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천 년도 못 살고 죽는 주목’…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심각

입력 2021.09.14 (08:01) 수정 2021.09.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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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 함백산에 말라죽은 ‘주목’강원도 태백 함백산에 말라죽은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상록수가 있습니다. 바로 '주목'입니다. 해발 1,300미터에서 1,900미터 사이에 산다는 일명 아고산대 나무인데, 수명도 채우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습니다.

주목 뿐만 아니라 아고산대 침엽수들이 고사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은 지리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 전역으로 대거 확산되고 있습니다.

땅에 널브러진 주목 줄기땅에 널브러진 주목 줄기

백두대간 한가운데 있는 함백산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발 1,572미터 정상에서 바라보면 하얗게 말라죽은 주목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살아 있는 나무들도 가까이 가보면 푸른 잎이 갈색빛으로 변했습니다. 나무 줄기가 칼로 벤 듯 떨어져 나간 나무도 있습니다. 같은 과인 분비나무도 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무 기둥이 부러져 쓰러져 있고, 잎이 모두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나무 껍질도 쉽게 벗겨졌습니다.

집단으로 말라 죽은 한라산 구상나무 (화면제공 : 녹색연합)집단으로 말라 죽은 한라산 구상나무 (화면제공 : 녹색연합)

■ 아고산대 나무 왜 죽나? … 기후 변화 원인

KBS 취재진과 동행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 위원은 "나무가 병들고, 죽고 있다."라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서 위원은 고지대 나무들이 죽는 건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에 1월부터 5월까지 눈과 비가 오지 않고, 강풍과 폭염 등으로 수분이 나무에 제대로 공급이 안 돼 고사하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제주 한라산은 2015년 기준, 구상나무 누적 고사율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고사가 심각합니다. 한 전문가는 기후 변화로 제주도의 바람과 태풍 강도가 세져서, 구상 나무가 죽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가문비나무 집단고사 (화면제공 : 녹색연합)지리산 천왕봉 가문비나무 집단고사 (화면제공 : 녹색연합)

■ '멸종 위기'에 처한 아고산대 나무

녹색연합은 2013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집단 고사가 확인된 이후, 지리산과 오대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 침엽수까지 대거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2019년부터 2년 동안 전국 30 곳 산지를 조사한 결과,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분비나무가 평균 약 32% 가 죽거나 병이 들었습니다. 2017년 조사 때보다 약 6% 포인트 늘었는데, 일부 나무는 멸종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세계자연 보존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에 멸종 가능성이 큰 위기 단계로 지정됐습니다. 특히,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분포가 확인되고 있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환경부에서는 내년에 멸종위기 야생 생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함백산 꼭대기에 말라죽은 주목함백산 꼭대기에 말라죽은 주목

■ 생물다양성 위기… 결국 '인간의 몫'

전문가들은 한반도 생태 축인 백두대간의 침엽수 집단 고사가 생물다양성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연구와 모니터링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철 국립생태원 취약생태연구팀장은 "생태계가 젠가처럼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하나씩 하나씩 이렇게 사라지다 보면, 최종적으로 그 골격이 파괴됨으로써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게 된다." 라며 "결국 그 피해는 인간이 보게 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연관 기사] 백두대간 아고산대 식물 고사 심각…“기후변화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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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천 년도 못 살고 죽는 주목’…아고산대 침엽수 고사 심각
    • 입력 2021-09-14 08:01:13
    • 수정2021-09-14 08:02:15
    취재후·사건후
강원도 태백 함백산에 말라죽은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상록수가 있습니다. 바로 '주목'입니다. 해발 1,300미터에서 1,900미터 사이에 산다는 일명 아고산대 나무인데, 수명도 채우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습니다.

주목 뿐만 아니라 아고산대 침엽수들이 고사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은 지리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 전역으로 대거 확산되고 있습니다.

땅에 널브러진 주목 줄기
백두대간 한가운데 있는 함백산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발 1,572미터 정상에서 바라보면 하얗게 말라죽은 주목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살아 있는 나무들도 가까이 가보면 푸른 잎이 갈색빛으로 변했습니다. 나무 줄기가 칼로 벤 듯 떨어져 나간 나무도 있습니다. 같은 과인 분비나무도 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무 기둥이 부러져 쓰러져 있고, 잎이 모두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나무 껍질도 쉽게 벗겨졌습니다.

집단으로 말라 죽은 한라산 구상나무 (화면제공 : 녹색연합)
■ 아고산대 나무 왜 죽나? … 기후 변화 원인

KBS 취재진과 동행한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 위원은 "나무가 병들고, 죽고 있다."라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서 위원은 고지대 나무들이 죽는 건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에 1월부터 5월까지 눈과 비가 오지 않고, 강풍과 폭염 등으로 수분이 나무에 제대로 공급이 안 돼 고사하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제주 한라산은 2015년 기준, 구상나무 누적 고사율이 45%를 차지할 정도로 고사가 심각합니다. 한 전문가는 기후 변화로 제주도의 바람과 태풍 강도가 세져서, 구상 나무가 죽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가문비나무 집단고사 (화면제공 : 녹색연합)
■ '멸종 위기'에 처한 아고산대 나무

녹색연합은 2013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집단 고사가 확인된 이후, 지리산과 오대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 침엽수까지 대거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2019년부터 2년 동안 전국 30 곳 산지를 조사한 결과,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분비나무가 평균 약 32% 가 죽거나 병이 들었습니다. 2017년 조사 때보다 약 6% 포인트 늘었는데, 일부 나무는 멸종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세계자연 보존연맹(IUCN)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에 멸종 가능성이 큰 위기 단계로 지정됐습니다. 특히,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분포가 확인되고 있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환경부에서는 내년에 멸종위기 야생 생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함백산 꼭대기에 말라죽은 주목
■ 생물다양성 위기… 결국 '인간의 몫'

전문가들은 한반도 생태 축인 백두대간의 침엽수 집단 고사가 생물다양성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연구와 모니터링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철 국립생태원 취약생태연구팀장은 "생태계가 젠가처럼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하나씩 하나씩 이렇게 사라지다 보면, 최종적으로 그 골격이 파괴됨으로써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게 된다." 라며 "결국 그 피해는 인간이 보게 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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