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성범죄자 주소’…관리 인력 ‘한계’

입력 2021.09.09 (06:00) 수정 2021.09.09 (06: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등록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성범죄자의 등록 주소지가 실제와 달라 논란인 가운데, 이들을 관리하는 경찰 스스로도 등록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겁니다.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은 수사와 실종 사건 업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담당하는 수사와 등록대상자 관리 건수를 합치면, 한 명 당 평균 30명, 최대 80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등록대상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등록대상자 관리 경찰 59% "성범죄자 주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성범죄 전과자인 40대 김 모 씨는 방송사 PD로 속여 젊은 여성들을 여러 명 만났다가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대상자입니다.

김 씨는 지난 3월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7월에 원래 거주지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신상공개 알림e'에는 김 씨가 넉 달간 이사했던 곳의 주소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말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인 30대 남성이 신고한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경찰에 옮긴 거처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등록된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관리하는 경찰 스스로도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 평가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388명에게 '등록된 성범죄자 주소가 오래됐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술에 대해 의견을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44.6%는 "그렇다"고 했고, 14.9%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답변자의 절반 이상이 정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겁니다.

■ '주소지 방문 확인'도 절반만…경찰 1명당 최대 80명 담당

현행법은 경찰이 신상정보 대상자의 등록 주소지를 방문해 실제 사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철저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폭력범죄처벌법 45조 7항은 "관할경찰관서의 장은 등록 기간 중 등록대상자와의 직접 대면 등의 방법으로 등록 정보의 진위와 변경 여부를 확인해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 평가연구'를 보면, 경찰은 설문조사에서 평균적으로 등록대상자의 50% 정도만 실거주지 확인을 위해 대상자가 등록한 주소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전화 통화 등으로 진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등록 성범죄자도 10명 중 4명 정도만 '경찰이 거주지 확인 위해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방문 확인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건, 인력보다 관리해야 할 등록대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건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들인데, 성폭력 사건 수사에 실종 사건 업무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한 명 당 평균 30명을 담당하고, 대도시의 경우엔 최대 80명을 담당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관리할 인력은 큰 변동이 없는 데 비해, 신상정보 신규 등록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264건에서 2019년 12,808건으로 47.5배 증가했습니다. 누적 등록 건수는 2019년 기준 87,764건에 이릅니다.

■ "재범 위험성 평가해 고위험군만 선별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등록대상자를 다 관리할 수 없다면, 고위험군 성범죄자를 선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등록대상자를 4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분류 기준은 선고형과 형량입니다.
등록대상자의 선고형 비율을 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상자가 전체의 42.1%로 가장 많습니다. 다음은 벌금형으로 32.1%입니다.

등록대상자 관리 경찰의 73.2%는 설문조사에서 '선고형의 종류와 길이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으로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적절히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등록대상자를 분류하는 기준으로서 선고형과 형량이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신상정보등록도 전자발찌 부착과 마찬가지로, 검사의 청구를 통해 관련 전문가가 재범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평가를 거쳐 재범 위험성이 큰 전과자만 등록대상자로 관리하자는 겁니다. 현행법상은 등록 대상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재범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없이 자동적으로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소속인 보호관찰소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등록대상자 상당수는 보호관찰 대상자입니다. 보호관찰관은 등록대상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한 경우 GPS 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경찰은 GPS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습니다. 등록대상자가 주거지를 옮겨도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호관찰소에서 등록대상자의 특이 동향을 전화나 공문으로 알려주기도 하지만,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찰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성범죄자 주소’…관리 인력 ‘한계’
    • 입력 2021-09-09 06:00:55
    • 수정2021-09-09 06:10:11
    취재K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등록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성범죄자의 등록 주소지가 실제와 달라 논란인 가운데, 이들을 관리하는 경찰 스스로도 등록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겁니다.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은 수사와 실종 사건 업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담당하는 수사와 등록대상자 관리 건수를 합치면, 한 명 당 평균 30명, 최대 80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등록대상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등록대상자 관리 경찰 59% "성범죄자 주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성범죄 전과자인 40대 김 모 씨는 방송사 PD로 속여 젊은 여성들을 여러 명 만났다가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대상자입니다.

김 씨는 지난 3월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7월에 원래 거주지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신상공개 알림e'에는 김 씨가 넉 달간 이사했던 곳의 주소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말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인 30대 남성이 신고한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경찰에 옮긴 거처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등록된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관리하는 경찰 스스로도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 평가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388명에게 '등록된 성범죄자 주소가 오래됐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술에 대해 의견을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44.6%는 "그렇다"고 했고, 14.9%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답변자의 절반 이상이 정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겁니다.

■ '주소지 방문 확인'도 절반만…경찰 1명당 최대 80명 담당

현행법은 경찰이 신상정보 대상자의 등록 주소지를 방문해 실제 사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철저히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폭력범죄처벌법 45조 7항은 "관할경찰관서의 장은 등록 기간 중 등록대상자와의 직접 대면 등의 방법으로 등록 정보의 진위와 변경 여부를 확인해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 평가연구'를 보면, 경찰은 설문조사에서 평균적으로 등록대상자의 50% 정도만 실거주지 확인을 위해 대상자가 등록한 주소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전화 통화 등으로 진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등록 성범죄자도 10명 중 4명 정도만 '경찰이 거주지 확인 위해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방문 확인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건, 인력보다 관리해야 할 등록대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건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들인데, 성폭력 사건 수사에 실종 사건 업무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경찰 한 명 당 평균 30명을 담당하고, 대도시의 경우엔 최대 80명을 담당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관리할 인력은 큰 변동이 없는 데 비해, 신상정보 신규 등록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264건에서 2019년 12,808건으로 47.5배 증가했습니다. 누적 등록 건수는 2019년 기준 87,764건에 이릅니다.

■ "재범 위험성 평가해 고위험군만 선별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등록대상자를 다 관리할 수 없다면, 고위험군 성범죄자를 선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등록대상자를 4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분류 기준은 선고형과 형량입니다.
등록대상자의 선고형 비율을 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상자가 전체의 42.1%로 가장 많습니다. 다음은 벌금형으로 32.1%입니다.

등록대상자 관리 경찰의 73.2%는 설문조사에서 '선고형의 종류와 길이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으로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적절히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등록대상자를 분류하는 기준으로서 선고형과 형량이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신상정보등록도 전자발찌 부착과 마찬가지로, 검사의 청구를 통해 관련 전문가가 재범 위험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평가를 거쳐 재범 위험성이 큰 전과자만 등록대상자로 관리하자는 겁니다. 현행법상은 등록 대상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재범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없이 자동적으로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소속인 보호관찰소가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등록대상자 상당수는 보호관찰 대상자입니다. 보호관찰관은 등록대상자가 전자발찌를 부착한 경우 GPS 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경찰은 GPS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습니다. 등록대상자가 주거지를 옮겨도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호관찰소에서 등록대상자의 특이 동향을 전화나 공문으로 알려주기도 하지만,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