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거장의 기록’

["가난에 쪼들리고 헐벗고 있고 그러니까 그때 아름다움을 찍었다고 하면 내가 사기꾼이 되어버리죠. 그 당시에는 못 사는 그 모습대로 그것을 기록을 하는 것이 사진가의 사명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거죠."]

한국 근대 사진의 선각자,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故 임응식 작가.

부산 출신인 그의 작품전이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1973년 부산시민회관 개관기념전 이후 거의 50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전시회가 마련됐습니다.

임응식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 1953년 3만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부산 중구 대화재 때 찍은 '나목', 하얀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채 전차 앞을 건너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1947년 작 ‘전차와 노파’, IMF 경제위기 당시 재소환 돼 명성을 얻은 1953년 작 '구직' 등 거장의 카메라에 담긴 우리의 잊힌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임응식 작가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주로 서정적이고 향토색 짙은 살롱 사진 즉, 회화적인 사진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인천 상륙작전에 종군한 뒤 사진의 기록성과 리얼리즘을 깨닫게 되고 이후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생활주의 사진에 몰두합니다.

[박희진/동주대학교 교수 : "한국 사진사에서 있어서 딱 한 번의 사진의 사조가 있었다면 부산에서 출발하고 임응식 선생님이 시작하신 생활주의 사진 그것 하나뿐입니다. 그거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임응식 선생님이 한국 사진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설명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층에는 임응식 작가의 작품 속 장소를 찾아 현재의 모습을 찍은 작품도 전시합니다.

경성대 사진학과 학생들이 지난 70년간 변해온 현재 부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동근/사진작가 : "학생들도 사진에 대해서 다시 좀 많이 알게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장소, 부산이라고 하는 곳이 어떤 곳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부산 역사에 대해서 훨씬 좀 많이 더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여행에 목마른 요즘,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사진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은 오승환 사진전, ‘힐링 투게더’입니다.

이 전시회는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고 사유하며 얻는 쉼의 순간을 기록한 작품들입니다.

[오승환/사진작가 :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인정하고 순응하고 같이 교감하고 고민하고 같이 호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사진을 찍은 배경이 될 수 있겠고요."]

'기록'과 '아름다움' 성격이 사뭇 다른 사진전이지만, 작품을 보며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휴식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전시회입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창한/영상편집: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