맞지 못하는 나라가 많은데, 남는 백신을 다른 나라에 줄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백신 여행을 올 수 있는 이른바 '돈 있는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이 한 방울도 전달되지 않은 '백신 사막' 국가가 10곳이 넘는다며 백신을 기다리는 나라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부국은 코로나19 백신 잔여량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빈국은 백신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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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맞으러 미국 여행 가자”…빈부 격차 우려도
    • 입력 2021-09-08 07:00:22
    • 수정2021-09-08 08:08:40
    취재K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해외 여행이 사실상 중단된 코로나19 시대. 유명 관광지들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령 괌에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라별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코로나19 변이가 시시각각 하늘길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괌에는 관광객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 백신 여행 '문전성시'…미국령 괌에 아시아인들 몰려

워싱턴포스트는 타이완 등 아시아인들이 여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괌을 많이 찾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타이완 여행사 '라이온트래블'에 따르면 올해 7월 6일부터 타이완인 약 2천 명이 괌을 방문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타이완 기술기업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직원들이 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습니다.

괌에 있는 호텔 '더츠바키타워'의 한 관계자는 객실 예약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다며 타이완과 한국,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 백신 공급량 충분…접종률도 높아 감염 걱정 적어

워싱턴포스트는 괌을 찾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증가한 배경으로 코로나19 백신과 관광을 연계한 '에어브이앤브이'(AirV&V) 프로그램을 꼽았습니다.

괌 관광당국은 지난 6월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에어브이앤브이를 도입했습니다. 관광객이 괌 여행을 즐기면서 코로나19 백신도 맞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인터넷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예약하고 대규모 호텔과 고급 상점이 있는 투몬에서 백신 접종을 진행합니다. 화이자 백신 1회 접종에 100달러(한화 약 11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특히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어져 접종률이 낮은 타이완 이용객이 늘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체 인구의 4%에 그치고 있습니다.

괌 관광당국은 해당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500달러(한화 약 56만 원) 쇼핑 쿠폰도 지급할 계획입니다.

괌은 미국령이기 때문에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는 데다 감염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인구 17만 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의 8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 "백신 맞으러 미국 가자"…멕시코·태국 등에서도 백신 여행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많은 주는 백신을 접종할 때 거주 요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접종이 가능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플로리다주의 관광업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이곳을 찾은 멕시코인들에 의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멕시코 여행사들은 지난 3∼4월 미국으로 가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17만 명에게 팔았는데 고객 대부분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멕시코 부유층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백신 접종 순서를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생각할 때 미국행 항공료가 그리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태국의 한 여행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행 백신 여행 상품을 내놨는데 첫날부터 200명이 예약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백신 접종 '부익부 빈익빈' 우려…'백신 사막' 10곳 이상

여행 기간에 백신까지 맞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고,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습니다.

백신 여행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최대 1,500만 원짜리 미국 백신 여행 상품은 일주일 만에 완판됐습니다. 여행 기간은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한 화이자는 25박 28일, 한 차례만 맞으면 되는 얀센은 9박 12일로 구성됐습니다.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갈 수 없는 게 백신 여행인 겁니다.

미국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백신이 없어서 맞지 못하는 나라가 많은데, 남는 백신을 다른 나라에 줄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백신 여행을 올 수 있는 이른바 '돈 있는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이 한 방울도 전달되지 않은 '백신 사막' 국가가 10곳이 넘는다며 백신을 기다리는 나라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부국은 코로나19 백신 잔여량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빈국은 백신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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