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기필코 다이어트?…먹는 것만 줄여서 비만 개선 ‘NO’

입력 2021.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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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만 줄여서는 비만 치료를 못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등의 과학자들은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에너지 균형 모델'(energy balance model) 대신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탄수화물-인슐린 모델'(carbohydrate-insulin model)을 따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제시한 것.

보스턴 아동병원의 내분비학자인 데이비드 루드비히(David Ludwig) 박사(하버드의대 교수 겸직)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 영양 학회(ASN)가 발행하는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이젠 질병으로 불리는 비만의 주원인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빨리 흡수되는 가공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데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인 셈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이 새로운 이론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루드비히 박사를 포함한 공중 보건 전문가 등 1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이 모델을 가장 포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연구팀은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을 지지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정리하면서, 에너지 균형 모델과의 차이점을 부각한 일련의 검증 가능한 가설들을 확인해 미래 연구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기존의 에너지 균형 모델로는 체중 증가의 생물학적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루드비히 박사는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하루 음식물 섭취 에너지를 1천 칼로리나 늘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어서 신체가 급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급성장기에 식욕이 왕성해져 과식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연구팀은 먹는 양보다 먹는 패턴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한번 음식을 먹은 뒤 올라가는 혈당을 수치화한 '혈당 부하 지수(GL)'를 주목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소화·흡수가 빠른 고(高) GL 탄수화물을 주범으로 꼽고 있는데, 이런 탄수화물은 몸 안의 물질대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호르몬 반응을 유발, 지방의 축적이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실제로 가공도가 높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인슐린 분비를 늘립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뇌는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고 공복감을 유발한다는 점.

몸이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하면서 대사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몸에 과도한 지방이 쌓이는 동안에도 계속 공복감이 남을 수 있다고.

따라서 비만 질환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먹는 양과 함께 먹는 음식이 호르몬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에너지 균형 모델'은 이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져 있다고 연구팀을 지적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면 체중 관리와 비만 치료에 큰 변화가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과 '싸움'의 연속인 '덜 먹기' 대신 '가공 탄수화물 줄이기'로 전략의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루드비히 박사는 마지막으로 "특히 저지방 다이어트를 할 때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데 이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지방 축적 욕구가 억제돼 공복감과 힘든 걸 덜 느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석 명절 음식 요리와 섭취에 도움이 될만한 해석도 가능할까?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이 연구 결과를 우리에게 맞게 해석한다면,

"이번 명절 음식에서는 되도록 모든 메뉴에서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나 귀리가루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대부분의 시판 음료들에는 액상과당이 들어있으니 엿기름을 활용한 전통 식혜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며 ,

"갈비찜이나 갈비구이 등의 고기 메뉴에는 설탕 대신 조청이나 꿀로 단맛을 내면 정제된 단순당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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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8 08:00:18
    취재K

'먹는 것'만 줄여서는 비만 치료를 못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등의 과학자들은 효과적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에너지 균형 모델'(energy balance model) 대신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탄수화물-인슐린 모델'(carbohydrate-insulin model)을 따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제시한 것.

보스턴 아동병원의 내분비학자인 데이비드 루드비히(David Ludwig) 박사(하버드의대 교수 겸직)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 영양 학회(ASN)가 발행하는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이젠 질병으로 불리는 비만의 주원인은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빨리 흡수되는 가공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데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인 셈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이 새로운 이론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루드비히 박사를 포함한 공중 보건 전문가 등 1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이 모델을 가장 포괄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연구팀은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을 지지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정리하면서, 에너지 균형 모델과의 차이점을 부각한 일련의 검증 가능한 가설들을 확인해 미래 연구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기존의 에너지 균형 모델로는 체중 증가의 생물학적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루드비히 박사는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하루 음식물 섭취 에너지를 1천 칼로리나 늘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어서 신체가 급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급성장기에 식욕이 왕성해져 과식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연구팀은 먹는 양보다 먹는 패턴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한번 음식을 먹은 뒤 올라가는 혈당을 수치화한 '혈당 부하 지수(GL)'를 주목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특히 소화·흡수가 빠른 고(高) GL 탄수화물을 주범으로 꼽고 있는데, 이런 탄수화물은 몸 안의 물질대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호르몬 반응을 유발, 지방의 축적이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실제로 가공도가 높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인슐린 분비를 늘립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뇌는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고 공복감을 유발한다는 점.

몸이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하면서 대사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몸에 과도한 지방이 쌓이는 동안에도 계속 공복감이 남을 수 있다고.

따라서 비만 질환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먹는 양과 함께 먹는 음식이 호르몬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에너지 균형 모델'은 이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져 있다고 연구팀을 지적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면 체중 관리와 비만 치료에 큰 변화가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과 '싸움'의 연속인 '덜 먹기' 대신 '가공 탄수화물 줄이기'로 전략의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루드비히 박사는 마지막으로 "특히 저지방 다이어트를 할 때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데 이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지방 축적 욕구가 억제돼 공복감과 힘든 걸 덜 느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추석 명절 음식 요리와 섭취에 도움이 될만한 해석도 가능할까?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이 연구 결과를 우리에게 맞게 해석한다면,

"이번 명절 음식에서는 되도록 모든 메뉴에서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나 귀리가루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대부분의 시판 음료들에는 액상과당이 들어있으니 엿기름을 활용한 전통 식혜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며 ,

"갈비찜이나 갈비구이 등의 고기 메뉴에는 설탕 대신 조청이나 꿀로 단맛을 내면 정제된 단순당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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