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조국 과잉수사” 발언에 ‘진땀’ 홍준표…역선택 때문?

입력 2021.09.17 (13:57)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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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이 모인 16일 첫 생방송 TV 토론에서 집중견제를 받은 윤석열 후보 못지 않게 홍준표 후보 역시 진땀을 흘렸습니다.

"민주당 대변인 같다"(하태경), "국민의힘과 원팀인지, 민주당과 원팀인지 우려의 시선이 많다"(원희룡) 등, 상대 후보들은 홍준표 후보가 여권 지지층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홍 후보는 "역선택이 있다면 이재명이나 이낙연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맞받았지만, 발목을 잡은 발언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당시 검찰이 과잉 수사를 했다는 주장입니다.

홍 후보는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이 보통 가족 수사를 할 때는 가족 중 대표자만 수사한다며,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5촌 조카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 심하게 했지.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까"라며 '정치 사건'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하태경 후보는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대놓고 해서 놀랐다며, '조국 수사가 잘못됐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홍 후보는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 수사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하 후보는 과잉 수사가 뭐냐,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영장을 발부해야지 내버려 둬야 하느냐면서, 홍 후보가 '정치 검사라는 걸 고백했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씁쓸한 웃음을 짓던 홍 후보, "그 정도 역량으로 참…"이라며 말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방송국을 나서던 홍 후보는 곤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추정되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홍 후보에게 달려들며 거세게 항의한 겁니다. 수행팀이 막아섰지만, 홍 후보 등 뒤로 "역선택은 안 된다", "여권이냐 야권이냐" "홍준표는 사퇴하라" 같은 날 선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홍 후보는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조국이 사내답지 못하게 빠져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그를 압박하기 위하여 부인, 동생, 사촌을 줄지어 구속하고 딸까지 문제 삼은 것"이라며, " 법이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그렇게 한 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

이번엔 유승민 후보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유 후보는 SNS를 통해 "이건 아니다. 생각을 바로잡으시길 기대한다"며 홍 후보를 향해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들 일가의 불법ㆍ특권ㆍ반칙ㆍ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는데 과잉수사라니요"라며 "법의 관용은 누가 봐도 딱하고 불쌍한 처지의 약자를 위한 것이지 조국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홍 후보는 유 후보 게시물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다시 글을 올리고, "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수 밖에 없다"고 물러섰습니다.

다만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잉 수사' 라는 말 대신 '정치 수사'라는 표현을 택한 겁니다.

다시 하태경 후보가 '홍준표 저격수'로 나섰습니다. 하 후보는 17일 아침 라디오에서, 홍 후보 답변을 듣는 순간 "경쟁자를 이겨내기 위해선 적과도 손잡을 분, 성문을 열어줄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 했습니다. 공정의 가치를 저버린 데 대해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엔 홍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SNS에 6문장짜리 글을 남겼습니다.

대선은 우리 편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 편, 중도층, 호남도 모두 투표에 참가합니다.
제 입장은 본선도 고려해서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문(재인)'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17일 오전,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홍준표 후보의 이런 '조국 수사'에 대한 입장은 이른바 '중도 확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후보 표현대로 대통령 선거 본선도 고려했을 때, 조국 수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찰의 수사 강도가 심했다고 생각하는 중도층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은 홍 후보의 이런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는 듯 여겨집니다. 특히 다음 달 8일, 4강 멤버가 확정되는 2차 예비 경선에선 1차 때와 달리 '당심' 반영 비율이 20%에서 30%로 높아집니다. 오는 11월 5일 본 경선에선 당원투표 반영 비율이 50%로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홍 후보가 당심을 모른 척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모든 국민을 감싸 안아야 하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겠다는 홍준표 후보. '젊은 층' 지지를 발판 삼아 윤석열 후보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홍 후보가 어떤 길을 갈지는 추석 연휴 뒤 이어질 TV 토론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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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조국 과잉수사” 발언에 ‘진땀’ 홍준표…역선택 때문?
    • 입력 2021-09-17 13:57:51
    • 수정2021-11-26 10:37:25
    여심야심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명이 모인 16일 첫 생방송 TV 토론에서 집중견제를 받은 윤석열 후보 못지 않게 홍준표 후보 역시 진땀을 흘렸습니다.

"민주당 대변인 같다"(하태경), "국민의힘과 원팀인지, 민주당과 원팀인지 우려의 시선이 많다"(원희룡) 등, 상대 후보들은 홍준표 후보가 여권 지지층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홍 후보는 "역선택이 있다면 이재명이나 이낙연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맞받았지만, 발목을 잡은 발언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당시 검찰이 과잉 수사를 했다는 주장입니다.

홍 후보는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이 보통 가족 수사를 할 때는 가족 중 대표자만 수사한다며,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5촌 조카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 심하게 했지. 목표가 조국 퇴진이니까"라며 '정치 사건'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하태경 후보는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대놓고 해서 놀랐다며, '조국 수사가 잘못됐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홍 후보는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 수사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하 후보는 과잉 수사가 뭐냐,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영장을 발부해야지 내버려 둬야 하느냐면서, 홍 후보가 '정치 검사라는 걸 고백했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씁쓸한 웃음을 짓던 홍 후보, "그 정도 역량으로 참…"이라며 말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방송국을 나서던 홍 후보는 곤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추정되는 서너명의 사람들이 홍 후보에게 달려들며 거세게 항의한 겁니다. 수행팀이 막아섰지만, 홍 후보 등 뒤로 "역선택은 안 된다", "여권이냐 야권이냐" "홍준표는 사퇴하라" 같은 날 선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홍 후보는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결코 조국 수사가 부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과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조국이 사내답지 못하게 빠져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그를 압박하기 위하여 부인, 동생, 사촌을 줄지어 구속하고 딸까지 문제 삼은 것"이라며, " 법이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그렇게 한 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

이번엔 유승민 후보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유 후보는 SNS를 통해 "이건 아니다. 생각을 바로잡으시길 기대한다"며 홍 후보를 향해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들 일가의 불법ㆍ특권ㆍ반칙ㆍ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는데 과잉수사라니요"라며 "법의 관용은 누가 봐도 딱하고 불쌍한 처지의 약자를 위한 것이지 조국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홍 후보는 유 후보 게시물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다시 글을 올리고, "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수 밖에 없다"고 물러섰습니다.

다만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잉 수사' 라는 말 대신 '정치 수사'라는 표현을 택한 겁니다.

다시 하태경 후보가 '홍준표 저격수'로 나섰습니다. 하 후보는 17일 아침 라디오에서, 홍 후보 답변을 듣는 순간 "경쟁자를 이겨내기 위해선 적과도 손잡을 분, 성문을 열어줄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 했습니다. 공정의 가치를 저버린 데 대해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엔 홍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SNS에 6문장짜리 글을 남겼습니다.

대선은 우리 편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 편, 중도층, 호남도 모두 투표에 참가합니다.
제 입장은 본선도 고려해서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문(재인)'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17일 오전,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홍준표 후보의 이런 '조국 수사'에 대한 입장은 이른바 '중도 확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후보 표현대로 대통령 선거 본선도 고려했을 때, 조국 수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찰의 수사 강도가 심했다고 생각하는 중도층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은 홍 후보의 이런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는 듯 여겨집니다. 특히 다음 달 8일, 4강 멤버가 확정되는 2차 예비 경선에선 1차 때와 달리 '당심' 반영 비율이 20%에서 30%로 높아집니다. 오는 11월 5일 본 경선에선 당원투표 반영 비율이 50%로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홍 후보가 당심을 모른 척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모든 국민을 감싸 안아야 하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겠다는 홍준표 후보. '젊은 층' 지지를 발판 삼아 윤석열 후보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홍 후보가 어떤 길을 갈지는 추석 연휴 뒤 이어질 TV 토론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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