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식당 주인의 안타까운 죽음…“코로나19로 매출 타격”

입력 2021.09.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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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식당. 가게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고, 유리에 도시가스 연체요금 고지서가 붙어 있습니다.

지난 7일, 이 건물에서는 식당 주인인 57살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부검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A 씨는 1998년 공덕역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시작한 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맥줏집과 일식집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일대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겁니다.

A 씨의 식당 입구에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다A 씨의 식당 입구에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다

■ "식당 내 휴게공간에서 지내와...원룸 빼서 직원 임금 준 거로 알아"

A 씨는 원래 식당 인근의 원룸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원룸에서 나온 뒤 최근에는 식당 안 휴게공간에서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자는 오늘 오후, A 씨를 추모하기 위해 이 식당을 찾은 지인 김 모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A 씨의 식당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식당은 '회식 손님'을 주로 받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시간과 손님 수 제한이 강화되자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A씨가 돈을 많이 벌 때도 직원을 생각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이었다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식당 근처 원룸을 나오면서 받은 돈으로, 직원에게 임금을 준 거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또 "A 씨가 해외구호단체에도 기부해 왔는데, 이렇게 갈 줄은 몰랐다"라면서 본인을 포함해 A 씨를 알아왔던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8일 밤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단계에 항의하며 서울 강변북로에서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지난 8일 밤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단계에 항의하며 서울 강변북로에서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 고인은 화장 뒤 해양장...계속되는 자영업자 차량시위

A 씨의 발인은 오늘 새벽,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상주는 A 씨와 함께 장사를 했던 자영업자가 맡았습니다. 지인들은 A 씨를 화장한 뒤 인천 앞바다로 가, 해양장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자영업자들에게 혹독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밤, 전국 9개 지역에서 대규모 차량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개인 방역' 중심으로 방역지침을 바꾸고, 신속하고 현실적인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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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구 식당 주인의 안타까운 죽음…“코로나19로 매출 타격”
    • 입력 2021-09-12 17:56:39
    취재K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식당. 가게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고, 유리에 도시가스 연체요금 고지서가 붙어 있습니다.

지난 7일, 이 건물에서는 식당 주인인 57살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부검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A 씨는 1998년 공덕역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시작한 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맥줏집과 일식집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일대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겁니다.

A 씨의 식당 입구에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다
■ "식당 내 휴게공간에서 지내와...원룸 빼서 직원 임금 준 거로 알아"

A 씨는 원래 식당 인근의 원룸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원룸에서 나온 뒤 최근에는 식당 안 휴게공간에서 지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자는 오늘 오후, A 씨를 추모하기 위해 이 식당을 찾은 지인 김 모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A 씨의 식당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식당은 '회식 손님'을 주로 받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시간과 손님 수 제한이 강화되자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A씨가 돈을 많이 벌 때도 직원을 생각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이었다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식당 근처 원룸을 나오면서 받은 돈으로, 직원에게 임금을 준 거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김 씨는 또 "A 씨가 해외구호단체에도 기부해 왔는데, 이렇게 갈 줄은 몰랐다"라면서 본인을 포함해 A 씨를 알아왔던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8일 밤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단계에 항의하며 서울 강변북로에서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 고인은 화장 뒤 해양장...계속되는 자영업자 차량시위

A 씨의 발인은 오늘 새벽,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상주는 A 씨와 함께 장사를 했던 자영업자가 맡았습니다. 지인들은 A 씨를 화장한 뒤 인천 앞바다로 가, 해양장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자영업자들에게 혹독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밤, 전국 9개 지역에서 대규모 차량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개인 방역' 중심으로 방역지침을 바꾸고, 신속하고 현실적인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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