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부르카 강요말라”…아프간 여성들 화려한 전통의상 시위

입력 2021.09.14 (17:18) 수정 2021.09.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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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스타그램 @mary.standwithresistance

아프가니스탄 소식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검은 부르카 또는 니캅 등으로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린 모습입니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꽁꽁 가리고 어두운 이미지로만 우리에게는 다가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 "내 옷에 손대지 말라" …위험 무릅쓰고 SNS 시위 동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해시태그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말라")를 검색하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올린 전통의상 사진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들이 입은 의상을 보면 빨강, 노랑, 파랑 등 형형색색의 드레스에 장신구들도 화려합니다. 검정색 부르카와는 극명히 대비됩니다.

아프가니스탄 방송인 출신의 셀셀라 이맘자다는 트위터에 전통의상을 입을 사진을 올린 뒤 "이것이 우리의 문화다, 나의 옷차림에 손대지 마라."라고 적었습니다.

여성운동가 소니아 라자비는 현재 탈레반을 피해 숨어 지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통의상 사진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시위 참여 이유에 대해 "지난 20년의 성취를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여성들도 "부르카는 우리 전통의상이 아니다. 우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라고 적으면서 "얼굴을 드러낸 아름다운 의상이 바로 우리의 전통의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온라인 시위에는 전 세계 각지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할 때 입어봤던 전통의상 사진들을 공유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 탈레반, "변했다" 강조하지만 여전한 여성 인권 탄압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이달 초에도 용기를 냈습니다. 여성들의 교육기회, 일할 기회 등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내각에 여성을 포함 시켜줄 것도 요구했습니다.

헤라트에서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때에는 50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지면서 참여 인원도 늘었습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도 하는 등 용감하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들의 목소리를 잔인하게 탄압했습니다. 총을 쏘기도 하고 채찍으로 때리고 구타하기도 했습니다.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취재를 하던 언론인들도 구타를 당했다고 사진과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여대생은 눈만 드러내는 니캅을 쓰고 학교에 와야 하며 남성과 여성은 따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히잡을 쓰면 된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지침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여성들은 스포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경기 도중 얼굴과 몸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아프가니스탄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곳"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이 집권하지 않았던 지난 20년 동안 많은 분야에서 자유롭게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학에서는 남녀가 같이 자유롭게 복장 규정 없이 수업을 받았으며, 수도 카불 등 일부 지역 대학에서는 여학생이 더 많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성 축구대표팀이 만들어지는 등 스포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며 각 분야에서는 여성 전문가들이 배출됐습니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면서 사연이 알려졌던 '소녀 로봇공학팀'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었습니다. 이들은 16~18세 소녀들로만 이루어진 로봇공학팀으로 여성의 권리 개선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포브스는 이들을 아시아 30세 이하 과학자 및 발명가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내 옷에 손대지 말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사실상 처음으로 시작한 바하르 잘랄리 교수는 "부르카는 아프간 문화와 이질적"이라고 캠페인의 시작 이유를 밝혔고, 다른 여성들도 "아프가니스탄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곳"이라며 "탈레반이 숨기고자 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 본 모습을 알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운동가 소니아 라자비도 "우리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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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부르카 강요말라”…아프간 여성들 화려한 전통의상 시위
    • 입력 2021-09-14 17:18:31
    • 수정2021-09-14 18:09:35
    특파원 리포트

출처 : 인스타그램 @mary.standwithresistance

아프가니스탄 소식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검은 부르카 또는 니캅 등으로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린 모습입니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꽁꽁 가리고 어두운 이미지로만 우리에게는 다가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 "내 옷에 손대지 말라" …위험 무릅쓰고 SNS 시위 동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해시태그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말라")를 검색하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올린 전통의상 사진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들이 입은 의상을 보면 빨강, 노랑, 파랑 등 형형색색의 드레스에 장신구들도 화려합니다. 검정색 부르카와는 극명히 대비됩니다.

아프가니스탄 방송인 출신의 셀셀라 이맘자다는 트위터에 전통의상을 입을 사진을 올린 뒤 "이것이 우리의 문화다, 나의 옷차림에 손대지 마라."라고 적었습니다.

여성운동가 소니아 라자비는 현재 탈레반을 피해 숨어 지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통의상 사진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시위 참여 이유에 대해 "지난 20년의 성취를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여성들도 "부르카는 우리 전통의상이 아니다. 우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라고 적으면서 "얼굴을 드러낸 아름다운 의상이 바로 우리의 전통의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온라인 시위에는 전 세계 각지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할 때 입어봤던 전통의상 사진들을 공유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 탈레반, "변했다" 강조하지만 여전한 여성 인권 탄압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이달 초에도 용기를 냈습니다. 여성들의 교육기회, 일할 기회 등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내각에 여성을 포함 시켜줄 것도 요구했습니다.

헤라트에서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때에는 50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지면서 참여 인원도 늘었습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도 하는 등 용감하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들의 목소리를 잔인하게 탄압했습니다. 총을 쏘기도 하고 채찍으로 때리고 구타하기도 했습니다.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취재를 하던 언론인들도 구타를 당했다고 사진과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여대생은 눈만 드러내는 니캅을 쓰고 학교에 와야 하며 남성과 여성은 따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히잡을 쓰면 된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지침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여성들은 스포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경기 도중 얼굴과 몸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아프가니스탄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곳"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이 집권하지 않았던 지난 20년 동안 많은 분야에서 자유롭게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대학에서는 남녀가 같이 자유롭게 복장 규정 없이 수업을 받았으며, 수도 카불 등 일부 지역 대학에서는 여학생이 더 많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성 축구대표팀이 만들어지는 등 스포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며 각 분야에서는 여성 전문가들이 배출됐습니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면서 사연이 알려졌던 '소녀 로봇공학팀'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었습니다. 이들은 16~18세 소녀들로만 이루어진 로봇공학팀으로 여성의 권리 개선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포브스는 이들을 아시아 30세 이하 과학자 및 발명가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내 옷에 손대지 말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사실상 처음으로 시작한 바하르 잘랄리 교수는 "부르카는 아프간 문화와 이질적"이라고 캠페인의 시작 이유를 밝혔고, 다른 여성들도 "아프가니스탄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곳"이라며 "탈레반이 숨기고자 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 본 모습을 알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운동가 소니아 라자비도 "우리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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