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을 때 집에서 불륜, 주거침입으로 처벌 못 해

입력 2021.09.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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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통죄' 대신 적용해온 '주거침입죄'

부부 가운데 한 명과 부정 행위를 저지를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는 이같은 형태의 간통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대표적 법 조항이 되었습니다.

3년 이하 징역, 5백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약한 처벌 수위에도, 부부 간 신뢰를 깬 간통 행위는 민사 소송에 앞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 감정이 투영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졌고, 최근에는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 대법원 "남편 몰래 집에 온 불륜남, 주거침입 적용 못 해"…37년 만에 판례 변경

대법원이 오늘(9일) 판단을 내놨습니다. 결론은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37년 동안 이어져 온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오늘(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A씨는 2019년 불륜을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3차례 들어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2심은 공동거주자인 중 한 명인 아내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면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오늘 다수 의견을 제시한 대법관 9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고, 여기서 말하는 침입이란 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형태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 성립 안 해

그러면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부재중에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형태로 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대법원 판례는 1984년부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라고 제시해왔습니다.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간통 행위를 저지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몰래 집에 들어오도록 한 것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주거침입죄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대법원 판례도 변경됐습니다.

김재형 대법관은 "공동거주자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 의견을, 안철상 대법관도 "공동거주자 한 명의 승낙을 받아 출입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출입을 거부했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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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없을 때 집에서 불륜, 주거침입으로 처벌 못 해
    • 입력 2021-09-09 16:01:44
    취재K

■ ' 간통죄' 대신 적용해온 '주거침입죄'

부부 가운데 한 명과 부정 행위를 저지를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형법 319조 주거침입죄는 이같은 형태의 간통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대표적 법 조항이 되었습니다.

3년 이하 징역, 5백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비교적 약한 처벌 수위에도, 부부 간 신뢰를 깬 간통 행위는 민사 소송에 앞서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 감정이 투영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졌고, 최근에는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 대법원 "남편 몰래 집에 온 불륜남, 주거침입 적용 못 해"…37년 만에 판례 변경

대법원이 오늘(9일) 판단을 내놨습니다. 결론은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37년 동안 이어져 온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오늘(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A씨는 2019년 불륜을 목적으로 부부가 사는 집에 3차례 들어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2심은 공동거주자인 중 한 명인 아내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면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오늘 다수 의견을 제시한 대법관 9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고, 여기서 말하는 침입이란 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형태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 성립 안 해

그러면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부재중에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형태로 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대법원 판례는 1984년부터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라고 제시해왔습니다.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한 사람의 출입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간통 행위를 저지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몰래 집에 들어오도록 한 것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주거침입죄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대법원 판례도 변경됐습니다.

김재형 대법관은 "공동거주자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 의견을, 안철상 대법관도 "공동거주자 한 명의 승낙을 받아 출입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출입을 거부했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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