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하고 코로나…공부 좀 하게 코로나야 물러가라!”

입력 2021.09.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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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올해 추석에도 고향 가는 건 요원해보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부모님을 뵙기도 어렵겠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추석에도 자식을 만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과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이 있어 화제입니다.

서울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추석을 맞아 썼던 시 몇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쉬운 추석 손영자

추석이 나는 참 좋다.
송편 빚고 빈대떡도 만들었다.
빈대떡은 우리 막내 아들이 잘 먹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게 생각이 든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지 못하고 전화만 한다.
멀리 떨어진 가족이 오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보고 싶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가 참고 오랫동안 보지도 못했는데
딸아 정말 보고싶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진이 민정이에게도
할머니가 사랑한다고 전해라~


지랄하고 코로나 송점두

처녀 때 서럽게 컸다.
사촌 오빠네서 밥하고 논 농사 도와주고 살았다.
학교는 아예 안 가보고 스무살에 결혼했다.

나는 이태원 보광동 안 다니는 골목 없이
아침에는 열무 다라이에 여다 팔고
낮에는 과일 여다 팔고 오후에는 생선 여다 팔고
우리 아저씨하고 나하고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

사촌 오빠네서 받은 설움 삼남매 키우면서
잘 살았다. 결혼해서 행복했다.

나는 칠십넷에 공부를 시작했다.
ㄱ, ㄴ 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지랄하고 코로나 때문에
그것 좀 배우려다 그것도 못 배우고 있다.
나 공부 좀 하게 코로나야 물러가라!


별 탈 없이 지나가길 강정자

추석에 코로나 때문에
맘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식구끼리 예배만 보고
아이들 아버지 산소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좀 서운했지만
괜찮아졌다

우리 가족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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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X하고 코로나…공부 좀 하게 코로나야 물러가라!”
    • 입력 2021-09-18 07:02:13
    취재K

코로나19로 올해 추석에도 고향 가는 건 요원해보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부모님을 뵙기도 어렵겠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추석에도 자식을 만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과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이 있어 화제입니다.

서울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글을 배운 어르신들이 추석을 맞아 썼던 시 몇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쉬운 추석 손영자

추석이 나는 참 좋다.
송편 빚고 빈대떡도 만들었다.
빈대떡은 우리 막내 아들이 잘 먹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게 생각이 든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지 못하고 전화만 한다.
멀리 떨어진 가족이 오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보고 싶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가 참고 오랫동안 보지도 못했는데
딸아 정말 보고싶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진이 민정이에게도
할머니가 사랑한다고 전해라~


지랄하고 코로나 송점두

처녀 때 서럽게 컸다.
사촌 오빠네서 밥하고 논 농사 도와주고 살았다.
학교는 아예 안 가보고 스무살에 결혼했다.

나는 이태원 보광동 안 다니는 골목 없이
아침에는 열무 다라이에 여다 팔고
낮에는 과일 여다 팔고 오후에는 생선 여다 팔고
우리 아저씨하고 나하고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

사촌 오빠네서 받은 설움 삼남매 키우면서
잘 살았다. 결혼해서 행복했다.

나는 칠십넷에 공부를 시작했다.
ㄱ, ㄴ 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지랄하고 코로나 때문에
그것 좀 배우려다 그것도 못 배우고 있다.
나 공부 좀 하게 코로나야 물러가라!


별 탈 없이 지나가길 강정자

추석에 코로나 때문에
맘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식구끼리 예배만 보고
아이들 아버지 산소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좀 서운했지만
괜찮아졌다

우리 가족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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