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제사 지내면 좋은 일 생겨요”…법원 “사기 범죄 해당”

입력 2021.09.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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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앞에 조상의 업보가 쌓여있네요"…해법이 제사?

지난 2019년 초, 한 종교단체 소속 여성 신도 2명이 서울에 있는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주로 '길거리 포교'를 해오던 이들은 미용실 주인에게 "가게 앞에 조상의 업보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접근했습니다.

당시 생활고와 우울증을 겪고 있던 미용실 주인. 힘든 상황 속에 이들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업보를 없애기 위해서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고, 제사 비용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 또 피해자를 만나 "조상에게 계속 정성을 들여야 구원받고 앞길도 열린다"고 말해 2,000만 원을 더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로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뜯어냈습니다.

■ 법원 "사회 통념의 범위를 벗어나 많은 금액을 받는 행위는 사기"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이들의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두 신도 가운데 한 명은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 다른 한 명에게는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게, 무속 행위를 빌미로 사회 통념의 범위를 벗어나 많은 금액을 받는 행위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길흉화복과 조상의 업보 그리고 기도와 치성 사이에 완전한 관련성이 있다고 법률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또, 피해자가 지출한 돈이나 종교 활동으로 피해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볼 것이 없는 점을 종합해본다면 결국, 피해자가 어느 정도 자의로 돈을 송금하였거나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를 속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심약한 상태의 피해자에게 의도를 갖고 접근해 '치성 헌금'을 내지 않으면 피해자가 해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로지 불행만을 고지하거나 겁을 주었으며,

이에 심신이 불안정한 피해자는 이들의 말을 믿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모든 재산에 가까운 돈을 피고인들 측에게 송금하게 되었던 점을 고려해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받은 돈으로 직접 이득을 취하지 않고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재단에 전달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일부 종교단체는 경계해야


이번 판결은 과학적·논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일부 종교단체의 과도한 헌금과 제사 비용 요구에 대해 법원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결론낸 점에서 주목됩니다.

물론, 법원에서도 일반적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각종 헌금, 제사, 굿 비용까지 사기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지 않냐. 돈 내고 조상에게 제사 지내면 인생이 풀린다" "저희에게 돈을 주고 함께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정성을 들인 만큼 효험이 좋다"는 방식의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일부 종교단체가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종교 단체에서 하는 제사나 기도는 돈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나 상품을 사고 파는 행위로 판단하지 않아 소비자 구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제사나 기도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은 경우 소비자 구제절차에 따른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점도 꼭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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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내고 제사 지내면 좋은 일 생겨요”…법원 “사기 범죄 해당”
    • 입력 2021-09-10 06:02:49
    취재K

■ "가게 앞에 조상의 업보가 쌓여있네요"…해법이 제사?

지난 2019년 초, 한 종교단체 소속 여성 신도 2명이 서울에 있는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주로 '길거리 포교'를 해오던 이들은 미용실 주인에게 "가게 앞에 조상의 업보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접근했습니다.

당시 생활고와 우울증을 겪고 있던 미용실 주인. 힘든 상황 속에 이들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업보를 없애기 위해서 제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고, 제사 비용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 또 피해자를 만나 "조상에게 계속 정성을 들여야 구원받고 앞길도 열린다"고 말해 2,000만 원을 더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로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뜯어냈습니다.

■ 법원 "사회 통념의 범위를 벗어나 많은 금액을 받는 행위는 사기"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이들의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두 신도 가운데 한 명은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 다른 한 명에게는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에게, 무속 행위를 빌미로 사회 통념의 범위를 벗어나 많은 금액을 받는 행위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길흉화복과 조상의 업보 그리고 기도와 치성 사이에 완전한 관련성이 있다고 법률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또, 피해자가 지출한 돈이나 종교 활동으로 피해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볼 것이 없는 점을 종합해본다면 결국, 피해자가 어느 정도 자의로 돈을 송금하였거나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를 속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심약한 상태의 피해자에게 의도를 갖고 접근해 '치성 헌금'을 내지 않으면 피해자가 해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로지 불행만을 고지하거나 겁을 주었으며,

이에 심신이 불안정한 피해자는 이들의 말을 믿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모든 재산에 가까운 돈을 피고인들 측에게 송금하게 되었던 점을 고려해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받은 돈으로 직접 이득을 취하지 않고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재단에 전달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일부 종교단체는 경계해야


이번 판결은 과학적·논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일부 종교단체의 과도한 헌금과 제사 비용 요구에 대해 법원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결론낸 점에서 주목됩니다.

물론, 법원에서도 일반적인 수준에서 진행되는 각종 헌금, 제사, 굿 비용까지 사기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지 않냐. 돈 내고 조상에게 제사 지내면 인생이 풀린다" "저희에게 돈을 주고 함께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정성을 들인 만큼 효험이 좋다"는 방식의 감언이설로 접근하는 일부 종교단체가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종교 단체에서 하는 제사나 기도는 돈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나 상품을 사고 파는 행위로 판단하지 않아 소비자 구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제사나 기도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은 경우 소비자 구제절차에 따른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점도 꼭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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