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1등급’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재평가 결과는?

입력 2021.09.17 (11:00) 수정 2021.09.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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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내 주변의 공기 상태를 알고 싶을 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바로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입니다.

최근에는 이 간이측정기를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장비도 도심 곳곳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간이측정기는 공기 중 입자에 빛을 쏴 발생하는 산란광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결괏값을 보여줍니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지만, 습도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기기별 성능 차이가 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성능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1등급부터 3등급, 그 이하는 '등급외'로 구분됩니다. 판매업자들이 간이측정기를 수입·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능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등급이 나뉜 상품 대부분이 그렇듯 소비자들은 당연히 '1등급'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 '1등급 ' 간이측정기 재평가해봤더니…결과는?

그런데 시중에 판매 중인 1등급 간이측정기를 수거해 다시 성능인증시험을 해보니, 시험 대상 제품 모두 1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시험 제품 4개 중 3개가 재평가에서 '등급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1개 제품도 '3등급'을 받았습니다.

성능인증은 실내·외 시험을 통해 5가지 항목을 평가합니다. 우선 실내 평가에선 간이 측정기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농도를 측정하는지, 이른바 '반복 재현성'을 확인합니다.

이후 실외 평가에선 인증시험기관이 운영하는 '기준 측정기'와 간이 측정기를 14일 동안 작동시켜서 상대정밀도, 자료획득률, 정확도, 결정계수 등 4가지 항목을 비교합니다.

각각의 항목마다 등급 판정을 위한 기준이 있는데, 5가지 항목 중 가장 낮은 등급이 '최종 등급'이 됩니다. 예를 들어 4개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아도, 1개 항목이 등급외라면 이 제품은 등급외 판정을 받게 됩니다.


현재 성능인증을 수행하는 기관은 모두 4곳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각 기관에서 1등급을 받은 제품 1개씩을 무작위로 선정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재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A 제품은 정확도와 결정계수 항목에서 기준에 미달해 '등급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C 제품은 일정 시간마다 측정값을 기록하는 자료획득률, D 제품은 정확도가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3등급을 받은 B 제품은 정확도가 기준치보다 낮았습니다.

이에 대해 인증평가기관 관계자는 "판매업체들이 간이측정기 내부에서 빛의 손실량을 무게로 환산해주는 계산식, 이른바 '팩토(Factor)'를 인증시험 당시 기준대로 측정기에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팩토는 사격에서 '영점'을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점을 잡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처럼 팩토를 맞추지 않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실제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인증시험 때 업체 관계자 입회하에 팩토값을 조정하고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업체 측이 팩토를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옥상에 설치된 시험 장비.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옥상에 설치된 시험 장비.

■ 한 번 '1등급' 받으면 재평가·정기점검 없어…"사각지대 대책 마련 시급"

사정이 이런데도 한 번 성능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성능인증평가의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관련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의 하위 법령을 살펴봐도 국립환경과학원 고시에 "사후관리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게 전부입니다.

이에 비해 영국은 관련법에 미세먼지 등을 측정하는 장치에 대해 매년 제작업체의 생산라인(생산제품)에 대한 감시를 하게 돼 있습니다. 미국도 현장 상황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센서의 교정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국가표준(KS) 인증 제품의 경우 3년 마다 정기심사를 받도록 하고 시판품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시중에 판매 제품의 품질유지를 확인하는 제도가 다소 미흡하다"면서 "성능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이 유통될 수 없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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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7 11:00:33
    • 수정2021-09-17 17:15:46
    취재K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내 주변의 공기 상태를 알고 싶을 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바로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입니다.

최근에는 이 간이측정기를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장비도 도심 곳곳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간이측정기는 공기 중 입자에 빛을 쏴 발생하는 산란광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결괏값을 보여줍니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지만, 습도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기기별 성능 차이가 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성능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1등급부터 3등급, 그 이하는 '등급외'로 구분됩니다. 판매업자들이 간이측정기를 수입·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능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등급이 나뉜 상품 대부분이 그렇듯 소비자들은 당연히 '1등급'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 '1등급 ' 간이측정기 재평가해봤더니…결과는?

그런데 시중에 판매 중인 1등급 간이측정기를 수거해 다시 성능인증시험을 해보니, 시험 대상 제품 모두 1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시험 제품 4개 중 3개가 재평가에서 '등급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1개 제품도 '3등급'을 받았습니다.

성능인증은 실내·외 시험을 통해 5가지 항목을 평가합니다. 우선 실내 평가에선 간이 측정기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농도를 측정하는지, 이른바 '반복 재현성'을 확인합니다.

이후 실외 평가에선 인증시험기관이 운영하는 '기준 측정기'와 간이 측정기를 14일 동안 작동시켜서 상대정밀도, 자료획득률, 정확도, 결정계수 등 4가지 항목을 비교합니다.

각각의 항목마다 등급 판정을 위한 기준이 있는데, 5가지 항목 중 가장 낮은 등급이 '최종 등급'이 됩니다. 예를 들어 4개 항목에서 1등급을 받아도, 1개 항목이 등급외라면 이 제품은 등급외 판정을 받게 됩니다.


현재 성능인증을 수행하는 기관은 모두 4곳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각 기관에서 1등급을 받은 제품 1개씩을 무작위로 선정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재평가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A 제품은 정확도와 결정계수 항목에서 기준에 미달해 '등급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C 제품은 일정 시간마다 측정값을 기록하는 자료획득률, D 제품은 정확도가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3등급을 받은 B 제품은 정확도가 기준치보다 낮았습니다.

이에 대해 인증평가기관 관계자는 "판매업체들이 간이측정기 내부에서 빛의 손실량을 무게로 환산해주는 계산식, 이른바 '팩토(Factor)'를 인증시험 당시 기준대로 측정기에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팩토는 사격에서 '영점'을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점을 잡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처럼 팩토를 맞추지 않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실제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인증시험 때 업체 관계자 입회하에 팩토값을 조정하고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업체 측이 팩토를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옥상에 설치된 시험 장비.
■ 한 번 '1등급' 받으면 재평가·정기점검 없어…"사각지대 대책 마련 시급"

사정이 이런데도 한 번 성능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성능인증평가의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관련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법의 하위 법령을 살펴봐도 국립환경과학원 고시에 "사후관리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게 전부입니다.

이에 비해 영국은 관련법에 미세먼지 등을 측정하는 장치에 대해 매년 제작업체의 생산라인(생산제품)에 대한 감시를 하게 돼 있습니다. 미국도 현장 상황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센서의 교정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국가표준(KS) 인증 제품의 경우 3년 마다 정기심사를 받도록 하고 시판품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시중에 판매 제품의 품질유지를 확인하는 제도가 다소 미흡하다"면서 "성능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이 유통될 수 없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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