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추행이 일반적 괴롭힘?…“군대 내 현실, 드라마와 유사”

입력 2021.09.10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인터뷰

- 드라마와 현실 다르다?..."위험한 시그널"
- "군대 안에서 벌이는 행동은 천태만상"
- 지난해 해군서 드라마와 유사한 성추행 사건 발생
- 가해자들, "그냥 괴롭힘의 일종"
- 군인권센터 연간 1,800건 상담 접수
- '계급 뚜렷' 군대 내 인권 침해 요소 많아
- 군사법체계 따라 판·검사도 지휘관 지휘받아
- 군 간부·병사 중 7~80%, 민간 수사 원해
- 지속적인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 필요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9월 9일(목)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인터뷰 :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조혜진: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사무국장님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형남: 네. 안녕하세요.

조혜진: 국장님, 먼저 최근 드라마 D.P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보셨어요?

김형남: 네. 저는 봤습니다. 사회적으로 사실 이렇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드라마가 최근에 있었나 싶은 생각이 좀 드는데요. 아무래도 D.P를 보는 시청자들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또 읽어낼 수 있는 부분들이 제각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조혜진: D.P에 대해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 나와서 조금 극화된 부분이 있고 지금은 병영문화를 많이 개선했다, 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이 발언에 대해서?

김형남: 20년~30년보다 지금이 당연히 병영의 인권 상황이라는 것이 나아졌겠죠. 그렇지만 저는 드라마에 나오는 각각의 장면이 요즘 군대에도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군대는 특히나 징병제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사람이 나갑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벌이는 행동은 천태만상이 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인권 침해라는 것이 수위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벌어질 수 있는 구조를 우리 군이 지금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거지요.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얼차려를 시키느냐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요즘은 그런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오히려 굉장히 위험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혜진: 드라마 주인공은 탈영병을 쫓는 D.P입니다. 이 D.P라는 게 육군 군무이탈 체포 전담조를 말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탈영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많이 잡으러 가나요?

김형남: 우리가 탈영이라고 하면 보통 상상하는 것이 부대 병사가 철조망을 넘어서 부대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케이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휴가나 외출, 외박을 나갔다가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추적해서 잡으러 가는 역할을 군사경찰이 하는 것인데 사실 드라마에 나오는 D.P는 내년 7월부터는 폐지됩니다.

조혜진: 드라마에서 보면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도 있지만 굉장히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그런 가혹행위들도 있거든요?

김형남: 사실 요즘도 있느냐 없느냐라는 논쟁으로 가게 되면 저는 거기 나오는 사례들이 최근 2~3년 안에 다 실제적인 인권 침해 사건으로 발생했다고 사례를 들어서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일반화돼 있다고 제가 얘기할 수는 없죠. 어딘가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는 사건들이고 이게 없다고 장관이 단정 짓는 것은 마치 군 안에 인권 침해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응이나 대책은 고민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로 현장에서 읽힐 수도 있다는 건데요. 한 가지 예시로 2020년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불과 1년 전이죠. 해병대에서 있었던 사건인데 병사가 병사를 상대로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키는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금 재판을 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지금 강제 추행죄로 기소되어서 재판을 하고 있는데 추행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고요.

조혜진: 그러면 왜 그랬다고 하나요?

김형남: 그냥 일종의 괴롭힘이기 때문에 강제 추행죄를 적용해서 나를 성범죄자로 만들지 말아달라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가해자들이. 드라마에 보면 가해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하는데 ‘그냥 저 사람을 이 정도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았어, 성적으로 모멸감을 줘도 그냥 되는 줄 알았어. 왜? 저 사람은 나의 후임이니까, 그리고 나도 예전에 선임한테 비슷한 일을 당했으니까’라고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는 이렇게 그냥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조혜진: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군대 내에서의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김형남: 연간에 저희가 접수하는 상담이 1,800건 정도가 됩니다. 저희에게 찾아오시는 분들의 많은 경우는 군 안에서 한 번쯤 신고해본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군 내부에 믿고 나의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조혜진: 그래서 군인권센터에서 며칠 전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 해군에서 집단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고 그 피해자가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건 같은 어떤 사건인가요?

김형남: 해군에서 올해 벌어진 사건이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불과 한 3개월 전인 6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피해자는 올해 초까지 그 청해부대에 파견을 나갔다 왔던 배인 강감찬함에 배치됐었고 군 복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아버지가 크게 다쳐서 청원 휴가를 나가게 됩니다, 간병 목적으로. 그래서 아버지를 간병하고 2주 있다가 부대에 돌아왔어요. 그랬더니 부대의 선임들이 ‘쟤는 신의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다쳐서 간병을 하러 나갔다 온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병이 전입해 오자마자 휴가를 나간 게 아니꼽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했던 것이죠.

조혜진: 그렇다면 지금 현재 수사 상황은 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김형남: 피해자의 부모님들께서 사실 제일 불만스러워 하는 것이 또 수사 상황이기도 합니다. 지금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벌써 두 달 반, 석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제대로 수사가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군 수사관 같은 경우는 이런 얘기도 했다고 해요. 자기가 해군에서 성추행 피해로 사망한 사건도 수사하게 돼 이 사건은 좀 늦어질 수 있다고요. 피·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겪게끔 방조했었던 강감찬함의 함장과 부장은 지금 국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 청해부대에 파견을 나갑니다. 지금 두 달 반이 넘게 다른 데 가 있으면 진술 오염이 될 수 있는 여지들이 충분히 많았던 것이죠.

조혜진: 그렇군요. 이런 반복적인 어떤 가혹 행위라든지 학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김형남: 사실 어느 조직이나 인권 상황을 개선할 때는 ‘완료’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모여있는 집단 안에서 권력 관계가 특히 존재하는 이런 군대 같은 조직에서는 계급이 뚜렷하기 때문에는 언제든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그렇다면 계속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사건이 진상이 잘 규명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이 중요 한데 계속 사건이 반복된다는 것은 이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음을 방증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은폐하고 무마해야 이 조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깔려 있기 때문에 앞선 성추행 피해자들도 부대에서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해 주지 않고 피해자를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결국에는 사망을 하게 되는 케이스들이었지 않습니까? 탈영이라는 것은 사실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은 아니죠, 드라마에서도 피해자들이 탈영하는데 언젠가는 잡혀 오고 본인이 원래 처해 있었던 상황에 대한 문제는 잘 해결이 되지 않는 것들을 목도하죠. 군이라는 조직이 피해자가 부대 밖으로 도망을 가거나 사망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일련의 사건이나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조혜진: 최근에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이후로 민관군 합동으로 해서 개선의 방향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잖아요. 어떤 논의가 좀 진행이 됐고 그게 지금 현재 어떤 상태인지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형남: 민관군 합동 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에 지시해서 출범하게 됩니다. 6월 말에 출범했었고 9월 말까지로 지금 활동이 예정된 상황인데 이 민관군 합동 위원회가 지금 파행으로 가고 있다는 뉴스들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체 민관 위원의 숫자가 50에서 60명 정도가 되는 상황인데 이 중에 15명의 위원들이 사퇴했습니다. 사퇴하면서 공통적으로 ‘국방부의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민관군 합동 위원회가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사퇴를 하셨습니다.

조혜진: 국방부의 개혁 의지가 없었다, 왜 이런 판단이 나온 걸까요?

김형남: 지난달 말에 국회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군에 수사나 재판을 맡겨놓을 수가 없다고 문제의식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군 내부에서 사실상 지휘관이 모든 것들을 다 지휘하고 통솔하기 때문에 판사도 검사도 경찰도 지휘관의 다 부하입니다. 지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법으로 갖춰져 있어요. 그게 기존의 군사법원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사법원의 재판, 사법 기능, 군 검찰이나 군사경찰의 수사나 기소권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이게 국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됐습니다. 그리고 국방부는 아주 극렬하게 이 부분을 반대합니다. 결국,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는데 미봉책으로 아주 후퇴한 개혁안으로 개정됩니다.

조혜진: 앞서 모니터링이 잘 돼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군대 내 인권 감독관을 두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김형남: 군 인권 보호관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감시와 외부에 군인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민관군 합동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장군들도 군에서 수사받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60%밖에 안 됩니다. 장군들조차도 40%가 민간에서 수사를 받고 싶다고 해요. 군인 간부들이나 병사들은 70% 이상이 민간에서 받고 싶다고 답변해요. 그러니까 군 인권 보호관을 만들자는 것도 외부에서 군을 감독하고 인권 보호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자는 제도적인 대책이죠.

조혜진: 그렇겠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앞으로 군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형남: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인터뷰] 성추행이 일반적 괴롭힘?…“군대 내 현실, 드라마와 유사”
    • 입력 2021-09-10 08:00:11
    용감한라이브
<strong>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인터뷰</strong><br /><br />- 드라마와 현실 다르다?..."위험한 시그널"<br />- "군대 안에서 벌이는 행동은 천태만상"<br />- 지난해 해군서 드라마와 유사한 성추행 사건 발생<br />- 가해자들, "그냥 괴롭힘의 일종"<br />- 군인권센터 연간 1,800건 상담 접수<br />- '계급 뚜렷' 군대 내 인권 침해 요소 많아<br />- 군사법체계 따라 판·검사도 지휘관 지휘받아<br />- 군 간부·병사 중 7~80%, 민간 수사 원해<br />- 지속적인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 필요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9월 9일(목) 14:0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인터뷰 :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조혜진: 군인권센터의 김형남 사무국장님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형남: 네. 안녕하세요.

조혜진: 국장님, 먼저 최근 드라마 D.P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보셨어요?

김형남: 네. 저는 봤습니다. 사회적으로 사실 이렇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드라마가 최근에 있었나 싶은 생각이 좀 드는데요. 아무래도 D.P를 보는 시청자들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또 읽어낼 수 있는 부분들이 제각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조혜진: D.P에 대해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 나와서 조금 극화된 부분이 있고 지금은 병영문화를 많이 개선했다, 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이 발언에 대해서?

김형남: 20년~30년보다 지금이 당연히 병영의 인권 상황이라는 것이 나아졌겠죠. 그렇지만 저는 드라마에 나오는 각각의 장면이 요즘 군대에도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쟁을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군대는 특히나 징병제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사람이 나갑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벌이는 행동은 천태만상이 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인권 침해라는 것이 수위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벌어질 수 있는 구조를 우리 군이 지금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거지요.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얼차려를 시키느냐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요즘은 그런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오히려 굉장히 위험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혜진: 드라마 주인공은 탈영병을 쫓는 D.P입니다. 이 D.P라는 게 육군 군무이탈 체포 전담조를 말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탈영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많이 잡으러 가나요?

김형남: 우리가 탈영이라고 하면 보통 상상하는 것이 부대 병사가 철조망을 넘어서 부대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케이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휴가나 외출, 외박을 나갔다가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이 사람이 어디 있는지 추적해서 잡으러 가는 역할을 군사경찰이 하는 것인데 사실 드라마에 나오는 D.P는 내년 7월부터는 폐지됩니다.

조혜진: 드라마에서 보면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도 있지만 굉장히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그런 가혹행위들도 있거든요?

김형남: 사실 요즘도 있느냐 없느냐라는 논쟁으로 가게 되면 저는 거기 나오는 사례들이 최근 2~3년 안에 다 실제적인 인권 침해 사건으로 발생했다고 사례를 들어서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일반화돼 있다고 제가 얘기할 수는 없죠. 어딘가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는 사건들이고 이게 없다고 장관이 단정 짓는 것은 마치 군 안에 인권 침해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응이나 대책은 고민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로 현장에서 읽힐 수도 있다는 건데요. 한 가지 예시로 2020년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불과 1년 전이죠. 해병대에서 있었던 사건인데 병사가 병사를 상대로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키는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금 재판을 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지금 강제 추행죄로 기소되어서 재판을 하고 있는데 추행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고요.

조혜진: 그러면 왜 그랬다고 하나요?

김형남: 그냥 일종의 괴롭힘이기 때문에 강제 추행죄를 적용해서 나를 성범죄자로 만들지 말아달라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가해자들이. 드라마에 보면 가해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하는데 ‘그냥 저 사람을 이 정도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았어, 성적으로 모멸감을 줘도 그냥 되는 줄 알았어. 왜? 저 사람은 나의 후임이니까, 그리고 나도 예전에 선임한테 비슷한 일을 당했으니까’라고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는 이렇게 그냥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조혜진: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군대 내에서의 어려움은 어떤 점이 있나요?

김형남: 연간에 저희가 접수하는 상담이 1,800건 정도가 됩니다. 저희에게 찾아오시는 분들의 많은 경우는 군 안에서 한 번쯤 신고해본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군 내부에 믿고 나의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조혜진: 그래서 군인권센터에서 며칠 전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 해군에서 집단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고 그 피해자가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사건 같은 어떤 사건인가요?

김형남: 해군에서 올해 벌어진 사건이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불과 한 3개월 전인 6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피해자는 올해 초까지 그 청해부대에 파견을 나갔다 왔던 배인 강감찬함에 배치됐었고 군 복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아버지가 크게 다쳐서 청원 휴가를 나가게 됩니다, 간병 목적으로. 그래서 아버지를 간병하고 2주 있다가 부대에 돌아왔어요. 그랬더니 부대의 선임들이 ‘쟤는 신의 아들이다’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다쳐서 간병을 하러 나갔다 온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병이 전입해 오자마자 휴가를 나간 게 아니꼽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했던 것이죠.

조혜진: 그렇다면 지금 현재 수사 상황은 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김형남: 피해자의 부모님들께서 사실 제일 불만스러워 하는 것이 또 수사 상황이기도 합니다. 지금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벌써 두 달 반, 석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제대로 수사가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군 수사관 같은 경우는 이런 얘기도 했다고 해요. 자기가 해군에서 성추행 피해로 사망한 사건도 수사하게 돼 이 사건은 좀 늦어질 수 있다고요. 피·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겪게끔 방조했었던 강감찬함의 함장과 부장은 지금 국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 청해부대에 파견을 나갑니다. 지금 두 달 반이 넘게 다른 데 가 있으면 진술 오염이 될 수 있는 여지들이 충분히 많았던 것이죠.

조혜진: 그렇군요. 이런 반복적인 어떤 가혹 행위라든지 학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김형남: 사실 어느 조직이나 인권 상황을 개선할 때는 ‘완료’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모여있는 집단 안에서 권력 관계가 특히 존재하는 이런 군대 같은 조직에서는 계급이 뚜렷하기 때문에는 언제든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그렇다면 계속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사건이 진상이 잘 규명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이 중요 한데 계속 사건이 반복된다는 것은 이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음을 방증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은폐하고 무마해야 이 조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깔려 있기 때문에 앞선 성추행 피해자들도 부대에서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해 주지 않고 피해자를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결국에는 사망을 하게 되는 케이스들이었지 않습니까? 탈영이라는 것은 사실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은 아니죠, 드라마에서도 피해자들이 탈영하는데 언젠가는 잡혀 오고 본인이 원래 처해 있었던 상황에 대한 문제는 잘 해결이 되지 않는 것들을 목도하죠. 군이라는 조직이 피해자가 부대 밖으로 도망을 가거나 사망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일련의 사건이나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조혜진: 최근에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이후로 민관군 합동으로 해서 개선의 방향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잖아요. 어떤 논의가 좀 진행이 됐고 그게 지금 현재 어떤 상태인지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형남: 민관군 합동 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에 지시해서 출범하게 됩니다. 6월 말에 출범했었고 9월 말까지로 지금 활동이 예정된 상황인데 이 민관군 합동 위원회가 지금 파행으로 가고 있다는 뉴스들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체 민관 위원의 숫자가 50에서 60명 정도가 되는 상황인데 이 중에 15명의 위원들이 사퇴했습니다. 사퇴하면서 공통적으로 ‘국방부의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민관군 합동 위원회가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사퇴를 하셨습니다.

조혜진: 국방부의 개혁 의지가 없었다, 왜 이런 판단이 나온 걸까요?

김형남: 지난달 말에 국회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군에 수사나 재판을 맡겨놓을 수가 없다고 문제의식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군 내부에서 사실상 지휘관이 모든 것들을 다 지휘하고 통솔하기 때문에 판사도 검사도 경찰도 지휘관의 다 부하입니다. 지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법으로 갖춰져 있어요. 그게 기존의 군사법원법이었습니다. 그래서 군사법원의 재판, 사법 기능, 군 검찰이나 군사경찰의 수사나 기소권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이게 국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됐습니다. 그리고 국방부는 아주 극렬하게 이 부분을 반대합니다. 결국,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는데 미봉책으로 아주 후퇴한 개혁안으로 개정됩니다.

조혜진: 앞서 모니터링이 잘 돼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군대 내 인권 감독관을 두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김형남: 군 인권 보호관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감시와 외부에 군인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민관군 합동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장군들도 군에서 수사받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60%밖에 안 됩니다. 장군들조차도 40%가 민간에서 수사를 받고 싶다고 해요. 군인 간부들이나 병사들은 70% 이상이 민간에서 받고 싶다고 답변해요. 그러니까 군 인권 보호관을 만들자는 것도 외부에서 군을 감독하고 인권 보호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자는 제도적인 대책이죠.

조혜진: 그렇겠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앞으로 군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형남: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