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피소드] 강아지 주둥이를 공업용 고무줄로 꽁꽁…경찰, 수사 나서

입력 2021.09.15 (09:21) 수정 2021.09.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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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 월포리 금지교차로 부근 차도에서 행동이 이상한 백구 한 마리가 차를 타고 가던 한 캣맘의 눈에 띄었습니다.

캣맘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이 백구는 한 살 정도 된 어린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걸음이 너무 느렸고, 가까이 가서 보니 주둥이에는 검정색 고무바(공업용 고무줄)가 칭칭 감겨진 상태였으며, 고무바를 어떻게든 스스로 풀어보려고 했는지 앞발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고무바를 떼어낸 백구의 모습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처참했습니다. 어찌나 세게 동여맸던지 고무바를 풀자마자 주둥이가 퉁퉁 부어올라 개가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으며, 입 안에는 피가 가득 차 제보자가 건넨 물을 마시는 내내 물이 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구조된 백구를 인계받은 동물병원에서는 이 백구가 적어도 일주일 이상 굶었으며 너무 오래동안 먹지 못해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했을까요?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이사는 "동물권 활동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순한 애는 처음 봤다."면서 "일반 고무줄이 아닌 두꺼운 공업용 고무줄로 엄청 세게 주둥이를 묶인 상태에서도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백구가 '목줄을 한 상태'였다며 '유기되었다기보다는 학대 받다 도망쳤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또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 개들의 경우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지면 곧바로 안락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일단은 보호소 대신 소방서로 데리고 간 후 연계 동물병원으로 갔다."고도 부연 설명했습니다.

현재 이 백구는 신장 문제 외에도 입 안이 괴사돼 4주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개의 주둥이를 노끈이나 낚싯줄로 묶어 학대하는 경우는 종종 보도됩니다. 2009년에도 펫샵에서 갓 분양받은 어린 말티즈가 짖어서 시끄럽다며 주둥이를 사흘 동안 고무줄로 묶어 놓아 사회적인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2016년에는 SBS 'TV 동물농장'에서 역시 검은 고무줄로 입이 단단히 묶인 채 고통스럽게 살던 개 '쫑이'의 사연이 조명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견주는 "말을 안 들어서 입을 묶었다."며 "이렇게 하면 순해진다."고 답해 주변을 경악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동물들은 물을 마시지도 음식을 먹지도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피부가 괴사돼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쇼크사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게 수의사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현재 진안경찰서는 백구가 발견된 지점 근처 마을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는 한편 CCTV 분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도 "백방으로 학대자를 찾고 있다."며 "이 백구를 알고 있거나 학대자를 본 사람, 유기 현장을 목격한 경우는 꼭 제보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갓 구조된 백구의 처참한 모습을 본 소방대원들조차도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엄연한 범죄라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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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5 09:21:19
    • 수정2021-09-15 11:02:51
    애피소드

지난 12일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 월포리 금지교차로 부근 차도에서 행동이 이상한 백구 한 마리가 차를 타고 가던 한 캣맘의 눈에 띄었습니다.

캣맘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에 따르면 이 백구는 한 살 정도 된 어린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걸음이 너무 느렸고, 가까이 가서 보니 주둥이에는 검정색 고무바(공업용 고무줄)가 칭칭 감겨진 상태였으며, 고무바를 어떻게든 스스로 풀어보려고 했는지 앞발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고무바를 떼어낸 백구의 모습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처참했습니다. 어찌나 세게 동여맸던지 고무바를 풀자마자 주둥이가 퉁퉁 부어올라 개가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으며, 입 안에는 피가 가득 차 제보자가 건넨 물을 마시는 내내 물이 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구조된 백구를 인계받은 동물병원에서는 이 백구가 적어도 일주일 이상 굶었으며 너무 오래동안 먹지 못해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했을까요?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이사는 "동물권 활동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순한 애는 처음 봤다."면서 "일반 고무줄이 아닌 두꺼운 공업용 고무줄로 엄청 세게 주둥이를 묶인 상태에서도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백구가 '목줄을 한 상태'였다며 '유기되었다기보다는 학대 받다 도망쳤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추측했습니다.


또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 개들의 경우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지면 곧바로 안락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일단은 보호소 대신 소방서로 데리고 간 후 연계 동물병원으로 갔다."고도 부연 설명했습니다.

현재 이 백구는 신장 문제 외에도 입 안이 괴사돼 4주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개의 주둥이를 노끈이나 낚싯줄로 묶어 학대하는 경우는 종종 보도됩니다. 2009년에도 펫샵에서 갓 분양받은 어린 말티즈가 짖어서 시끄럽다며 주둥이를 사흘 동안 고무줄로 묶어 놓아 사회적인 공분을 산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2016년에는 SBS 'TV 동물농장'에서 역시 검은 고무줄로 입이 단단히 묶인 채 고통스럽게 살던 개 '쫑이'의 사연이 조명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견주는 "말을 안 들어서 입을 묶었다."며 "이렇게 하면 순해진다."고 답해 주변을 경악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동물들은 물을 마시지도 음식을 먹지도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피부가 괴사돼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쇼크사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게 수의사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현재 진안경찰서는 백구가 발견된 지점 근처 마을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는 한편 CCTV 분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도 "백방으로 학대자를 찾고 있다."며 "이 백구를 알고 있거나 학대자를 본 사람, 유기 현장을 목격한 경우는 꼭 제보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갓 구조된 백구의 처참한 모습을 본 소방대원들조차도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엄연한 범죄라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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