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오거돈 재판… 항소심서 ‘공방’

입력 2021.09.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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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1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1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하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항소심이 오늘(15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첫 공판이 열린 부산고법 법정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방청을 하러 온 취재진과 시민단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법원의 안전을 맡는 경위들도 법정 안팎에 배치됐습니다.

오전 10시 재판을 앞두고 수용복을 입은 오 전 시장이 법정 출입문으로 입장했습니다. 올해로 74살인 오 전 시장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흰머리는 부쩍 늘어 보였습니다. 구속 수감 전보다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 환자 수용복 입은 오거돈 "한 말씀 하겠습니다"

15일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부산고법 법정 앞에 취재진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방청 인원을 35명으로 제한했다.15일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부산고법 법정 앞에 취재진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방청 인원을 35명으로 제한했다.

이날 오 전 시장은 하늘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수용복을 입었습니다. 교정기관에서 환자들이 입는 옷입니다. 별말 없이 변호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오 전 시장의 상대편에는 검찰과 피해자 측 변호인이 자리 잡았습니다.

부산고법 형사2부 오현규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가 입장하자 오 전 시장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의 양해를 얻은 오 전 시장은 준비해온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는 “ 부산광역시장이란 지극히 무거운 직책을 수행하면서 본분을 망각한 채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범행을 저질렀다”며 “ 저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 시장이 전한 사죄의 뜻과는 별개로 재판에서는 검찰 등 피해자 측과 오 전 시장 측의 양보 없는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 오거돈 측 강제추행치상 혐의 벗는 데 주력

지난 21일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지난 21일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오 전 시장이 받는 혐의는 강제추행치상, 강제추행, 강제추행미수, 무고 등 4개 혐의입니다. 이 중 핵심 혐의는 강제추행 과정 중에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는 강제추행치상입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강제추행치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형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심은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구형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 측의 재판 전략은 강제추행치상 혐의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오 전 시장 측이 꺼낸 카드는 진료기록감정 촉탁 신청입니다. 진료기록감정 촉탁은 피해자 등이 제출한 진료 기록을 법원이 촉탁한 의료기관에서 다시 감정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가 강제추행으로 받게 됐다고 주장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온 만큼 그 판단을 다른 의료기관에서 다시 받아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 반발한 피해자 측 "가장 중요한 절차를 비공개?"

피해자 측은 이 결정이 재판 전에 오 전 시장 측의 요청만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반발했습니다.

피해자를 대리해 참석한 변영철 변호사는 “ 항소심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조사는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감정 촉탁 결과”라며 “ 가장 중요한 절차인데, 이런 식으로 비공개로 하는 것에 납득 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진료 기록이 외부로 유출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오 전 시장 측은 의사 역시 비밀 보호 책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누설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고, 피해자 측은 의료법이 정한 비밀 보호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 행정직 등 실무자를 통한 누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 외에 제3의 의료 전문가에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판단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에서 (진료기록감정 촉탁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여성단체 거듭 엄벌 촉구…다음 달 두 번째 공판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부가 진료기록감정을 촉탁한 곳은 대한의사협회입니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달 가량 소요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이 기간 피해자 측의 의견도 의협에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0여 분간의 공판이 끝난 뒤 여성단체가 중심이 된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책위는 “ 오 전 시장이 한쪽에서는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하면서 변호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 범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지 부인하는 건지 명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첫 공판에서 쟁점이 된 진료기록감정 촉탁과 관련해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이미 전문의를 통해 진료 기록을 제출했음에도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전형적인 2차 가해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 시장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3일 부산고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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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열린 오거돈 재판… 항소심서 ‘공방’
    • 입력 2021-09-15 14:54:05
    취재K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1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부하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항소심이 오늘(15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첫 공판이 열린 부산고법 법정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방청을 하러 온 취재진과 시민단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법원의 안전을 맡는 경위들도 법정 안팎에 배치됐습니다.

오전 10시 재판을 앞두고 수용복을 입은 오 전 시장이 법정 출입문으로 입장했습니다. 올해로 74살인 오 전 시장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흰머리는 부쩍 늘어 보였습니다. 구속 수감 전보다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 환자 수용복 입은 오거돈 "한 말씀 하겠습니다"

15일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부산고법 법정 앞에 취재진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방청 인원을 35명으로 제한했다.
이날 오 전 시장은 하늘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수용복을 입었습니다. 교정기관에서 환자들이 입는 옷입니다. 별말 없이 변호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오 전 시장의 상대편에는 검찰과 피해자 측 변호인이 자리 잡았습니다.

부산고법 형사2부 오현규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가 입장하자 오 전 시장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의 양해를 얻은 오 전 시장은 준비해온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는 “ 부산광역시장이란 지극히 무거운 직책을 수행하면서 본분을 망각한 채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범행을 저질렀다”며 “ 저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 시장이 전한 사죄의 뜻과는 별개로 재판에서는 검찰 등 피해자 측과 오 전 시장 측의 양보 없는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 오거돈 측 강제추행치상 혐의 벗는 데 주력

지난 21일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이번 재판에서 오 전 시장이 받는 혐의는 강제추행치상, 강제추행, 강제추행미수, 무고 등 4개 혐의입니다. 이 중 핵심 혐의는 강제추행 과정 중에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는 강제추행치상입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강제추행치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형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심은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구형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 전 시장 측의 재판 전략은 강제추행치상 혐의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오 전 시장 측이 꺼낸 카드는 진료기록감정 촉탁 신청입니다. 진료기록감정 촉탁은 피해자 등이 제출한 진료 기록을 법원이 촉탁한 의료기관에서 다시 감정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가 강제추행으로 받게 됐다고 주장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온 만큼 그 판단을 다른 의료기관에서 다시 받아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 반발한 피해자 측 "가장 중요한 절차를 비공개?"

피해자 측은 이 결정이 재판 전에 오 전 시장 측의 요청만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반발했습니다.

피해자를 대리해 참석한 변영철 변호사는 “ 항소심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조사는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감정 촉탁 결과”라며 “ 가장 중요한 절차인데, 이런 식으로 비공개로 하는 것에 납득 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진료 기록이 외부로 유출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오 전 시장 측은 의사 역시 비밀 보호 책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누설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고, 피해자 측은 의료법이 정한 비밀 보호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 행정직 등 실무자를 통한 누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 외에 제3의 의료 전문가에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판단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에서 (진료기록감정 촉탁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여성단체 거듭 엄벌 촉구…다음 달 두 번째 공판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부가 진료기록감정을 촉탁한 곳은 대한의사협회입니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달 가량 소요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이 기간 피해자 측의 의견도 의협에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0여 분간의 공판이 끝난 뒤 여성단체가 중심이 된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책위는 “ 오 전 시장이 한쪽에서는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하면서 변호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 범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지 부인하는 건지 명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첫 공판에서 쟁점이 된 진료기록감정 촉탁과 관련해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이미 전문의를 통해 진료 기록을 제출했음에도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전형적인 2차 가해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오 전 시장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3일 부산고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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