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바이든-시진핑 통화…왜 지금, 무엇을 말했나?

입력 2021.09.11 (07:02) 수정 2021.09.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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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화 사실을 알리는 중국 관영 CCTV 화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화 사실을 알리는 중국 관영 CCTV 화면

한창 갈등 중인 두 강대국의 정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번째, 7개월만의 통화입니다. 90분 정도의 통화였다고 전해집니다.

■ 조 바이든-시진핑 90분 통화...백악관은 5문장 보도자료

일단 미중 두나라가 공식적으로 밝힌 정상 통화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 어떤 내용을 밝혔는지를 보면, 누가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목을 빼고 딱 5문장의 백악관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양국간 이해관계가 겹치는 분야와 이익·가치·시각이 갈리는 분야로 나눠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세계는 물론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관심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두 정상이 양국간 경쟁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하자는데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산과 물이 겹겹이 막아 길이 없나 했더니, 갑자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있었다”는 남송 시대 시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산과 물이 겹겹이 막아 길이 없나 했더니, 갑자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있었다”는 남송 시대 시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비해 중국은 관영매체 신화사 통신 보도문을 통해 상대적으로 긴 내용을 전했습니다.

중국은 보통 최고 지도자의 외교 관련 주요 뉴스는 신화사가 보도문을 내면, 인민일보가 그대로 지면에 싣고, CCTV가 그대로 방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화사 보도문이 사실상 보도자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신화사 등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대중 정책으로 미중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공통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자"고 말한 뒤, 기후 변화, 코로나19, 경제 회복 등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강조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 중국 매체 "바이든, '하나의 중국' 정책 바꿀 생각 없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한 점을 놓치지 않고 전했습니다. 타이완은 물론 홍콩, 신장 등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영토 주권 문제를 미국이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중국 측 속내가 드러납니다.

중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양국이 중요하고 우선적인 영역을 정해 오판과 뜻밖의 충돌을 피하고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기후 변화 등 주요 문제에 있어 중국과 소통과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 시간 9월 9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사실을 짧은 보도문으로 정리해 밝혔다. (사진=미 백악관 홈페이지)미국 백악관은 현지 시간 9월 9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사실을 짧은 보도문으로 정리해 밝혔다. (사진=미 백악관 홈페이지)

요약 하면, 미 백악관 발표는 '미중 양국이 서로의 이해 관계가 걸린 현안들을 논의했고, 경쟁이 자칫 큰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는 취지가 읽힙니다.

중국 측은 '미국에게 대중 정책의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했고, 특히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고 싶어합니다.

■ 미중 정상, 왜 이 시점에 통화했나?

미중 두 나라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 정상의 대화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통화 내용만 놓고 보면 뚜렷한 단기적 현안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다른 주요 사안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두 사람이 통화를 했는지와도 관련있지 않을까요?

이번 통화는 9.11 테러 20주기를 앞뒀지만 양국 모두 이 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시 주석이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중국 매체가 전했지만 이 때문에 전화를 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9월 7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피해를 입은 뉴욕과 뉴저지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9월 7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피해를 입은 뉴욕과 뉴저지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국 CNN 방송은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 등 여러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고 있는 와중에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 뒤 탈레반이 임시정부를 선언한 직후라는 점을 모두에 강조했습니다. 미중 매체들 역시 통화 배경에 대한 분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상황을 통해 배경을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 아프간·남중국해·기업 투자 등 이해 걸린 현안 산적

일단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중요합니다. 미국이 예정보다 빨리, 그것도 무질서하게 철수하면서 벌어진 혼란 속에, 중국은 비교적 탈레반측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할 바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백신 제공, 인프라 사업 등을 탈레반에 제안하며 미군 철수 후 아프간에서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과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9월 6일부터 중국 허난성에서 열린 열린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태국 등이 참가한 공동 대 테러 훈련.(사진=연합뉴스)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과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9월 6일부터 중국 허난성에서 열린 열린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태국 등이 참가한 공동 대 테러 훈련.(사진=연합뉴스)

반면 중국 역시 신장 분리주의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아프간을 근거로 활동하지 않도록 제어하는데 미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1월 ETIM을 터러집단 리스트에서 삭제한데 대해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국경 지대의 불안을 방조하거나 부추기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미중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인 충돌도 예방해야 합니다.

미 해군은 동맹국 해군과 8월 남중국해 일대에서 합동 훈련을 했습니다. 중국 해군도 타이완 인근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력 시위 성격의 해상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미 구축함이 훈련 중인 중국 해군 전단 사이로 파고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제 분야 갈등 역시 조율이 필요합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우호 국가들과의 보조를 중시하면서 미중 경제의 이른바 디커플링(분리)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빅테크 기업 '디디추싱'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디디추싱'의 주가는 폭락했고 스스로 미국 증시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 마저 돌았습니다. 중국 당국은 나아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 어렵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사진=연합뉴스)중국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사진=연합뉴스)

마윈의 앤트그룹이 투자한 자전거 공유업체 '헬로'가 미국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었고 온라인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IPO 철회를 신청했습니다. 의료 데이터 업체 '링크독테크놀로지'도 미국 IPO를 포기했습니다.

중국은 대신 상하이, 선전에 이어 베이징에도 증권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제조 가치사슬에 이어 '자본' 측면에서도 디커플링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는 이른바 '홍색 자본가'들이 미국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등 월스트리트 자본을 유치해 번창했습니다. 이같은 밀월 관계에 금이 가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미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최근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중국이 자력으로 코로나19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경제, 기술, 군사 패권 경쟁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할 이유도 많이 있습니다. 두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이슈도 물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미국 고위 관리 "먹어봐야 맛을 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정상간 통화에 대한 미국 측의 기대를 전했습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는데, 시 주석과의 직접 대화가 미중 관계의 답보 상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 하나의 테스트로 주시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에 대한 기대입니다.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추후 문제 해결의 실마리 또는 분위기 조성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엿보입니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The proof will be in the pudding" (먹어봐야 맛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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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바이든-시진핑 통화…왜 지금, 무엇을 말했나?
    • 입력 2021-09-11 07: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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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통화 사실을 알리는 중국 관영 CCTV 화면
한창 갈등 중인 두 강대국의 정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번째, 7개월만의 통화입니다. 90분 정도의 통화였다고 전해집니다.

■ 조 바이든-시진핑 90분 통화...백악관은 5문장 보도자료

일단 미중 두나라가 공식적으로 밝힌 정상 통화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 어떤 내용을 밝혔는지를 보면, 누가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목을 빼고 딱 5문장의 백악관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양국간 이해관계가 겹치는 분야와 이익·가치·시각이 갈리는 분야로 나눠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세계는 물론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관심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두 정상이 양국간 경쟁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하자는데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산과 물이 겹겹이 막아 길이 없나 했더니, 갑자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있었다”는 남송 시대 시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비해 중국은 관영매체 신화사 통신 보도문을 통해 상대적으로 긴 내용을 전했습니다.

중국은 보통 최고 지도자의 외교 관련 주요 뉴스는 신화사가 보도문을 내면, 인민일보가 그대로 지면에 싣고, CCTV가 그대로 방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화사 보도문이 사실상 보도자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신화사 등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대중 정책으로 미중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공통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자"고 말한 뒤, 기후 변화, 코로나19, 경제 회복 등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강조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 중국 매체 "바이든, '하나의 중국' 정책 바꿀 생각 없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한 점을 놓치지 않고 전했습니다. 타이완은 물론 홍콩, 신장 등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영토 주권 문제를 미국이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중국 측 속내가 드러납니다.

중국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양국이 중요하고 우선적인 영역을 정해 오판과 뜻밖의 충돌을 피하고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기후 변화 등 주요 문제에 있어 중국과 소통과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현지 시간 9월 9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사실을 짧은 보도문으로 정리해 밝혔다. (사진=미 백악관 홈페이지)
요약 하면, 미 백악관 발표는 '미중 양국이 서로의 이해 관계가 걸린 현안들을 논의했고, 경쟁이 자칫 큰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는 취지가 읽힙니다.

중국 측은 '미국에게 대중 정책의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했고, 특히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하고 싶어합니다.

■ 미중 정상, 왜 이 시점에 통화했나?

미중 두 나라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양국 정상의 대화는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통화 내용만 놓고 보면 뚜렷한 단기적 현안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다른 주요 사안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두 사람이 통화를 했는지와도 관련있지 않을까요?

이번 통화는 9.11 테러 20주기를 앞뒀지만 양국 모두 이 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시 주석이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중국 매체가 전했지만 이 때문에 전화를 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9월 7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피해를 입은 뉴욕과 뉴저지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국 CNN 방송은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 등 여러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비난하고 있는 와중에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 뒤 탈레반이 임시정부를 선언한 직후라는 점을 모두에 강조했습니다. 미중 매체들 역시 통화 배경에 대한 분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상황을 통해 배경을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 아프간·남중국해·기업 투자 등 이해 걸린 현안 산적

일단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중요합니다. 미국이 예정보다 빨리, 그것도 무질서하게 철수하면서 벌어진 혼란 속에, 중국은 비교적 탈레반측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할 바가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백신 제공, 인프라 사업 등을 탈레반에 제안하며 미군 철수 후 아프간에서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과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9월 6일부터 중국 허난성에서 열린 열린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태국 등이 참가한 공동 대 테러 훈련.(사진=연합뉴스)
반면 중국 역시 신장 분리주의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아프간을 근거로 활동하지 않도록 제어하는데 미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1월 ETIM을 터러집단 리스트에서 삭제한데 대해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국경 지대의 불안을 방조하거나 부추기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미중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인 충돌도 예방해야 합니다.

미 해군은 동맹국 해군과 8월 남중국해 일대에서 합동 훈련을 했습니다. 중국 해군도 타이완 인근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력 시위 성격의 해상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미 구축함이 훈련 중인 중국 해군 전단 사이로 파고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제 분야 갈등 역시 조율이 필요합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우호 국가들과의 보조를 중시하면서 미중 경제의 이른바 디커플링(분리)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빅테크 기업 '디디추싱'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디디추싱'의 주가는 폭락했고 스스로 미국 증시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루머 마저 돌았습니다. 중국 당국은 나아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 어렵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사진=연합뉴스)
마윈의 앤트그룹이 투자한 자전거 공유업체 '헬로'가 미국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었고 온라인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IPO 철회를 신청했습니다. 의료 데이터 업체 '링크독테크놀로지'도 미국 IPO를 포기했습니다.

중국은 대신 상하이, 선전에 이어 베이징에도 증권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제조 가치사슬에 이어 '자본' 측면에서도 디커플링의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는 이른바 '홍색 자본가'들이 미국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등 월스트리트 자본을 유치해 번창했습니다. 이같은 밀월 관계에 금이 가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미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최근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중국이 자력으로 코로나19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경제, 기술, 군사 패권 경쟁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할 이유도 많이 있습니다. 두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이슈도 물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 미국 고위 관리 "먹어봐야 맛을 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정상간 통화에 대한 미국 측의 기대를 전했습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는데, 시 주석과의 직접 대화가 미중 관계의 답보 상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 하나의 테스트로 주시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에 대한 기대입니다.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추후 문제 해결의 실마리 또는 분위기 조성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엿보입니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The proof will be in the pudding" (먹어봐야 맛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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