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 혜택 누리고 양육은 나몰라라…위탁가정은 권한 없어

입력 2021.09.11 (07:28) 수정 2021.09.1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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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위탁가정제도'가 있는데요.

양육에서 손을 뗀 친부모가 '친권'을 행사하며 혜택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있어, 정작 실제로는 아동을 키우는 위탁가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작은 반지하방, 30대 미혼인 이선영 씨가 8살 조카를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남동생인 아이의 친아빠는 3년 전 가출해 연락이 끊긴 상태.

그런데 조카 명의의 통장에서 각종 지원금은 계속 빠져 나갔습니다.

[이선영/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아동수당이랑 이렇게. (아이 아빠가) 다 바로 바로 찾아간 거예요. 후원금이랑 재난지원금 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경희 씨.

생후 5개월 아이를 처음 만나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법적 관계는 '동거인'이었습니다.

학교에 낼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해, 아이의 휴대전화, 보험 가입,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김경희/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관계가 어떤 증명이 안 되면 그게 가장 힘들더라고요. 남이잖아요."]

친권자인 아빠가 사망하고 나서야 김 씨는 아이의 '법정 대리인' 자격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수차례 서류를 보완하고 탄원서까지 제출한 끝에 1년 반 만에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김경희/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관계를 확실하게 기재를 해라. 그래서 제가 이 탄원서와 함께 나는 왜 엄마라고 적을 수밖에 없는지..."]

위탁가정에서 사는 미성년 아동은 7,400여 명, 10명 중 7명꼴로 친권자, 즉 낳은 부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육은 포기하면서 친권 혜택만 누려도 위탁가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습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 :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되야겠죠. 예를 들어 위탁 부모에게 친권을 대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적극 보장해야 할 것이고요."]

친권 제한이 까다로운 만큼,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아이들입니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나라는 부모 중심으로 권력화되어 있어요, 친권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아동의 권리를 핵심에 놓아야 되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필요할 경우 긴급 후견인을 세워 아동이 의료와 교육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 윤동욱/영상편집:박상규/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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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권’ 혜택 누리고 양육은 나몰라라…위탁가정은 권한 없어
    • 입력 2021-09-11 07:28:52
    • 수정2021-09-11 07: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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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위탁가정제도'가 있는데요.

양육에서 손을 뗀 친부모가 '친권'을 행사하며 혜택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있어, 정작 실제로는 아동을 키우는 위탁가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작은 반지하방, 30대 미혼인 이선영 씨가 8살 조카를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남동생인 아이의 친아빠는 3년 전 가출해 연락이 끊긴 상태.

그런데 조카 명의의 통장에서 각종 지원금은 계속 빠져 나갔습니다.

[이선영/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아동수당이랑 이렇게. (아이 아빠가) 다 바로 바로 찾아간 거예요. 후원금이랑 재난지원금 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김경희 씨.

생후 5개월 아이를 처음 만나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법적 관계는 '동거인'이었습니다.

학교에 낼 가족관계증명서를 비롯해, 아이의 휴대전화, 보험 가입,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김경희/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관계가 어떤 증명이 안 되면 그게 가장 힘들더라고요. 남이잖아요."]

친권자인 아빠가 사망하고 나서야 김 씨는 아이의 '법정 대리인' 자격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수차례 서류를 보완하고 탄원서까지 제출한 끝에 1년 반 만에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김경희/가명/음성변조/위탁가정 양육자 : "관계를 확실하게 기재를 해라. 그래서 제가 이 탄원서와 함께 나는 왜 엄마라고 적을 수밖에 없는지..."]

위탁가정에서 사는 미성년 아동은 7,400여 명, 10명 중 7명꼴로 친권자, 즉 낳은 부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육은 포기하면서 친권 혜택만 누려도 위탁가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습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 :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되야겠죠. 예를 들어 위탁 부모에게 친권을 대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적극 보장해야 할 것이고요."]

친권 제한이 까다로운 만큼,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아이들입니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나라는 부모 중심으로 권력화되어 있어요, 친권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아동의 권리를 핵심에 놓아야 되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필요할 경우 긴급 후견인을 세워 아동이 의료와 교육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 윤동욱/영상편집:박상규/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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