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지중해 기후변화…“마르 메노르”를 살려주세요!
입력 2021.09.11 (22:22) 수정 2021.09.11 (22:3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앵커]

기후변화로 지중해와 주변 기온이 계속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등 남부 유럽에서는 올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지중해 시칠리아섬은 올 여름 48.8도라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남부의 한 유명 휴양지 바다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사연을 유원중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부 지중해변.

삼각형 모양으로 육지에 감싸인 작은 바다, 마르 메노르입니다.

유럽 최대의 바닷물 석호로 손꼽히는 이곳은 맑은 물과 바람으로 유명한 여름철 휴가지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유럽 3대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리던 날.

주민들은 '마르 메노르'를 살려달라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마르 메노르를 살려주세요."]

주민들을 격분 시킨 건 석호 안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수거한 죽은 물고기가 하루 4만 톤을 넘긴 날도 있습니다.

[앙헬 모네데로/지역 주민 : "(98년부터 휴가를 오다가) 2005년 완전히 이사를 왔죠. 바다도 좋고 환경도 좋고...근데 지금은 나쁜 냄새, 죽음의 냄새가 납니다."]

물고기 폐사의 원인은 산소 부족.

현지 잠수부의 안내로 물속에 들어가 봤습니다.

물속은 죽은 물고기 천집니다.

불과 1-2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탁해진 바닷물.

바닥은 죽은 해초가 썩어 뻘밭처럼 변했습니다.

주변 농지에서 흘러들어온 비료가 석호 내 부영양화를 일으켜 녹조 현상이 나타났고 햇빛과 산소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알레한드로/다이빙 강사 :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요. 맑고 파란 물에 생물들도 매우 다양했죠. 지금은 완전히 죽은 상태입니다."]

바로 건너편 석호 밖 바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십 미터가 넘는 시야에 떼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들과 건강한 수중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석호 안쪽 바다와는 하늘과 땅 차입니다.

[페드로 루엥고/환경운동가 : "2016년에 이미 수중 초지의 85%가 사라졌어요. 비료가 계속 들어온다면 생태계가 더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관광객들이 사라진 휴양지.

바다가 죽어가면서 물을 흡수하는 능력도 약해져 주변 동네는 폭우가 내리면 침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벽을 설치한 집들, 부동산 가격도 폭락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지금 마을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 주민 절반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관광객들도 오고 싶어 하지 않아요."]

무분별한 개발로 마르 메노르 지역의 바다가 위험하다는 경고는 이미 80년대에 나왔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 지금 이 바다는 거의 죽음 직전의 상황에 몰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바다를 살려달라고 SOS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중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광휴양지 마요르카와 이비사섬.

맑고 푸른 바다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도 기후변화로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이곳 이비사섬 앞바다는 기후변화의 해결사, 포시도니아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 20년 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깨끗하게 만드는 고대 해양식물 포시도니아.

아마존 숲보다 15배나 높은 탄소 포집 능력이 확인돼 기후변화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 온도가 29도를 넘어가는 날이 늘어나면서 포시도니아 군락이 조금씩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중해의 수온은 지구 평균보다 20%가량 빨리 더워지고 있습니다.

[호르헤 테라도스/연구위원 : "포시도니아 숲을 상실한다면 대양과 대기, 육지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 정화작용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다시 마르 메노르로 돌아온 날.

인구 십만 명이 겨우 넘는 곳에 무려 7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주민들과 일부 관광객들이 힘을 합쳐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인간사슬을 만들었습니다.

마르 메노르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섭니다.

[시위 참여자 : "모든 게 사라지고 있다고 '마르 메노르'를 죽게 내버려 둔다면 이는 범죄입니다.(정부는) 오랫동안 여기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기만 다를 뿐 육지에 둘러 쌓인 바다라는 점은 지중해와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페드로 루엥고/환경운동가 :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마르 메노르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래에 지중해에서 벌어질 일의 전주곡입니다."]

산불과 폭염, 홍수로 올해 기후변화의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유럽.

과연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인지 이제 관심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UN 기후변화 총회를 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지중해에서 유원중입니다.
  • 지중해 기후변화…“마르 메노르”를 살려주세요!
    • 입력 2021-09-11 22:22:37
    • 수정2021-09-11 22:38:2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기후변화로 지중해와 주변 기온이 계속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등 남부 유럽에서는 올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지중해 시칠리아섬은 올 여름 48.8도라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남부의 한 유명 휴양지 바다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사연을 유원중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부 지중해변.

삼각형 모양으로 육지에 감싸인 작은 바다, 마르 메노르입니다.

유럽 최대의 바닷물 석호로 손꼽히는 이곳은 맑은 물과 바람으로 유명한 여름철 휴가지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유럽 3대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리던 날.

주민들은 '마르 메노르'를 살려달라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마르 메노르를 살려주세요."]

주민들을 격분 시킨 건 석호 안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수거한 죽은 물고기가 하루 4만 톤을 넘긴 날도 있습니다.

[앙헬 모네데로/지역 주민 : "(98년부터 휴가를 오다가) 2005년 완전히 이사를 왔죠. 바다도 좋고 환경도 좋고...근데 지금은 나쁜 냄새, 죽음의 냄새가 납니다."]

물고기 폐사의 원인은 산소 부족.

현지 잠수부의 안내로 물속에 들어가 봤습니다.

물속은 죽은 물고기 천집니다.

불과 1-2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탁해진 바닷물.

바닥은 죽은 해초가 썩어 뻘밭처럼 변했습니다.

주변 농지에서 흘러들어온 비료가 석호 내 부영양화를 일으켜 녹조 현상이 나타났고 햇빛과 산소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알레한드로/다이빙 강사 :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요. 맑고 파란 물에 생물들도 매우 다양했죠. 지금은 완전히 죽은 상태입니다."]

바로 건너편 석호 밖 바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십 미터가 넘는 시야에 떼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들과 건강한 수중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석호 안쪽 바다와는 하늘과 땅 차입니다.

[페드로 루엥고/환경운동가 : "2016년에 이미 수중 초지의 85%가 사라졌어요. 비료가 계속 들어온다면 생태계가 더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관광객들이 사라진 휴양지.

바다가 죽어가면서 물을 흡수하는 능력도 약해져 주변 동네는 폭우가 내리면 침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벽을 설치한 집들, 부동산 가격도 폭락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지금 마을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 주민 절반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관광객들도 오고 싶어 하지 않아요."]

무분별한 개발로 마르 메노르 지역의 바다가 위험하다는 경고는 이미 80년대에 나왔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 지금 이 바다는 거의 죽음 직전의 상황에 몰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바다를 살려달라고 SOS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중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관광휴양지 마요르카와 이비사섬.

맑고 푸른 바다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도 기후변화로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이곳 이비사섬 앞바다는 기후변화의 해결사, 포시도니아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 20년 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깨끗하게 만드는 고대 해양식물 포시도니아.

아마존 숲보다 15배나 높은 탄소 포집 능력이 확인돼 기후변화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 온도가 29도를 넘어가는 날이 늘어나면서 포시도니아 군락이 조금씩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중해의 수온은 지구 평균보다 20%가량 빨리 더워지고 있습니다.

[호르헤 테라도스/연구위원 : "포시도니아 숲을 상실한다면 대양과 대기, 육지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 정화작용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다시 마르 메노르로 돌아온 날.

인구 십만 명이 겨우 넘는 곳에 무려 7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주민들과 일부 관광객들이 힘을 합쳐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인간사슬을 만들었습니다.

마르 메노르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섭니다.

[시위 참여자 : "모든 게 사라지고 있다고 '마르 메노르'를 죽게 내버려 둔다면 이는 범죄입니다.(정부는) 오랫동안 여기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기만 다를 뿐 육지에 둘러 쌓인 바다라는 점은 지중해와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페드로 루엥고/환경운동가 :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마르 메노르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래에 지중해에서 벌어질 일의 전주곡입니다."]

산불과 폭염, 홍수로 올해 기후변화의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유럽.

과연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인지 이제 관심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UN 기후변화 총회를 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지중해에서 유원중입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