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무산…남북관계 미칠 영향은?

입력 2021.09.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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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올림픽위원회(NOC)에 내년 말까지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자, 정작 우리 정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에서 또 한 번의 '올림픽 기적'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어게인 평창' 희망 좌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관계에서 격동의 1년을 알리는 서막이었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한에 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됐습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또 한 번의 '미라클'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운 기차가 평양으로 넘어가,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우고,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다"는,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열차는 너무 앞서간 이야기일지라도, 정부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준비해볼 수 있는 남북 간 이벤트가 여럿 있었습니다. 평창올림픽 때처럼 남북 단일팀을 꾸리거나,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 등입니다.

특히,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북한과 한 번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한 뒤, 그 분위기가 다음 정권으로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왔습니다.

■ "최종 확정 아니다…상황 더 볼 것"

이 때문에 2022년까지 북한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한 IOC 결정이 나오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계기 하나가 날아가는 것"이라며, "아직 IOC의 방침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고, 개최국인 중국의 역할도 있어서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10일) 기자단과 서면 질의응답에서 IOC 징계 결정에 대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로, 베이징 올림픽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서 남북 간 스포츠 교류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방안을 계속 찾아보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코로나19, 어차피 참석 안 했을 것"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여러 가지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살이 빠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주황색 방역복을 입고 행진하는 북한의 방역담당자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광장에 운집한 열병대원이나 평양시민 중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게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 임기 마친 대사도 귀국 못 해

북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자 바로 국경을 닫아 걸었습니다. 우방국인 중국이 지원하는 식량조차 받아가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교체됐는데, 전임 지재룡 대사는 임기 만료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철수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관계자들도 베이징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IOC 징계 덕분에 중국에 덜 미안?"


이 같은 상황 때문에 IOC의 징계가 아니더라도, 북한은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IOC 징계 사유가 된 '도쿄 올림픽 불참'도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처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랜 제재로 의약품이 부족한데다 잇따른 자연재해로 식량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군인과 주민들을 동원해 경제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유입되면 모든 것이 멈추게 됩니다. 내우외환,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혈맹' 중국에 '올림픽 불참'을 통보하기 미안했을 텐데, IOC 징계로 북한이 중국에 '덜' 미안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북한은 IOC 징계 방침이 알려진 뒤로,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문화체육 행사로 큰 기대 말아야"

문화 체육 행사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구상이 더는 안 통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이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2018년에서 2019년 초에 걸쳐 이뤄진 숱한 남북·북미 간 접촉들을 통해서 남북미는 서로의 의사와 입장에 대한 확인은 끝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려면 올림픽 이벤트 같은 우회로가 아닌,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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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무산…남북관계 미칠 영향은?
    • 입력 2021-09-10 18:21:01
    취재K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올림픽위원회(NOC)에 내년 말까지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자, 정작 우리 정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에서 또 한 번의 '올림픽 기적'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어게인 평창' 희망 좌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관계에서 격동의 1년을 알리는 서막이었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한에 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됐습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 또 한 번의 '미라클'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서울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운 기차가 평양으로 넘어가,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을 태우고,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다"는,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열차는 너무 앞서간 이야기일지라도, 정부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준비해볼 수 있는 남북 간 이벤트가 여럿 있었습니다. 평창올림픽 때처럼 남북 단일팀을 꾸리거나,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 등입니다.

특히,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북한과 한 번 더 의미 있는 '대화'를 한 뒤, 그 분위기가 다음 정권으로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종종 나왔습니다.

■ "최종 확정 아니다…상황 더 볼 것"

이 때문에 2022년까지 북한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한 IOC 결정이 나오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계기 하나가 날아가는 것"이라며, "아직 IOC의 방침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고, 개최국인 중국의 역할도 있어서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10일) 기자단과 서면 질의응답에서 IOC 징계 결정에 대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로, 베이징 올림픽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서 남북 간 스포츠 교류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방안을 계속 찾아보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코로나19, 어차피 참석 안 했을 것"


북한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여러 가지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살이 빠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주황색 방역복을 입고 행진하는 북한의 방역담당자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광장에 운집한 열병대원이나 평양시민 중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게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 임기 마친 대사도 귀국 못 해

북한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자 바로 국경을 닫아 걸었습니다. 우방국인 중국이 지원하는 식량조차 받아가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가 교체됐는데, 전임 지재룡 대사는 임기 만료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철수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관계자들도 베이징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IOC 징계 덕분에 중국에 덜 미안?"


이 같은 상황 때문에 IOC의 징계가 아니더라도, 북한은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IOC 징계 사유가 된 '도쿄 올림픽 불참'도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처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랜 제재로 의약품이 부족한데다 잇따른 자연재해로 식량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군인과 주민들을 동원해 경제 건설을 추진해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유입되면 모든 것이 멈추게 됩니다. 내우외환,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혈맹' 중국에 '올림픽 불참'을 통보하기 미안했을 텐데, IOC 징계로 북한이 중국에 '덜' 미안하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북한은 IOC 징계 방침이 알려진 뒤로,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문화체육 행사로 큰 기대 말아야"

문화 체육 행사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구상이 더는 안 통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이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2018년에서 2019년 초에 걸쳐 이뤄진 숱한 남북·북미 간 접촉들을 통해서 남북미는 서로의 의사와 입장에 대한 확인은 끝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려면 올림픽 이벤트 같은 우회로가 아닌,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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