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바다…‘유령멍게’ 습격에 양식장 초토화

입력 2021.09.08 (07:01) 수정 2021.09.0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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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여름 동해 수온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미 어업 현장에서는 피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게 펼쳐진 바다 양식장.

물속에서 가리비 통발을 걷어 올리자, 있어야 할 가리비 대신 투명하고 위 아래가 뚫린 원통 모양의 생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유령 멍게입니다.

식용으론 불가능한 유령 멍게가 가리비 키우는 통발에 들어와 번식한 겁니다.

가리비만 가득 찬 통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양식 어민 : "가리비가 먹어야 할 것을 이 녀석(유령 멍게)들이 먹어버리니까요. 성장에 방해되는 거죠."]

인근의 굴 양식장, 물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밧줄마다 달린 굴의 사이사이를 보니, 이곳에도 유령멍게가 다닥다닥 붙었습니다.

여름철 하루 500개씩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에 굴 양식장은 황폐화 됐습니다.

[최성진/양식 어민 : "자포자기할 때가 많죠. 저절로 죽겠지 이러고. (1년 내내 볼 수 있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1년 내내 보는 것 같아요."]

이 유령멍게는 점점 따뜻해지는 국내 연안에서 서식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데요.

양식장 피해가 커지자 4년 전,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수온 적응력이 높아 겨울이면 잠시 사라졌다가도, 수온이 따뜻해지면 다시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택준/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 : "유령멍게는 수온의 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번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다 온난화는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이 배는 밤 사이 오징어 4백여 마리를 잡았는데, 살아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수온 17도에서 19도 사이에 사는 오징어가 수온이 높아진 바닷물로 채운 수조에 담기니, 육지로 오기도 전에 폐사한 겁니다.

[김대환/어민 : "냉각기를 돌려도 몇 마리 못살려요. 많이 살리면 한 40마리씩? 60마리, 40마리 이렇게 살고."]

바다 온난화로 우리 어업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홍성백 송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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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워지는 바다…‘유령멍게’ 습격에 양식장 초토화
    • 입력 2021-09-08 07:01:14
    • 수정2021-09-08 07: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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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여름 동해 수온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미 어업 현장에서는 피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드넓게 펼쳐진 바다 양식장.

물속에서 가리비 통발을 걷어 올리자, 있어야 할 가리비 대신 투명하고 위 아래가 뚫린 원통 모양의 생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유령 멍게입니다.

식용으론 불가능한 유령 멍게가 가리비 키우는 통발에 들어와 번식한 겁니다.

가리비만 가득 찬 통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양식 어민 : "가리비가 먹어야 할 것을 이 녀석(유령 멍게)들이 먹어버리니까요. 성장에 방해되는 거죠."]

인근의 굴 양식장, 물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밧줄마다 달린 굴의 사이사이를 보니, 이곳에도 유령멍게가 다닥다닥 붙었습니다.

여름철 하루 500개씩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에 굴 양식장은 황폐화 됐습니다.

[최성진/양식 어민 : "자포자기할 때가 많죠. 저절로 죽겠지 이러고. (1년 내내 볼 수 있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1년 내내 보는 것 같아요."]

이 유령멍게는 점점 따뜻해지는 국내 연안에서 서식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데요.

양식장 피해가 커지자 4년 전,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수온 적응력이 높아 겨울이면 잠시 사라졌다가도, 수온이 따뜻해지면 다시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택준/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 : "유령멍게는 수온의 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번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다 온난화는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이 배는 밤 사이 오징어 4백여 마리를 잡았는데, 살아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수온 17도에서 19도 사이에 사는 오징어가 수온이 높아진 바닷물로 채운 수조에 담기니, 육지로 오기도 전에 폐사한 겁니다.

[김대환/어민 : "냉각기를 돌려도 몇 마리 못살려요. 많이 살리면 한 40마리씩? 60마리, 40마리 이렇게 살고."]

바다 온난화로 우리 어업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홍성백 송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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