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부킹하고 예약 취소 통보한 호텔 “3단계 될 줄 알고…”

입력 2021.09.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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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

제주 시내에 있는 5성급 호텔 '그랜드하얏트 제주'를 놓고 최근 여행객들의 원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호텔이 객실을 예약한 고객들에게 이달 초, 체크인 하루 이틀 전부터 돌연 '예약 취소'를 통보한 탓입니다.

공교롭게도 호텔 측이 예약 취소를 통보한 기점은 당초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종료 예정이었던 9월 5일이었는데요.

제주도 방역 당국은 지난 3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달 22일까지 4단계 연장 시행을 발표했습니다.

호텔 측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객실 예약 제한이 있어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행객들은 "거리두기 지침 완화를 미리 예상한 호텔 측이 초과예약을 받고도, 책임은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호텔 측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 체크인 하루 전 갑자기 '객실 취소' 요구한 호텔

최근 결혼식을 올린 A 씨 부부. 이 신혼부부는 지난달 말, 그랜드하얏트 제주에 객실을 예약했습니다.

투숙 예정일은 9월 6일로, 이 호텔에서 2박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호텔 측은 예약을 확정 지은 데 이어, 이 부부에게 노쇼(No Show)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체크인 하루 전인 지난 5일, A 씨 부부는 전화로 갑작스레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장 내일 체크인인데, 하루 전에 이게 무슨 소리냐"며 호텔 측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호텔 측의 답변은 "다음에 오면 룸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뿐이었다고 A 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호텔 측이 A 씨에게 객실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객실 점유율 초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숙박업소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객실 예약을 제한적으로 받도록 하는데, 현행 4단계에선 전체 객실의 3분의 2까지만 투숙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가 호텔을 예약한 시점도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창 시행 중일 때로, 방역 지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

A 씨를 더 화나게 한 건 호텔 측의 해명이었습니다.

A 씨는 "호텔에 이유를 물으니 '취소 객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면서 '숙박이 불가능하다.

연계된 곳도 없어서 다른 곳을 알아봐 줄 수도 없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무조건 취소를 하라고 했다"고 분노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 신혼부부는 한 번뿐인 허니문 계획도 상처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A 씨는 "객실 점유율이 초과 됐으면 예약 자체를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게 당연한 데도, 이미 예약 확정된 고객들의 객실을 강제 취소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3단계 될 줄 알았다" 호텔 해명에 아연실색

서울에 사는 또 다른 부부도 모처럼의 가족 여행 일정을 망쳤다며 호소합니다.

역시 이 호텔의 갑작스런 예약 취소 통보 때문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자녀와 함께 3박 4일 가족여행 계획한 B 씨 부부는 9월 1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그랜드하얏트 제주의 객실을 예약했지만, 지난 6일 저녁, 이 호텔로부터 예약 취소를 해달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호텔 측이 이달 6일 저녁, 투숙 예정 고객에게 보낸 예약 변경·취소 요구 문자메시지. ‘4단계 연장으로 인해 투숙이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시청자 제공호텔 측이 이달 6일 저녁, 투숙 예정 고객에게 보낸 예약 변경·취소 요구 문자메시지. ‘4단계 연장으로 인해 투숙이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시청자 제공

메시지를 확인한 B 씨는 이날 밤 10시쯤 호텔에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한참 기다린 뒤에야 상담원과 연결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B 씨는 상담원이 아닌 담당 직원을 연결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날 호텔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전해온 해명을 듣고 더욱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B 씨는 "호텔에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를 물어보니, '9월 5일부터 거리두기 3단계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제주도가 4단계를 연장하는 바람에 예약을 순서대로 취소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가족이 호텔을 예약한 시점도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던 지난달 말로, 예약 시점과 투숙 예정일의 방역 지침이 동일합니다.

예약한 숙소가 돌연 취소되면서, 이 가족의 여행 일정도 덩달아 일그러졌습니다.

B 씨는 "항공권부터 렌터카 예약까지 모두 확정해둔 상태였고, 일방적 취소로 일정을 망쳤는데도 호텔 측은 대책 제시조차 없다"며 "만약 손님이 예약을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 호텔 측 "방역당국 4단계 연장…부득이한 취소"

이에 대해 해당 호텔 측은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4단계 연장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호텔이 파악한 이번 오버부킹(초과예약) 객실은 20여 개 정도입니다.

그랜드하얏트 제주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 3일, 방역 당국이 4단계 연장을 발표하면서 그 다음 날부터 예약 고객들에게 취소 안내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9월 6일 예약한 고객의 경우, 체크인 바로 전날 통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호텔 객실이 연일 만실이고, 거리두기 지침 연장으로 인해 호텔 업계가 모두 난리"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해해주시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여행 일정 차질 등으로 문제를 제기하신 고객도 계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응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거리두기 단계가 어찌 될지 모르니, 조심스레 예약을 받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도 있는 데다 최근까지도 제주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섣불리 예약을 더 받았다간 여행객들에게도 일정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예약 시에 최대한 방역 지침 등을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도 "5성급 호텔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아직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적은 없지만, 호텔 차원에서 다른 대책을 세울 것 같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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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부킹하고 예약 취소 통보한 호텔 “3단계 될 줄 알고…”
    • 입력 2021-09-08 14:07:04
    취재K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
제주 시내에 있는 5성급 호텔 '그랜드하얏트 제주'를 놓고 최근 여행객들의 원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호텔이 객실을 예약한 고객들에게 이달 초, 체크인 하루 이틀 전부터 돌연 '예약 취소'를 통보한 탓입니다.

공교롭게도 호텔 측이 예약 취소를 통보한 기점은 당초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종료 예정이었던 9월 5일이었는데요.

제주도 방역 당국은 지난 3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달 22일까지 4단계 연장 시행을 발표했습니다.

호텔 측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객실 예약 제한이 있어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행객들은 "거리두기 지침 완화를 미리 예상한 호텔 측이 초과예약을 받고도, 책임은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호텔 측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 체크인 하루 전 갑자기 '객실 취소' 요구한 호텔

최근 결혼식을 올린 A 씨 부부. 이 신혼부부는 지난달 말, 그랜드하얏트 제주에 객실을 예약했습니다.

투숙 예정일은 9월 6일로, 이 호텔에서 2박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호텔 측은 예약을 확정 지은 데 이어, 이 부부에게 노쇼(No Show)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체크인 하루 전인 지난 5일, A 씨 부부는 전화로 갑작스레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장 내일 체크인인데, 하루 전에 이게 무슨 소리냐"며 호텔 측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호텔 측의 답변은 "다음에 오면 룸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뿐이었다고 A 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호텔 측이 A 씨에게 객실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객실 점유율 초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숙박업소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객실 예약을 제한적으로 받도록 하는데, 현행 4단계에선 전체 객실의 3분의 2까지만 투숙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가 호텔을 예약한 시점도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한창 시행 중일 때로, 방역 지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
A 씨를 더 화나게 한 건 호텔 측의 해명이었습니다.

A 씨는 "호텔에 이유를 물으니 '취소 객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면서 '숙박이 불가능하다.

연계된 곳도 없어서 다른 곳을 알아봐 줄 수도 없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무조건 취소를 하라고 했다"고 분노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이 신혼부부는 한 번뿐인 허니문 계획도 상처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A 씨는 "객실 점유율이 초과 됐으면 예약 자체를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게 당연한 데도, 이미 예약 확정된 고객들의 객실을 강제 취소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3단계 될 줄 알았다" 호텔 해명에 아연실색

서울에 사는 또 다른 부부도 모처럼의 가족 여행 일정을 망쳤다며 호소합니다.

역시 이 호텔의 갑작스런 예약 취소 통보 때문이었습니다.

추석 연휴, 자녀와 함께 3박 4일 가족여행 계획한 B 씨 부부는 9월 1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그랜드하얏트 제주의 객실을 예약했지만, 지난 6일 저녁, 이 호텔로부터 예약 취소를 해달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호텔 측이 이달 6일 저녁, 투숙 예정 고객에게 보낸 예약 변경·취소 요구 문자메시지. ‘4단계 연장으로 인해 투숙이 어렵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시청자 제공
메시지를 확인한 B 씨는 이날 밤 10시쯤 호텔에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한참 기다린 뒤에야 상담원과 연결돼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B 씨는 상담원이 아닌 담당 직원을 연결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날 호텔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전해온 해명을 듣고 더욱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B 씨는 "호텔에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를 물어보니, '9월 5일부터 거리두기 3단계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제주도가 4단계를 연장하는 바람에 예약을 순서대로 취소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가족이 호텔을 예약한 시점도 제주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던 지난달 말로, 예약 시점과 투숙 예정일의 방역 지침이 동일합니다.

예약한 숙소가 돌연 취소되면서, 이 가족의 여행 일정도 덩달아 일그러졌습니다.

B 씨는 "항공권부터 렌터카 예약까지 모두 확정해둔 상태였고, 일방적 취소로 일정을 망쳤는데도 호텔 측은 대책 제시조차 없다"며 "만약 손님이 예약을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 호텔 측 "방역당국 4단계 연장…부득이한 취소"

이에 대해 해당 호텔 측은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4단계 연장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호텔이 파악한 이번 오버부킹(초과예약) 객실은 20여 개 정도입니다.

그랜드하얏트 제주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난 3일, 방역 당국이 4단계 연장을 발표하면서 그 다음 날부터 예약 고객들에게 취소 안내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9월 6일 예약한 고객의 경우, 체크인 바로 전날 통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호텔 객실이 연일 만실이고, 거리두기 지침 연장으로 인해 호텔 업계가 모두 난리"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해해주시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여행 일정 차질 등으로 문제를 제기하신 고객도 계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응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거리두기 단계가 어찌 될지 모르니, 조심스레 예약을 받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도 있는 데다 최근까지도 제주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섣불리 예약을 더 받았다간 여행객들에게도 일정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예약 시에 최대한 방역 지침 등을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도 "5성급 호텔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아직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적은 없지만, 호텔 차원에서 다른 대책을 세울 것 같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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