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 곳에 살지 않는다”…기후위기에 美 불평등 악화

입력 2021.09.08 (21:41) 수정 2021.09.0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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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허리케인 아이다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뉴욕시에선 지금까지 최소 13명이 숨진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를 불법으로 개조한 집에 세들어 사는 저소득층의 피해가 컸습니다.

먼저, 뉴욕 한보경 특파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빗물이 어깨까지 차 오른 지하방에서 경찰이 맨몸 잠수를 시도하며 구조 작업을 벌입니다.

아기 인형만 떠다닐 뿐, 2살 아기를 포함한 이 지하집에 살던 네팔인 가족 3명은 결국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니콜/뉴욕시 퀸스 거주 : "아무런 예방책 없는 불법적 지하공간에 사는 가난한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값싼 집을 찾고 있어요."]

순식간에 비가 차올라 역시 3명이 희생된 또 다른 반지하방입니다.

들어가봤더니, 폭우가 천장까지 들이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뉴욕시에서 허리케인 아이다로 숨진 사람은 지금까지 최소 13명, 사망자 대부분은 이렇게 주택 지하를 개조해서 만든 시설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로 이민자나 저소득층들입니다.

[빌 더블라지오/미국 뉴욕시장 : "(불법적인 지하실에) 최소한 10만 명이 살고 있는 걸로 추산됩니다. 그들은 퇴거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사 소통을 더 꺼리고 있어요."]

관측 이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맨해튼 센트럴파크 일대는 오히려 이렇다 할 피해가 없었습니다.

'부자 동네'입니다.

루이지애나주도 피해지역이 갈립니다.

제방시설이 잘 갖춰진 뉴올리언스와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제방 시설이 없었던 남부 지역입니다.

[피해 주민/미국 루이지애나주 거주 : "지는 싸움을 했어요. 저는 (집에 설치한 제방으로)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또 한번 여과없이 드러났다며 기후재난에 루이지애나가 둘로 나뉘었다"고 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앵커]

그럼 기후재난과 빈부격차 문제, 뉴욕 연결해서 더 짚어보겠습니다.

한보경 특파원, 이번에 예상 못한 큰 피해를 겪으면서 현실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이 홍수로 직격탄을 입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뉴욕과 뉴저지의 피해 현장을 찾아 '기후변화'는 '코드레드', 그러니깐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 극심해질 거라며 '세계가 위기'라고 했는데, 최근 석 달간 미국에서는 각종 기후재난으로 400 명 가량이 숨졌고, 미국인 3명 중 1명은 이렇게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빈곤층을 비롯해 취약 계층에 유독 피해가 집중된 게문제겠죠?

[기자]

네, 뉴욕시 사망자가 대부분 지하시설 거주자였던 것을 염두에 둔 얘기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위기에 관심 없는 부유층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그 곳(위험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그들은 여기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피해 복구 비용 24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부자 나라 미국은 사실 복구 비용은 별로 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가 저소득층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는 나라간 불평등 뿐 아니라 나라 안에서도 빈곤층과 부유층간 격차를 심화시킬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봤듯이 미국만의 문제, 물론 아닙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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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그 곳에 살지 않는다”…기후위기에 美 불평등 악화
    • 입력 2021-09-08 21:41:59
    • 수정2021-09-08 22:07:46
    뉴스 9
[앵커]

지난주 허리케인 아이다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뉴욕시에선 지금까지 최소 13명이 숨진 걸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를 불법으로 개조한 집에 세들어 사는 저소득층의 피해가 컸습니다.

먼저, 뉴욕 한보경 특파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빗물이 어깨까지 차 오른 지하방에서 경찰이 맨몸 잠수를 시도하며 구조 작업을 벌입니다.

아기 인형만 떠다닐 뿐, 2살 아기를 포함한 이 지하집에 살던 네팔인 가족 3명은 결국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니콜/뉴욕시 퀸스 거주 : "아무런 예방책 없는 불법적 지하공간에 사는 가난한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값싼 집을 찾고 있어요."]

순식간에 비가 차올라 역시 3명이 희생된 또 다른 반지하방입니다.

들어가봤더니, 폭우가 천장까지 들이찼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뉴욕시에서 허리케인 아이다로 숨진 사람은 지금까지 최소 13명, 사망자 대부분은 이렇게 주택 지하를 개조해서 만든 시설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로 이민자나 저소득층들입니다.

[빌 더블라지오/미국 뉴욕시장 : "(불법적인 지하실에) 최소한 10만 명이 살고 있는 걸로 추산됩니다. 그들은 퇴거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사 소통을 더 꺼리고 있어요."]

관측 이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맨해튼 센트럴파크 일대는 오히려 이렇다 할 피해가 없었습니다.

'부자 동네'입니다.

루이지애나주도 피해지역이 갈립니다.

제방시설이 잘 갖춰진 뉴올리언스와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제방 시설이 없었던 남부 지역입니다.

[피해 주민/미국 루이지애나주 거주 : "지는 싸움을 했어요. 저는 (집에 설치한 제방으로)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방이 무너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또 한번 여과없이 드러났다며 기후재난에 루이지애나가 둘로 나뉘었다"고 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앵커]

그럼 기후재난과 빈부격차 문제, 뉴욕 연결해서 더 짚어보겠습니다.

한보경 특파원, 이번에 예상 못한 큰 피해를 겪으면서 현실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이 홍수로 직격탄을 입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뉴욕과 뉴저지의 피해 현장을 찾아 '기후변화'는 '코드레드', 그러니깐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 극심해질 거라며 '세계가 위기'라고 했는데, 최근 석 달간 미국에서는 각종 기후재난으로 400 명 가량이 숨졌고, 미국인 3명 중 1명은 이렇게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빈곤층을 비롯해 취약 계층에 유독 피해가 집중된 게문제겠죠?

[기자]

네, 뉴욕시 사망자가 대부분 지하시설 거주자였던 것을 염두에 둔 얘기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위기에 관심 없는 부유층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그 곳(위험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그들은 여기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피해 복구 비용 24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부자 나라 미국은 사실 복구 비용은 별로 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가 저소득층에 몰려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는 나라간 불평등 뿐 아니라 나라 안에서도 빈곤층과 부유층간 격차를 심화시킬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봤듯이 미국만의 문제, 물론 아닙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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