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격노’에 차관회의 긴급 소집…거듭되는 ‘기강 잡기’

입력 2021.09.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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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일) 저녁 7시, 국무총리실 기자단 단톡방을 통해 예정에 없던 일정 하나가 공지됐습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오늘(9일) 아침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직기강 관련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회의 공지는 어제(8일) 오전 청와대가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 발굴을 요구했다는 어제(8일)자 조선일보.박진규 산업부 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 발굴을 요구했다는 어제(8일)자 조선일보.

■ 문 대통령 "매우 부적절…재발하면 엄중 책임"

발단은 어제 조선일보 1면,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 주자가 받아줄 공약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기사였습니다.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여러 경로로 넣어야 한다', '대선 캠프가 완성된 뒤 우리 의견을 내면 늦다'며 박 차관이 직원들에게 공약 발굴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어제(8일) 오전 11시 쯤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대통령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부 차관에 대한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며,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2021년 9월 8일 청와대 대변인 박경미

■ "우리 정부 말년 없다"…거듭되는 기강 잡기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의장단 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말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8개월 남짓 남겨두고도 지지율 40%가 넘는 전례없는 상황에서 나온 자신감 섞인 표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차기 대선 주자에게 '줄을 대려는' 듯한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 공개된 겁니다. 전형적인 임기 말 관료 사회의 병폐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박진규 차관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입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강성국 법무부 차관.

사실 공직 기강에 대한 '공개 경고'는 최근 들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우선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우산 의전' 논란이 제기됐던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하면서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공직자들의 소극적인 복지부동도 문제지만, 필요 이상의 의전 등 과잉 행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며 공직 기강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현장 취재진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공직자의 자세'에 방점을 뒀습니다.

지난 7월에도 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정치적 중립과 기강을 강조했습니다. "대선 경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 안정에 집중하라"는 공개 메시지였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8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 줄 것'을 지시하셨고, 그것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이는 그런 사안이 있어서 어제 또 한번 강조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진규 산업부 1차관.박진규 산업부 1차관.

■ 박 차관 "내부 직원 오해 있었던 듯…물의 일으켜 죄송"

대통령의 '격노'에 긴급 소집된 차관회의에는 논란의 당사자 박진규 차관도 참석했습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해당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와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박 차관은 "향후 장기 아젠다를 발굴하려 한건데 내부 직원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경위야 어떻게 됐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어제(8일) 대통령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처신과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구 실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부처에서는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 공직기강 해이행위에 대해 감찰 활동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각 부처 감사관실과 별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원의 탐문 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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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격노’에 차관회의 긴급 소집…거듭되는 ‘기강 잡기’
    • 입력 2021-09-09 13:38:56
    취재K

어제(8일) 저녁 7시, 국무총리실 기자단 단톡방을 통해 예정에 없던 일정 하나가 공지됐습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오늘(9일) 아침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직기강 관련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회의 공지는 어제(8일) 오전 청와대가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 공약 발굴을 요구했다는 어제(8일)자 조선일보.
■ 문 대통령 "매우 부적절…재발하면 엄중 책임"

발단은 어제 조선일보 1면,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이 직원들에게 '대선 주자가 받아줄 공약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기사였습니다.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여러 경로로 넣어야 한다', '대선 캠프가 완성된 뒤 우리 의견을 내면 늦다'며 박 차관이 직원들에게 공약 발굴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어제(8일) 오전 11시 쯤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대통령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부 차관에 대한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며,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2021년 9월 8일 청와대 대변인 박경미

■ "우리 정부 말년 없다"…거듭되는 기강 잡기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회의장단 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말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8개월 남짓 남겨두고도 지지율 40%가 넘는 전례없는 상황에서 나온 자신감 섞인 표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차기 대선 주자에게 '줄을 대려는' 듯한 고위 공직자의 발언이 공개된 겁니다. 전형적인 임기 말 관료 사회의 병폐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박진규 차관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입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
사실 공직 기강에 대한 '공개 경고'는 최근 들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우선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우산 의전' 논란이 제기됐던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하면서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공직자들의 소극적인 복지부동도 문제지만, 필요 이상의 의전 등 과잉 행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며 공직 기강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현장 취재진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공직자의 자세'에 방점을 뒀습니다.

지난 7월에도 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정치적 중립과 기강을 강조했습니다. "대선 경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 안정에 집중하라"는 공개 메시지였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8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 줄 것'을 지시하셨고, 그것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이는 그런 사안이 있어서 어제 또 한번 강조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진규 산업부 1차관.
■ 박 차관 "내부 직원 오해 있었던 듯…물의 일으켜 죄송"

대통령의 '격노'에 긴급 소집된 차관회의에는 논란의 당사자 박진규 차관도 참석했습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해당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와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박 차관은 "향후 장기 아젠다를 발굴하려 한건데 내부 직원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경위야 어떻게 됐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어제(8일) 대통령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처신과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구 실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부처에서는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 공직기강 해이행위에 대해 감찰 활동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각 부처 감사관실과 별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원의 탐문 활동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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