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의 꿈, 제주 개발’…제주특별법 제정 30년 빅데이터 분석

입력 2021.09.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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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의 꿈

이어도의 전설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 있다고 믿는 제주 섬사람들의 '이상향'말입니다. 이상향이라는 이어도의 이미지는 언제부터 제주도민들에게 보편적 의미로 받아들여 졌을까요? 많은 분이 아주 오래된 제주 지역의 전설이라고 알고 계시고, 학계에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 창조된 이미지라는 주장도 있죠. 1930년대 제주를 조사한 일본학자 이즈미 세이치는 이어도를 이상향이 아니라 '죽음과 원망의 섬'으로 기록하고 있고, 진성기 · 현용준 · 김영돈 등 제주민속학자들의 채록 자료에도 이어도 전설이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요.

주강현 · 김동현 박사 등은 1970년대 시인 고은과 소설가 이청준의 문학작품에서 현재의 이어도 이미지가 창조됐다고 평가합니다. 이 문학작품들을 기반으로 1976년 연극 '이어도이어도이어도', 1977년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 1984년 정태춘 박은옥의 '떠나가는 배' 등이 만들어졌고, 이런 대중문화를 통해 전설의 섬, 이상향이라는 이어도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거죠.

제주특별법의 역사

왜 뜬금없는 이어도 얘기를 하느냐고요? 지금은 제주도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번쯤 살고 싶은 섬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20세기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살기 힘든, 떠나고 싶은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주도민들에게 개발은 '이상향 이어도'를 건설하기 위한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죠.

2021년 올해는 제주특별법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91년 제정된 당시 제주특별법의 이름은 '제주도개발특별법' 이었습니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주도 아래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옷을 갈아입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노태우 대통령 - 제주도개발특별법(1991년)〉 〈김대중 대통령 -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2002년)〉 〈노무현 대통령 -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2006년)〉(왼쪽부터)〈노태우 대통령 - 제주도개발특별법(1991년)〉 〈김대중 대통령 -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2002년)〉 〈노무현 대통령 -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2006년)〉

이름의 변화만큼이나 법률 내용도 그때마다 크게 바뀌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주도를 국제적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개발"이라는 문제 의식을 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991년 법률 제정 당시만 해도, '도민 주체 개발'과 '개발 이익 환원' 을 요구하며 25살 청년 양용찬이 분신하는 등 제주도민 사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이 때문에 13대 마지막 국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날치기 끝에 시행에 들어간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지역개발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관한 국내 첫 법률로 역사에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제주특별법을 통해 지역경제의 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자본 중심의 발전 전략을 택하게 됐는데요. 그 결과 제주도 인구는 52만 명(1991년)에서 69만 명(2020년)으로, 연간 관광객 수는 320만 명(1991년)에서 천528만 명(2019년)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은 2.5조 원(1991년)에서 20.3조 원 (2019년)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게 됩니다.

■ 개발의 역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서 돈도 명예도 얻었는데, 오히려 가족 간에 불화가 생겨 불행해지고 몸까지 아프게 되는 역설처럼 제주사회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이후 도민주체 개발 원칙에도 변화가 나타나, 개발을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시행하는 건 중앙정부에서 하고, 인허가권만 제주도지사가 갖는 절충형 개발형태로 바뀌게 됐습니다. 난개발 우려는 이 시기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섬의 허파라는 곶자왈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사이에 중산간 개발을 본격화한 겁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제주도지사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리병원과 투자진흥지구 등의 논란은 개발이익 환원 원칙에서 보면 역설적이기까지 합니다. 세금까지 감면해줘 가며 유치했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외국 사업자에게 천억 원 이상을 배상해줘야 했고, 중앙정부의 시험 정책인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 외국 사업자에게 대규모 배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2007년 태풍 나리는 제주 개발에 경고장을 날렸고, 2016년 하수 대란 사태, 2019년 쓰레기 불법 수출 사건은 제주 환경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줬습니다.


관련 내용을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KBS제주방송총국이 개국 71주념 기념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주특별법 30년, 이어도의 꿈'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KBS제주 홈페이지>
https://jeju.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1-0295&program_id=PS-2021147671-01-000&broadcast_complete_yn=null&local_station_code=90§ion_code=05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zbxXduyfRw&t=144s

■ 30년간 언론의 창을 통해 본 제주 개발

역사를 기록하는 뉴스는 사회 흐름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지난 30년간 언론의 창에 제주 개발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져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언론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안타깝게도 1991년부터 디지털화된 기사를 모두 공개한 곳은 연합뉴스가 유일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더아이엠씨에 의뢰해 지난 30년간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제주도 개발'을 키워드로 수집한 결과 26만 천900건의 기사를 추출했습니다.

<분석1 - 기간별 워드클라우드>

이를 5년간 6개 구간으로 나눠 기간별로 발생한 기사들이 포함하고 있는 단어들의 빈도수를 세어, 이를 기준으로 상위 50개의 키워드를 산출했습니다. 해당 기간에 어떤 주제들을 주로 다뤘는지 알기 위해섭니다. 그 결과 1991년에서 1995년까지는 건설, 투자, 지하수 등이, 2001년에서 2005년까지는 국제자유도시, 투자, 환경 등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환경, 공항, 투자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분석2 - 기간별 유니크 워드클라우드>

이 방식만으로는 해당 기간에 발생한 특별한 이슈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개발이라는 주제는 ‘건설’, ‘투자’, ‘환경’과 같은 단어를 수반하기 때문에, 해당 키워드들은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언급돼 전체 구간에서 빈도수 상위 키워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전 기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전체 6개 구간 중에서 4번 이상 발생한 단어)를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구간별로 발생한 특별한 이슈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기간별 워드클라우드에서는 1991년 ~ 1995년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유니크 워드클라우드에서는 1991년 ~ 1995년에 ‘그린벨트 해제’, ‘외지인 투기’ 등의 특별한 이슈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적용한 결과 1991년에서 1995년까지는 그린벨트 해제와 외지인 투기 등이, 2001년에서 2005년까지는 쇼핑 아울렛과 면세점, 케이블카 등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전기차와 중국, 일자리, 친환경 등이 부각됐습니다.




<분석3 - 단어별 시계열 상대빈도>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이번엔 상대빈도를 연도별로 시계열 분석을 했습니다. 상대빈도란 (키워드를 포함한 해당 연도 기사 수 / 해당 연도 전체 기사 수)를 통해 산출한 값으로, 단순한 빈도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산출된 값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계열 간 비교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어떤 기자가 환경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해서, 하나의 기사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백 번이나 사용했다면, 그 기사 하나 때문에 환경이라는 단어가 과다 대표될 수 있겠죠. 상대빈도로 계산하면 그 기사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쓴 한 개의 기사로만 처리되기 때문에, 더 엄밀한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건설’ 키워드의 상대빈도 값을 보면 1991년 0.15로 나타나는데 이 값은 1991년에 나온 전체 기사 중에서 ‘건설’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가 15%를 차지한다는 것을 말해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 기사 중에서 ‘건설’을 언급하는 기사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건설〉 〈단어별 시계열 차트- 건설〉

그러면 하나씩 키워드를 살펴볼까요?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묶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30년 전체 기간에서 꾸준히 나타난 단어는 호텔, 골프장, 리조트 등입니다. 제주도가 관광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골프장, 호텔, 리조트〉 〈단어별 시계열 차트- 골프장, 호텔, 리조트〉

시기별로는 제주도개발특별법 도입 시기인 1990년대 초반에 외지인, 재벌, 땅 등의 키워드가 유독 눈에 띕니다. 공영, 환원 키워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냅니다. 개발 이익의 분배와 주체는 제주도민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표출했던 겁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재벌, 땅, 외지인〉 〈단어별 시계열 차트- 재벌, 땅, 외지인〉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원, 공영〉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원, 공영〉

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특별자치도특별법 시기인 2000년대에는 쇼핑, 국제학교, 카지노 등이 부각돼, 1990년대와는 다른 새로운 관광상품을 모색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쇼핑, 국제학교, 카지노〉 〈단어별 시계열 차트- 쇼핑, 국제학교, 카지노〉

2010년대부터는 풍력, 전기차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풍력, 전기차〉 〈단어별 시계열 차트- 풍력, 전기차〉

특히 환경,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의 부각은 극적입니다.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앞둔 2000년대 초반 크게 늘어난 이 키워드는 이후 점차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난개발이라는 키워드 역시 2000년을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2010년대부터 급격히 늘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경〉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경〉

 〈단어별 시계열 차트- 난개발〉 〈단어별 시계열 차트- 난개발〉

지난 30년간 언론의 창에 비친 제주도 개발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1990년대 개발의 주체는 제주도민이라는 인식에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비전을 찾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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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도의 꿈, 제주 개발’…제주특별법 제정 30년 빅데이터 분석
    • 입력 2021-09-11 09:03:07
    취재K

■ 이어도의 꿈

이어도의 전설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 있다고 믿는 제주 섬사람들의 '이상향'말입니다. 이상향이라는 이어도의 이미지는 언제부터 제주도민들에게 보편적 의미로 받아들여 졌을까요? 많은 분이 아주 오래된 제주 지역의 전설이라고 알고 계시고, 학계에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 창조된 이미지라는 주장도 있죠. 1930년대 제주를 조사한 일본학자 이즈미 세이치는 이어도를 이상향이 아니라 '죽음과 원망의 섬'으로 기록하고 있고, 진성기 · 현용준 · 김영돈 등 제주민속학자들의 채록 자료에도 이어도 전설이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요.

주강현 · 김동현 박사 등은 1970년대 시인 고은과 소설가 이청준의 문학작품에서 현재의 이어도 이미지가 창조됐다고 평가합니다. 이 문학작품들을 기반으로 1976년 연극 '이어도이어도이어도', 1977년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 1984년 정태춘 박은옥의 '떠나가는 배' 등이 만들어졌고, 이런 대중문화를 통해 전설의 섬, 이상향이라는 이어도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거죠.

제주특별법의 역사

왜 뜬금없는 이어도 얘기를 하느냐고요? 지금은 제주도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번쯤 살고 싶은 섬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20세기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살기 힘든, 떠나고 싶은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주도민들에게 개발은 '이상향 이어도'를 건설하기 위한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죠.

2021년 올해는 제주특별법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91년 제정된 당시 제주특별법의 이름은 '제주도개발특별법' 이었습니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주도 아래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옷을 갈아입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노태우 대통령 - 제주도개발특별법(1991년)〉 〈김대중 대통령 -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2002년)〉 〈노무현 대통령 -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2006년)〉
이름의 변화만큼이나 법률 내용도 그때마다 크게 바뀌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주도를 국제적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개발"이라는 문제 의식을 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1991년 법률 제정 당시만 해도, '도민 주체 개발'과 '개발 이익 환원' 을 요구하며 25살 청년 양용찬이 분신하는 등 제주도민 사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이 때문에 13대 마지막 국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날치기 끝에 시행에 들어간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지역개발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관한 국내 첫 법률로 역사에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제주특별법을 통해 지역경제의 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자본 중심의 발전 전략을 택하게 됐는데요. 그 결과 제주도 인구는 52만 명(1991년)에서 69만 명(2020년)으로, 연간 관광객 수는 320만 명(1991년)에서 천528만 명(2019년)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은 2.5조 원(1991년)에서 20.3조 원 (2019년)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게 됩니다.

■ 개발의 역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서 돈도 명예도 얻었는데, 오히려 가족 간에 불화가 생겨 불행해지고 몸까지 아프게 되는 역설처럼 제주사회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이후 도민주체 개발 원칙에도 변화가 나타나, 개발을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시행하는 건 중앙정부에서 하고, 인허가권만 제주도지사가 갖는 절충형 개발형태로 바뀌게 됐습니다. 난개발 우려는 이 시기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섬의 허파라는 곶자왈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사이에 중산간 개발을 본격화한 겁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제주도지사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영리병원과 투자진흥지구 등의 논란은 개발이익 환원 원칙에서 보면 역설적이기까지 합니다. 세금까지 감면해줘 가며 유치했던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외국 사업자에게 천억 원 이상을 배상해줘야 했고, 중앙정부의 시험 정책인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 외국 사업자에게 대규모 배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2007년 태풍 나리는 제주 개발에 경고장을 날렸고, 2016년 하수 대란 사태, 2019년 쓰레기 불법 수출 사건은 제주 환경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줬습니다.


관련 내용을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KBS제주방송총국이 개국 71주념 기념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주특별법 30년, 이어도의 꿈'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KBS제주 홈페이지>
https://jeju.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1-0295&program_id=PS-2021147671-01-000&broadcast_complete_yn=null&local_station_code=90§ion_code=05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zbxXduyfRw&t=144s

■ 30년간 언론의 창을 통해 본 제주 개발

역사를 기록하는 뉴스는 사회 흐름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지난 30년간 언론의 창에 제주 개발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져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언론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안타깝게도 1991년부터 디지털화된 기사를 모두 공개한 곳은 연합뉴스가 유일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더아이엠씨에 의뢰해 지난 30년간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제주도 개발'을 키워드로 수집한 결과 26만 천900건의 기사를 추출했습니다.

<분석1 - 기간별 워드클라우드>

이를 5년간 6개 구간으로 나눠 기간별로 발생한 기사들이 포함하고 있는 단어들의 빈도수를 세어, 이를 기준으로 상위 50개의 키워드를 산출했습니다. 해당 기간에 어떤 주제들을 주로 다뤘는지 알기 위해섭니다. 그 결과 1991년에서 1995년까지는 건설, 투자, 지하수 등이, 2001년에서 2005년까지는 국제자유도시, 투자, 환경 등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환경, 공항, 투자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분석2 - 기간별 유니크 워드클라우드>

이 방식만으로는 해당 기간에 발생한 특별한 이슈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개발이라는 주제는 ‘건설’, ‘투자’, ‘환경’과 같은 단어를 수반하기 때문에, 해당 키워드들은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언급돼 전체 구간에서 빈도수 상위 키워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전 기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전체 6개 구간 중에서 4번 이상 발생한 단어)를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구간별로 발생한 특별한 이슈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기간별 워드클라우드에서는 1991년 ~ 1995년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유니크 워드클라우드에서는 1991년 ~ 1995년에 ‘그린벨트 해제’, ‘외지인 투기’ 등의 특별한 이슈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적용한 결과 1991년에서 1995년까지는 그린벨트 해제와 외지인 투기 등이, 2001년에서 2005년까지는 쇼핑 아울렛과 면세점, 케이블카 등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전기차와 중국, 일자리, 친환경 등이 부각됐습니다.




<분석3 - 단어별 시계열 상대빈도>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이번엔 상대빈도를 연도별로 시계열 분석을 했습니다. 상대빈도란 (키워드를 포함한 해당 연도 기사 수 / 해당 연도 전체 기사 수)를 통해 산출한 값으로, 단순한 빈도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산출된 값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계열 간 비교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어떤 기자가 환경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해서, 하나의 기사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백 번이나 사용했다면, 그 기사 하나 때문에 환경이라는 단어가 과다 대표될 수 있겠죠. 상대빈도로 계산하면 그 기사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쓴 한 개의 기사로만 처리되기 때문에, 더 엄밀한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건설’ 키워드의 상대빈도 값을 보면 1991년 0.15로 나타나는데 이 값은 1991년에 나온 전체 기사 중에서 ‘건설’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가 15%를 차지한다는 것을 말해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 기사 중에서 ‘건설’을 언급하는 기사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건설〉
그러면 하나씩 키워드를 살펴볼까요?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묶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30년 전체 기간에서 꾸준히 나타난 단어는 호텔, 골프장, 리조트 등입니다. 제주도가 관광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골프장, 호텔, 리조트〉
시기별로는 제주도개발특별법 도입 시기인 1990년대 초반에 외지인, 재벌, 땅 등의 키워드가 유독 눈에 띕니다. 공영, 환원 키워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냅니다. 개발 이익의 분배와 주체는 제주도민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표출했던 겁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재벌, 땅, 외지인〉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원, 공영〉
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특별자치도특별법 시기인 2000년대에는 쇼핑, 국제학교, 카지노 등이 부각돼, 1990년대와는 다른 새로운 관광상품을 모색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쇼핑, 국제학교, 카지노〉
2010년대부터는 풍력, 전기차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풍력, 전기차〉
특히 환경,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의 부각은 극적입니다.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정을 앞둔 2000년대 초반 크게 늘어난 이 키워드는 이후 점차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난개발이라는 키워드 역시 2000년을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2010년대부터 급격히 늘었습니다.

 〈단어별 시계열 차트- 환경〉
 〈단어별 시계열 차트- 난개발〉
지난 30년간 언론의 창에 비친 제주도 개발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1990년대 개발의 주체는 제주도민이라는 인식에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비전을 찾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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