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재소자는 린스 쓰면 안 돼?” 행정소송까지 했는데…

입력 2021.09.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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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재소자는 린스를 사서 쓸 수가 없다?

최근 대구교도소의 한 재소자가 '남자도 린스를 허용해 달라'며 대한민국(법률 대표자 법무부장관 박범계)과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 원인 소멸로 각하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이 남성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샴푸, 린스는 남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제작돼 있으므로 피고 대구교도소장이 린스를 여성용 자비구매 품목으로 지정하고 자기와 같은 남성 수용자에게는 이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문제의 지침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입니다.

제1항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비용으로 음식물, 의류, 침구, 그 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자비 구매 허가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입니다.

또 자비 구매 물품의 품목과 유형, 규격 등은 교도소장이 정할 수 있고 가격과 품질, 공급의 용이성과 수용자의 선호도 등도 반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일단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법무부의 기본 규정에 그런 요소가 있었던 것입니다.

■ 법무부에서는 어떤 조치가 있었을까?

해마다 1월 자비구매 물품을 지정해 판매하고 있는 법무부는 올해 1월 11일 해당 규칙 등에 따라 물품 공급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해당 지침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도 수용자 자비구매 물품 공급계획을 수립하면서 린스를 '여성용 품목'으로 지정했습니다. 행정소송이 시작되자 법무부는 재판 중 자비구매 물품 공급계획을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대구교도소뿐 아니라 전국 모든 교도소에서도 물품 지정이 변경돼 지난 7월 7일부터 린스는 남녀 공동사용 물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 재판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이지만, 위법 상태가 해소됐으므로 소송은 각하"

대구지방법원 제1 행정부는 "모발 관리용품인 린스를 여성 수용자에게만 판매하도록 지정한 행위는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이지만, (관련 규정 개정으로) 현재 이러한 위법 상태는 이미 해소되었고, 이 사건 지정을 소급하여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법무부와 대구교도소장이 린스를 남녀 공동사용 물품으로 변경한 것도 당초 린스를 여성용 물품으로 지정하여 판매한 행위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반성적 고려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앞으로 그 차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가 과거 린스를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입은 손해를 회복할 방도가 없고, 이제는 린스를 쓸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는 계속 사용 가능하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성평등 관련 시민단체, 여성가족부 등은 앞으로도 이런 소송을 계기로 양성평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교정시설의 제반 규정에 대해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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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재소자는 린스 쓰면 안 돼?” 행정소송까지 했는데…
    • 입력 2021-09-12 08:02:28
    취재K

■ 남성 재소자는 린스를 사서 쓸 수가 없다?

최근 대구교도소의 한 재소자가 '남자도 린스를 허용해 달라'며 대한민국(법률 대표자 법무부장관 박범계)과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 원인 소멸로 각하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이 남성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샴푸, 린스는 남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제작돼 있으므로 피고 대구교도소장이 린스를 여성용 자비구매 품목으로 지정하고 자기와 같은 남성 수용자에게는 이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문제의 지침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입니다.

제1항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비용으로 음식물, 의류, 침구, 그 밖에 수용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자비 구매 허가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입니다.

또 자비 구매 물품의 품목과 유형, 규격 등은 교도소장이 정할 수 있고 가격과 품질, 공급의 용이성과 수용자의 선호도 등도 반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일단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법무부의 기본 규정에 그런 요소가 있었던 것입니다.

■ 법무부에서는 어떤 조치가 있었을까?

해마다 1월 자비구매 물품을 지정해 판매하고 있는 법무부는 올해 1월 11일 해당 규칙 등에 따라 물품 공급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해당 지침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도 수용자 자비구매 물품 공급계획을 수립하면서 린스를 '여성용 품목'으로 지정했습니다. 행정소송이 시작되자 법무부는 재판 중 자비구매 물품 공급계획을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대구교도소뿐 아니라 전국 모든 교도소에서도 물품 지정이 변경돼 지난 7월 7일부터 린스는 남녀 공동사용 물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 재판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이지만, 위법 상태가 해소됐으므로 소송은 각하"

대구지방법원 제1 행정부는 "모발 관리용품인 린스를 여성 수용자에게만 판매하도록 지정한 행위는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이지만, (관련 규정 개정으로) 현재 이러한 위법 상태는 이미 해소되었고, 이 사건 지정을 소급하여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법무부와 대구교도소장이 린스를 남녀 공동사용 물품으로 변경한 것도 당초 린스를 여성용 물품으로 지정하여 판매한 행위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반성적 고려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앞으로 그 차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가 과거 린스를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입은 손해를 회복할 방도가 없고, 이제는 린스를 쓸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는 계속 사용 가능하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성평등 관련 시민단체, 여성가족부 등은 앞으로도 이런 소송을 계기로 양성평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교정시설의 제반 규정에 대해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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