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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탈레반 ‘아프간 점령’
‘미라클 작전’ 낙오 아프간인의 절규…정부 지원계획은 불투명
입력 2021.09.14 (07:00) 수정 2021.09.14 (13:34) 취재K

"동료들은 1~2달 전에 이미 한국대사관에 출국 지원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그들이) 저를 잊었던 거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는 S 씨의 메시지에선 절망이 묻어났습니다.

S 씨는 한국 정부가 2010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 세운 한국직업훈련원(KVTC)의 강사였습니다. 과거 외국정부를 도와 일한 신분이기 떄문에 그는 지금도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S 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지난달 한국으로 탈출한 동료들 소식입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S 씨가 일한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과 바그람 한국병원, 코이카,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등에서 근무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 390여 명을 군 수송기에 태워 구출해왔습니다. 이른바 '미라클 작전'입니다. 정부는 이들을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고 부르며 '특별기여자'라는 특별한 호칭도 만들었습니다.

S 씨 역시 한국 정부를 도와 일했던 동료였지만 작전에서는 낙오됐습니다. 그는 " 한국 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여기에 남겨놓고 동료들을 한국으로 데려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삶에 희망을 잃었다"라고 말했습니다.

■ "매 순간마다 위험 느껴, 한국 데려가 달라" 메일 보냈지만…

S 씨는 왜 한국에 오지 못한 걸까요?

외교부에 따르면,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에는 7월 초부터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출국 지원 요청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규모 이송 계획을 세우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우방국 정보기관의 협력을 받아 출국 지원 신청자들의 신원을 검증했습니다. 테러조직과 연계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절차를 거쳐 한국 이송 아프간인 명단을 8월 초에 완성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명단에 S 씨의 이름은 빠져 있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의 경우 7월 초에 대표자들이 한국대사관을 찾아와 (출국 희망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S 씨는 KB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바그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최근 1~2달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출국에 지장이 있을까봐 우려해, 동료들이 (대사관에 출국 지원을 신청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이후에야, S 씨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인 협력자를 한국으로 데려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8월 17일 뒤늦게 한 동료에게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이메일 주소를 받았고, 그날 바로 출국 지원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17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보낸 출국 지원 요청 이메일.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17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보낸 출국 지원 요청 이메일.

답장이 온 건 3일 뒤였습니다.

8월 23일 월요일까지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동료들을 통해 장소를 확인해달라, 바그람 직업훈련원에서 일했음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가져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8월 23일은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투입된 한국 군 수송기가 중간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날입니다. 군 수송기는 24~25일 두 차례에 걸쳐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실어 나갔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20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서 받은 이메일. 8월 23일 월요일에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고 써 있다.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20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서 받은 이메일. 8월 23일 월요일에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고 써 있다.

하지만 S 씨는 공항에 갈 수 없었습니다. 탈레반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나흘 동안 외출을 아예 금지했다는 겁니다. 그 이후에도 공항으로 가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S 씨는 말했습니다.

대다수의 아프간인 협력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절한 버스를 타고 8월 25일 새벽 카불 공항에 도착했지만, S 씨는 이 버스편에 대한 정보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원 검증이 완료된 사람에게만 발급되는 여행증명서가 없는 상황에서 (S 씨가) 버스에 탔더라도 탈레반이 통과시켜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관여한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8월 17일이면 이미 아프간 정부도 무너졌고, 현지에서 신원 검증을 도와주던 미국 관계기관도 다 빠져나가서 신원 검증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한국 이송) 프로세싱(processing·절차)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S 씨가 받았다는 이메일은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공항에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명단에 있던 이송 대상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다가 (실수로) 같이 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S 씨는 8월 20일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메일을 수신한 뒤에도 여러 건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이후엔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아프간인 출국 요청 문의 계속 접수…외교부 당국자 "어디선가 선 그어야"

S 씨처럼 한국 정부를 도와 일했고 한국행을 원했지만 탈출에 실패한 아프간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체 아프간인 협력자 인원 수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 관련 기관의 전·현직 아프간인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하면 거의 1천 명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S 씨도 본인처럼 한국행에 실패한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동료를 4~5명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발 나와 내 가족을 구해달라, 탈레반이 집집마다 수색을 하고 외국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내 감옥에 넣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의 근로계약서. S 씨는 이 근로계약서를 들고 카불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의 근로계약서. S 씨는 이 근로계약서를 들고 카불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S 씨와 같은 한국의 "동료"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일단 외교부는 "한국으로의 추가 이송 요청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와 신원조회를 통해 개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관여한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도 (아프간인들의 출국 지원 문의·요청) 메일은 계속 들어와서, 카타르에 있는 우리 대사관이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고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접촉 창구는 있는 건데, 현실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땅에는 지금 한국대사관도 없고 한국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들어가 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문의만 갖고 액션(action)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항공편이 아니더라도 육로를 통해 옆 나라인 파키스탄으로의 출국을 지원할 수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럴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어디선가 선을 분명히 그어야 된다. 불쌍하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니까 무조건 다 데려와야 한다라고 하면 끝이 없다"면서 "물론 그분들 입장도 있지만, 국익과 국민 여론을 다 감안해서 어느 선까지 데려올지 선을 그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와 조금 다른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5일 기자들에게 아프간인 이송 작전을 설명하며 "원하는 사람은 정말 100% 나왔다"면서 "큰 차원의 작전은 이번 1회로 마무리하고, 아프간 잔류 결정을 하셨던 분들 중에서도 나중에 '도저히 안되겠다, 한국 가야겠다'고 할 경우엔 그때 가서 개별적으로 시간도 체크하고 방안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미라클 작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의 질의에 "그라운드(ground·현장) 상황이 허락되면 저희는 저희 기여자들을 못 모시고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아프간인 협력자들은 결국 지금도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프간인 이송 작전 범정부 TF를 이끌었던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아프간 사태 관련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카타르를 방문한 가운데, 협력자 추가 이송 문제에 진전이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 ‘미라클 작전’ 낙오 아프간인의 절규…정부 지원계획은 불투명
    • 입력 2021-09-14 07:00:20
    • 수정2021-09-14 13:34:25
    취재K

"동료들은 1~2달 전에 이미 한국대사관에 출국 지원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그들이) 저를 잊었던 거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사는 S 씨의 메시지에선 절망이 묻어났습니다.

S 씨는 한국 정부가 2010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 세운 한국직업훈련원(KVTC)의 강사였습니다. 과거 외국정부를 도와 일한 신분이기 떄문에 그는 지금도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S 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지난달 한국으로 탈출한 동료들 소식입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S 씨가 일한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과 바그람 한국병원, 코이카,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등에서 근무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 390여 명을 군 수송기에 태워 구출해왔습니다. 이른바 '미라클 작전'입니다. 정부는 이들을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고 부르며 '특별기여자'라는 특별한 호칭도 만들었습니다.

S 씨 역시 한국 정부를 도와 일했던 동료였지만 작전에서는 낙오됐습니다. 그는 " 한국 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여기에 남겨놓고 동료들을 한국으로 데려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삶에 희망을 잃었다"라고 말했습니다.

■ "매 순간마다 위험 느껴, 한국 데려가 달라" 메일 보냈지만…

S 씨는 왜 한국에 오지 못한 걸까요?

외교부에 따르면,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에는 7월 초부터 아프간인 협력자들의 출국 지원 요청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규모 이송 계획을 세우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우방국 정보기관의 협력을 받아 출국 지원 신청자들의 신원을 검증했습니다. 테러조직과 연계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절차를 거쳐 한국 이송 아프간인 명단을 8월 초에 완성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명단에 S 씨의 이름은 빠져 있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의 경우 7월 초에 대표자들이 한국대사관을 찾아와 (출국 희망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S 씨는 KB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바그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최근 1~2달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출국에 지장이 있을까봐 우려해, 동료들이 (대사관에 출국 지원을 신청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이후에야, S 씨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인 협력자를 한국으로 데려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8월 17일 뒤늦게 한 동료에게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이메일 주소를 받았고, 그날 바로 출국 지원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17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보낸 출국 지원 요청 이메일.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17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보낸 출국 지원 요청 이메일.

답장이 온 건 3일 뒤였습니다.

8월 23일 월요일까지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동료들을 통해 장소를 확인해달라, 바그람 직업훈련원에서 일했음을 보여주는 증명서를 가져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8월 23일은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투입된 한국 군 수송기가 중간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날입니다. 군 수송기는 24~25일 두 차례에 걸쳐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실어 나갔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20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서 받은 이메일. 8월 23일 월요일에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고 써 있다.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가 8월 20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서 받은 이메일. 8월 23일 월요일에 카불 공항(하미드 카르자이 공항) 동쪽 출구로 오라고 써 있다.

하지만 S 씨는 공항에 갈 수 없었습니다. 탈레반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나흘 동안 외출을 아예 금지했다는 겁니다. 그 이후에도 공항으로 가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S 씨는 말했습니다.

대다수의 아프간인 협력자들이 한국 정부가 대절한 버스를 타고 8월 25일 새벽 카불 공항에 도착했지만, S 씨는 이 버스편에 대한 정보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원 검증이 완료된 사람에게만 발급되는 여행증명서가 없는 상황에서 (S 씨가) 버스에 탔더라도 탈레반이 통과시켜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관여한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8월 17일이면 이미 아프간 정부도 무너졌고, 현지에서 신원 검증을 도와주던 미국 관계기관도 다 빠져나가서 신원 검증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한국 이송) 프로세싱(processing·절차)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S 씨가 받았다는 이메일은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공항에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명단에 있던 이송 대상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다가 (실수로) 같이 보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S 씨는 8월 20일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메일을 수신한 뒤에도 여러 건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이후엔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아프간인 출국 요청 문의 계속 접수…외교부 당국자 "어디선가 선 그어야"

S 씨처럼 한국 정부를 도와 일했고 한국행을 원했지만 탈출에 실패한 아프간인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체 아프간인 협력자 인원 수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 관련 기관의 전·현직 아프간인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하면 거의 1천 명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S 씨도 본인처럼 한국행에 실패한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동료를 4~5명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발 나와 내 가족을 구해달라, 탈레반이 집집마다 수색을 하고 외국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을 찾아내 감옥에 넣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의 근로계약서. S 씨는 이 근로계약서를 들고 카불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던 S 씨의 근로계약서. S 씨는 이 근로계약서를 들고 카불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S 씨와 같은 한국의 "동료"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일단 외교부는 "한국으로의 추가 이송 요청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와 신원조회를 통해 개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아프간인 이송 작전에 관여한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도 (아프간인들의 출국 지원 문의·요청) 메일은 계속 들어와서, 카타르에 있는 우리 대사관이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고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접촉 창구는 있는 건데, 현실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땅에는 지금 한국대사관도 없고 한국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들어가 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문의만 갖고 액션(action)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항공편이 아니더라도 육로를 통해 옆 나라인 파키스탄으로의 출국을 지원할 수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럴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어디선가 선을 분명히 그어야 된다. 불쌍하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니까 무조건 다 데려와야 한다라고 하면 끝이 없다"면서 "물론 그분들 입장도 있지만, 국익과 국민 여론을 다 감안해서 어느 선까지 데려올지 선을 그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와 조금 다른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5일 기자들에게 아프간인 이송 작전을 설명하며 "원하는 사람은 정말 100% 나왔다"면서 "큰 차원의 작전은 이번 1회로 마무리하고, 아프간 잔류 결정을 하셨던 분들 중에서도 나중에 '도저히 안되겠다, 한국 가야겠다'고 할 경우엔 그때 가서 개별적으로 시간도 체크하고 방안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미라클 작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는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의 질의에 "그라운드(ground·현장) 상황이 허락되면 저희는 저희 기여자들을 못 모시고 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아프간인 협력자들은 결국 지금도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프간인 이송 작전 범정부 TF를 이끌었던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아프간 사태 관련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카타르를 방문한 가운데, 협력자 추가 이송 문제에 진전이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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