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정정보도에 인색한 언론…‘말하라, 있는 그대로’

입력 2021.09.15 (21:36) 수정 2021.09.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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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3월 4일자 <뉴욕타임스> 입니다.

<고침> 란을 통해 어떤 사람의 이름 철자가 잘못 나갔다고 알렸습니다.

무려 161년이나 지난 1853년의 일이었지만 잘못을 바로잡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완벽하고 정확한 기록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잘못된 보도를 끝까지 책임지는 건 오랜 시간 신뢰를 받아온 언론들의 공통적인 자세입니다.

오는 27일까지로 정해 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중입니다.

KBS는 오늘(15일)부터 닷새 동안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언론이 왜 이런 논쟁적인 상황을 맞게 됐는지 현실을 돌아봅니다.

신지원 기잡니다.

[리포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드러나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유 씨에게 피해를 준 건 국가기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던 2014년 2월.

한 일간지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또다시 유 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고, 명예훼손 소송에서 결국 패소합니다.

하지만 이 신문사는 지면 한구석에 단 두 문장으로 정정보도문을 싣습니다.

잘못된 보도를 낸 지 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내용을 보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 3년이나 지난 시점에 제목 정도만 다르게 그 내용이 잘못됐다고 표시해도, 사실 그 명예가 결코 회복될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소송을 맡은 변호사를 비난한 또 다른 일간지의 기사입니다.

이 변호사가 의뢰인을 볼모로 삼성에 쓸데없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어떤 자료를 얼마나 요구했는지 기본적인 사실조차 다루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진 이 언론사는 항소를 포기하고 배상금을 보냅니다.

[임자운/변호사 : "직업병 피해자들과 그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가들을 이간질하는 기사였거든요. 항소 기간 중에 배상금(500만 원)을 보내더라고요. 배상액이 얼마 안 나올 거라는 걸 예상했고, 그걸 감안하고 '이렇게 기사를 막 쓰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실제로 2009년부터 10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 분석 자료를 보면,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절반 가까이는 손해 배상금이 500만 원 이하였습니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 "피해의 확산 속도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포털 등에서) 굉장히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요. 피해자에 대해서 대단히 권위적이었고 정정 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등의 모습과 관련해 일단 좀 반성해야죠."]

2018년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자사가 보도한 분쟁지역 르포 기사가 상당수 조작됐다고 시인하며 22페이지에 걸쳐 정정보도를 실었습니다.

표지 제목은 '말하라, 있는 그대로' 였습니다.

우리의 언론도, 잘못이 확인됐을 때 '있는 그대로' 사과하고 '제대로' 바로잡아 왔는지,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채상우

[앵커]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데 인색한 언론의 현 주소 짚어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다수의 언론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 역시 살펴봐야 합니다.

내일(16일)부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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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와 정정보도에 인색한 언론…‘말하라, 있는 그대로’
    • 입력 2021-09-15 21:36:39
    • 수정2021-09-15 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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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3월 4일자 <뉴욕타임스> 입니다.

<고침> 란을 통해 어떤 사람의 이름 철자가 잘못 나갔다고 알렸습니다.

무려 161년이나 지난 1853년의 일이었지만 잘못을 바로잡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완벽하고 정확한 기록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잘못된 보도를 끝까지 책임지는 건 오랜 시간 신뢰를 받아온 언론들의 공통적인 자세입니다.

오는 27일까지로 정해 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중입니다.

KBS는 오늘(15일)부터 닷새 동안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언론이 왜 이런 논쟁적인 상황을 맞게 됐는지 현실을 돌아봅니다.

신지원 기잡니다.

[리포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드러나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유 씨에게 피해를 준 건 국가기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던 2014년 2월.

한 일간지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또다시 유 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고, 명예훼손 소송에서 결국 패소합니다.

하지만 이 신문사는 지면 한구석에 단 두 문장으로 정정보도문을 싣습니다.

잘못된 보도를 낸 지 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유우성/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내용을 보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 3년이나 지난 시점에 제목 정도만 다르게 그 내용이 잘못됐다고 표시해도, 사실 그 명예가 결코 회복될 수는 없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소송을 맡은 변호사를 비난한 또 다른 일간지의 기사입니다.

이 변호사가 의뢰인을 볼모로 삼성에 쓸데없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어떤 자료를 얼마나 요구했는지 기본적인 사실조차 다루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진 이 언론사는 항소를 포기하고 배상금을 보냅니다.

[임자운/변호사 : "직업병 피해자들과 그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가들을 이간질하는 기사였거든요. 항소 기간 중에 배상금(500만 원)을 보내더라고요. 배상액이 얼마 안 나올 거라는 걸 예상했고, 그걸 감안하고 '이렇게 기사를 막 쓰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실제로 2009년부터 10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 분석 자료를 보면,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절반 가까이는 손해 배상금이 500만 원 이하였습니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 "피해의 확산 속도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포털 등에서) 굉장히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요. 피해자에 대해서 대단히 권위적이었고 정정 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등의 모습과 관련해 일단 좀 반성해야죠."]

2018년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자사가 보도한 분쟁지역 르포 기사가 상당수 조작됐다고 시인하며 22페이지에 걸쳐 정정보도를 실었습니다.

표지 제목은 '말하라, 있는 그대로' 였습니다.

우리의 언론도, 잘못이 확인됐을 때 '있는 그대로' 사과하고 '제대로' 바로잡아 왔는지,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채상우

[앵커]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데 인색한 언론의 현 주소 짚어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다수의 언론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 역시 살펴봐야 합니다.

내일(16일)부터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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