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주문 ‘40만 회’로 주가 73% ‘출렁’…처벌은?

입력 2021.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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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주식 투자 열풍. 최근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5천만 개를 넘었고, 처음 주식거래에 뛰어든 이른바 ‘주린이’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풍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기 마련이죠. 정확한 정보나 분석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 큰 돈을 잃고 끙끙 앓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이런 투자심리를 부추겨 자신이 투자한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려 40만 회나 허위 주문을 넣어 큰 돈을 챙긴 남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 증권회사 다녔던 40대 남성, 시세차익 노리고 주가조작

40대 김 모 씨는 지난 2005년부터 8년여 동안 증권회사에서 일했습니다.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2016년부터는 치매치료제와 관련된 한 회사의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겼던 김 씨는 자신이 산 주식의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2016년 4월, 대전 동구에 있는 자택에 아예 사무실을 차려 놓고 4개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집중적인 주가조작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 ‘핫한’ 주식으로 보이도록 ‘40만 회, 7백만 주’ 주가조작 주문

김 씨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어떻게 하면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주식이 아주 활발하게 거래된다거나 현재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려는 주문이 많이 걸려 있는 경우 곧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김 씨는 이런 심리를 이용했습니다.

먼저 무려 39만여 회에 걸쳐 74만 주를 현재 가격보다 높게 매수하는 주문을 넣었습니다.

또 허수매수주문, 즉 체결될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었다가 취소하는 매수 주문을 1,100회에 걸쳐 6백만 주나 넣었습니다.

이밖에 호가 공백 메우기 주문, 시종가 관여 주문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다양한 방식으로 모두 40만 회, 7백만 주나 주문을 넣었는데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증권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들이었습니다.


■ 4,400원대 주식 3개월 만에 6,500원대로 급등...주가변동폭 ‘73.2%’

십만, 백만 단위의 이런 주문들은 실제 주식시장에서 큰 가격 변동을 일으켰습니다.

김 씨가 주가조작을 시작했을 때 해당 주식은 1주에 4,400원대였습니다. 김 씨는 석 달 동안 집중적인 주가조작을 벌였는데요. 불과 석 달 만에 해당 주식은 1주에 6,5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이 기간 최저 주가와 최고 주가를 비교한 주가변동폭은 ‘73.2%’에 달했습니다. 보통 단기투자의 경우 10% 변동이 생기면 익절 또는 손절 시점이라고 말하는데, 엄청나게 주가가 치솟은 겁니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이 가만둘 리 없겠죠.

검찰은 김 씨가 주가조작으로 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 “주가 급등, 나 때문 만은 아냐”...재판부도 일부 인정

김 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주가를 조작한 석 달 동안 실제로 주가가 오른 데에는 자신의 행위와 무관한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해당 주식이 공시 당일에 29%가 오르는 등 상한가를 기록했고 특허 취득 등 관련 언론 보도에 따라 몇 차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적시된 5억 원 전부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신의 주가조작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1심 재판부도 김 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습니다.김 씨 주장처럼 주가 상승에는 정상적인 거래와 언론 보도 등 외부적 상승요인이 상당 부분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김 씨가 챙겼다고 하는 5억 원에서 다른 요인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김 씨의 부당이득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가조작과 다른 요인으로 인한 상승분을 구분할 수가 없으므로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 “일반투자자 손해 입게 한 중대 범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1억 5천만 원

법원의 판단은 정확한 부당이득 규모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주가조작 행위 자체가 무죄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주가조작 행위가 건전한 자본시장의 육성과 발전을 저해하고,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는 것으로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 씨가 금융기관에 근무하며 투자에 관한 법규와 윤리규범 등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주가조작을 반복적으로 실행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김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조직적 범행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해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 5천만 원을 선고했는데요. 김 씨가 항소장을 제출해 사건은 2심으로 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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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주문 ‘40만 회’로 주가 73% ‘출렁’…처벌은?
    • 입력 2021-09-09 07:00:36
    취재K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주식 투자 열풍. 최근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5천만 개를 넘었고, 처음 주식거래에 뛰어든 이른바 ‘주린이’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풍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기 마련이죠. 정확한 정보나 분석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 큰 돈을 잃고 끙끙 앓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이런 투자심리를 부추겨 자신이 투자한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려 40만 회나 허위 주문을 넣어 큰 돈을 챙긴 남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 증권회사 다녔던 40대 남성, 시세차익 노리고 주가조작

40대 김 모 씨는 지난 2005년부터 8년여 동안 증권회사에서 일했습니다.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2016년부터는 치매치료제와 관련된 한 회사의 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겼던 김 씨는 자신이 산 주식의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2016년 4월, 대전 동구에 있는 자택에 아예 사무실을 차려 놓고 4개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집중적인 주가조작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 ‘핫한’ 주식으로 보이도록 ‘40만 회, 7백만 주’ 주가조작 주문

김 씨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어떻게 하면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주식이 아주 활발하게 거래된다거나 현재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려는 주문이 많이 걸려 있는 경우 곧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김 씨는 이런 심리를 이용했습니다.

먼저 무려 39만여 회에 걸쳐 74만 주를 현재 가격보다 높게 매수하는 주문을 넣었습니다.

또 허수매수주문, 즉 체결될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었다가 취소하는 매수 주문을 1,100회에 걸쳐 6백만 주나 넣었습니다.

이밖에 호가 공백 메우기 주문, 시종가 관여 주문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다양한 방식으로 모두 40만 회, 7백만 주나 주문을 넣었는데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증권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들이었습니다.


■ 4,400원대 주식 3개월 만에 6,500원대로 급등...주가변동폭 ‘73.2%’

십만, 백만 단위의 이런 주문들은 실제 주식시장에서 큰 가격 변동을 일으켰습니다.

김 씨가 주가조작을 시작했을 때 해당 주식은 1주에 4,400원대였습니다. 김 씨는 석 달 동안 집중적인 주가조작을 벌였는데요. 불과 석 달 만에 해당 주식은 1주에 6,5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이 기간 최저 주가와 최고 주가를 비교한 주가변동폭은 ‘73.2%’에 달했습니다. 보통 단기투자의 경우 10% 변동이 생기면 익절 또는 손절 시점이라고 말하는데, 엄청나게 주가가 치솟은 겁니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이 가만둘 리 없겠죠.

검찰은 김 씨가 주가조작으로 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 “주가 급등, 나 때문 만은 아냐”...재판부도 일부 인정

김 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주가를 조작한 석 달 동안 실제로 주가가 오른 데에는 자신의 행위와 무관한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해당 주식이 공시 당일에 29%가 오르는 등 상한가를 기록했고 특허 취득 등 관련 언론 보도에 따라 몇 차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적시된 5억 원 전부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신의 주가조작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1심 재판부도 김 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습니다.김 씨 주장처럼 주가 상승에는 정상적인 거래와 언론 보도 등 외부적 상승요인이 상당 부분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김 씨가 챙겼다고 하는 5억 원에서 다른 요인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김 씨의 부당이득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가조작과 다른 요인으로 인한 상승분을 구분할 수가 없으므로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 “일반투자자 손해 입게 한 중대 범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1억 5천만 원

법원의 판단은 정확한 부당이득 규모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주가조작 행위 자체가 무죄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주가조작 행위가 건전한 자본시장의 육성과 발전을 저해하고, 불특정 다수의 일반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는 것으로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 씨가 금융기관에 근무하며 투자에 관한 법규와 윤리규범 등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주가조작을 반복적으로 실행했다며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김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조직적 범행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해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 5천만 원을 선고했는데요. 김 씨가 항소장을 제출해 사건은 2심으로 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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