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하천에 흘러든 ‘하얀 거품’ 정체는?

입력 2021.09.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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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 풀어놓은 듯 '하얀 거품'이 하천에 둥둥… 주민 불안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한 달 전쯤부터 집 앞 하천에 정체불명의 '하얀 거품'이 떠내려오면서부터입니다.

마치 세제를 풀어 놓은 것처럼 하얀 거품. 비가 오면 거품은 하천을 따라 더 많이 흘러 내렸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거품이 공기 중에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흩어진 거품은 농작물에 내려앉기도 했고, 길을 걷다 얼굴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거품에서 심한 악취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마을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하천에서 다슬기나 민물새우를 잡아 즐겨 먹곤 했는데요. 거품이 생긴 이후부터 더는 다슬기와 새우를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하천을 찾던 오리나 새들도 거품과 함께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거품이 내려오는 곳을 찾아 하천 상류로 올라가 봤습니다. 인근 공단이 있는 상류 지점에 더 많은 거품이 형성돼 있습니다. 악취도 더 심했습니다.

해당 하천 용수는 마을의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이 일대 모든 논과 밭에 하천물이 사용됩니다. 주민들은 오염된 물이 농작물에 흘러들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마을에서 10km 떨어진 하류 지점에는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회야 취수장'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혹여나, 하천에서 흘러든 오수가 식수원으로 들어갔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태풍 '오마이스'로 오수관 파손 … 공단 폐수 흘러들어

거품의 정체는 인근 공단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생활하수로 추정됩니다. 울주군청은 지난달 태풍 '오마이스'때 하천 오수관이 파손되면서, 공단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군은 재난예비비를 편성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파손된 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걱정한 수질 오염에 대해서는 울주군청은 "하천이 크게 오염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식적인 수질 측정도 하지 않은 채 군청이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한 주민은 "한 달 만에 다슬기와 물고기가 사라졌는데, 한 달 후에는 또 어떤 일이 생기겠냐"며 군청이 사실상 환경오염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당장 내일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오수관이 더 많이 파손돼, 오수가 더 흘러들지는 않을까 우려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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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하천에 흘러든 ‘하얀 거품’ 정체는?
    • 입력 2021-09-16 17:26:20
    취재K

■ 세제 풀어놓은 듯 '하얀 거품'이 하천에 둥둥… 주민 불안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한 달 전쯤부터 집 앞 하천에 정체불명의 '하얀 거품'이 떠내려오면서부터입니다.

마치 세제를 풀어 놓은 것처럼 하얀 거품. 비가 오면 거품은 하천을 따라 더 많이 흘러 내렸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거품이 공기 중에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흩어진 거품은 농작물에 내려앉기도 했고, 길을 걷다 얼굴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거품에서 심한 악취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마을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하천에서 다슬기나 민물새우를 잡아 즐겨 먹곤 했는데요. 거품이 생긴 이후부터 더는 다슬기와 새우를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하천을 찾던 오리나 새들도 거품과 함께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거품이 내려오는 곳을 찾아 하천 상류로 올라가 봤습니다. 인근 공단이 있는 상류 지점에 더 많은 거품이 형성돼 있습니다. 악취도 더 심했습니다.

해당 하천 용수는 마을의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이 일대 모든 논과 밭에 하천물이 사용됩니다. 주민들은 오염된 물이 농작물에 흘러들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마을에서 10km 떨어진 하류 지점에는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회야 취수장'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혹여나, 하천에서 흘러든 오수가 식수원으로 들어갔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태풍 '오마이스'로 오수관 파손 … 공단 폐수 흘러들어

거품의 정체는 인근 공단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생활하수로 추정됩니다. 울주군청은 지난달 태풍 '오마이스'때 하천 오수관이 파손되면서, 공단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군은 재난예비비를 편성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파손된 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걱정한 수질 오염에 대해서는 울주군청은 "하천이 크게 오염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식적인 수질 측정도 하지 않은 채 군청이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한 주민은 "한 달 만에 다슬기와 물고기가 사라졌는데, 한 달 후에는 또 어떤 일이 생기겠냐"며 군청이 사실상 환경오염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당장 내일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오수관이 더 많이 파손돼, 오수가 더 흘러들지는 않을까 우려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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