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도 시끄러운 택배 현장…왜?

입력 2021.09.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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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택배 많이 받아보셨나요? 코로나19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한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해마다 있었던 '택배 대란' 우려, 올해는 비교적 차질 없이 넘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택배 현장은 여전히 떠들썩합니다. 지난 6월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배노조 총파업 대회.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배노조 총파업 대회.

"과로사의 원흉인 분류 작업, 공짜 노동, 내년 1월 1일부터 확실하게 없어지도록 합의한 것입니다!" -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지난 6월 16일

이번 추석은 지난 6월, 택배 기사의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꼽힌 '분류 작업'을 하지 않도록 한 '사회적 합의' 이후 첫 명절입니다. 전면 이행은 내년 1월부터지만, 합의문엔 중간 점검 성격으로, 이번 달부터 분류 인력을 추가 투입해 놓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택배 현장이 떠들썩한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내년 사회적 합의 이행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과연 택배사들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 약속, 지키고 있나요?…한진·롯데 "네" CJ대한통운 "아마도"

합의문에 적힌 '중간 이행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걸 토대로 각 택배사가 약속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나.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중간 이행목표로서 금년 추석명절 이전인 9월 1일부터 아래와 같이 조치한다.

1)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회사별로 1차 합의에 따른 기 투입 분류인력 외에 1천명의 추가 분류인력을 투입한다.
2) CJ대한통운은 1차 합의에 따른 기 투입 분류인력 외에 1천명의 추가 분류인력에 상응하는 노무 또는 비용을 투입한다.

우선 한진과 롯데. 이미 이들은 분류 인력을 전국적으로 천 명가량 투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합의에서 천 명을 더 투입하기로 했으니, 지난 1일부터 전국에 분류 인력이 2천 명은 들어가 있어야 했는데요.

롯데는 지난 1일부터 합의에 따라 매일 전국 현장에 2천 백 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진도 2천 명 넘게 투입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진 관계자는 "여기에 더해 명절 특수기이다 보니, 상·하차를 지원하는 인력과 동승 인력도 추가 투입한 곳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은 모두 내년 초 사회적 합의 전면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 분류 인력을 2천 명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송파의 한 물류센터.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에 택배 기사가 해 왔던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인력, 이른바 ‘분류 도우미’입니다.지난 6월 송파의 한 물류센터.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에 택배 기사가 해 왔던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인력, 이른바 ‘분류 도우미’입니다.

문제는 택배업계 점유율 1위 업체, CJ대한통운입니다. 합의서를 보면, CJ대한통운은 인력 천 명을 직접 새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 천 명에 해당하는 노무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일하고 있던 분류 인력들이 천 명 분의 일을 더 하게 하거나, 분류 작업을 하는 택배 기사에게 그만큼의 분류 비용을 준다는 뜻입니다.

CJ대한통운 측에 그런 비용이 투입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봐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도 아니고 '아직 아니다'도 아니고, 무슨 뜻일까요?

CJ대한통운 본사는 각 대리점을 대표하는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분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습니다. 택배 분류 인력은 대리점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 인건비를 본사와 대리점이 분담해야 합니다. 또 이번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기사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들어가게 됐으니, 이 보험료도 대리점이 부담해야 하죠.

CJ대한통운은 현장의 90%에 휠 소터(자동 분류기)가 설치된 점, 이미 분류 인력이 4천4백여 명이라 택배 기사 5명 당 분류 도우미 1명이 투입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대리점에 건당 50~60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가 버린 9월분은 다음 달 함께 지급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니까 9월부터 분류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비용 50원 정도를 대리점에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 분류 비용은 어떻게 해요?…한진·롯데 "택배비 인상분으로" CJ대한통운 "50~60원"

그럼 한진과 롯데는 이런 비용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우선 한진은 고객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6월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비를 평균 170원 정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170원인 이유는 바로 합의문에 들어 있는 아래 내용 때문입니다.

2.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보호를 위해 필요한 택배 원가 상승요인은 개당 170원임을 확인한다.

(...)

4.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하며,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

한진 관계자는 "인상된 금액을 전부 사회적 합의 이행에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류 인력을 대리점에서 고용할 경우, 이 인건비를 본사에 청구하면 본사가 지급하고, 본사가 협력업체 등을 통해 고용할 경우 직접 지출한다는 겁니다.

한편 롯데는 170원 가운데 현재까지 95원 정도를 택배비에 반영해 올렸습니다. 170원은 내년 1월까지 분류 인력을 4천 명 투입하기로 한 데 대한 상승분인데, 현재까지 그의 절반인 2천 명이 투입돼 있으니 택배비도 절반 올린 거란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 20원에다 150원의 절반인 75원을 더해 95원이 택배비에 반영됐고 이를 전부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롯데는 이 95원을 기금으로 따로 관리하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에만 쓰기로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렇게 따로 관리해서 사회적 합의 이행에만 투명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석 달 남은 전면 이행…가능할까?

반면 CJ대한통운은 6월 합의 이후 택배비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보다 앞선 4월, 택배 기사들의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250원 가량을 미리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만도 나옵니다. 지난 16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비를 올려놓고는, 사회적 합의 이행에 50원 가량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사측이 이윤으로 가져가기로 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오른 택배비는 택배 기사들의 환경 개선 등 투자 목적에 따라 쓰이고 있고, 부정확한 수치와 과장된 계산으로 경영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두 개 택배사와 비교하면 CJ대한통운 측이 밝힌 지출 구조가 분명하지 않은 점은 있어 보입니다. 사회적 합의 이후가 아닌 이전에 요금을 미리 올렸고, 이미 자동화 기기를 미리 도입해서 다른 택배사와 환경이 다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 투입에 대한 기준도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 확실한 건 사측이 대리점에 50원가량을 분류 비용으로 지출하기로 했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1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분류 비용을 적정하게 나누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지난 1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분류 비용을 적정하게 나누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합의 이행에 충분한 금액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인건비를 직접 지출해야 하는 대리점입니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분류 도우미 1명이 하루에 5시간을 일하면 한 달에 180만 원가량을 줘야 하는데, 현재 협의된 금액은 120만 원 정도만 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10월. 택배 노동자가 분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년 1월까진 불과 석 달 남짓 남게 됩니다. 남은 석 달 동안 택배사들은 분류 작업 배제에 필요한 비용 분담 협의를 대리점 측과 마쳐야 하고, 필요한 장비 등도 미리 갖춰놔야 합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내년 1월부터 정말 사회적 합의 이행이 가능한 거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6월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고, 시민들도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죠. 내년 초, 설 명절에 또다시 이런 우여곡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택배사들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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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추석에도 시끄러운 택배 현장…왜?
    • 입력 2021-09-18 09:03:46
    취재K

이번 추석, 택배 많이 받아보셨나요? 코로나19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한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해마다 있었던 '택배 대란' 우려, 올해는 비교적 차질 없이 넘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택배 현장은 여전히 떠들썩합니다. 지난 6월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택배노조 총파업 대회.
"과로사의 원흉인 분류 작업, 공짜 노동, 내년 1월 1일부터 확실하게 없어지도록 합의한 것입니다!" -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지난 6월 16일

이번 추석은 지난 6월, 택배 기사의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꼽힌 '분류 작업'을 하지 않도록 한 '사회적 합의' 이후 첫 명절입니다. 전면 이행은 내년 1월부터지만, 합의문엔 중간 점검 성격으로, 이번 달부터 분류 인력을 추가 투입해 놓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택배 현장이 떠들썩한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내년 사회적 합의 이행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과연 택배사들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 약속, 지키고 있나요?…한진·롯데 "네" CJ대한통운 "아마도"

합의문에 적힌 '중간 이행 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걸 토대로 각 택배사가 약속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나.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중간 이행목표로서 금년 추석명절 이전인 9월 1일부터 아래와 같이 조치한다.

1)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회사별로 1차 합의에 따른 기 투입 분류인력 외에 1천명의 추가 분류인력을 투입한다.
2) CJ대한통운은 1차 합의에 따른 기 투입 분류인력 외에 1천명의 추가 분류인력에 상응하는 노무 또는 비용을 투입한다.

우선 한진과 롯데. 이미 이들은 분류 인력을 전국적으로 천 명가량 투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합의에서 천 명을 더 투입하기로 했으니, 지난 1일부터 전국에 분류 인력이 2천 명은 들어가 있어야 했는데요.

롯데는 지난 1일부터 합의에 따라 매일 전국 현장에 2천 백 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진도 2천 명 넘게 투입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진 관계자는 "여기에 더해 명절 특수기이다 보니, 상·하차를 지원하는 인력과 동승 인력도 추가 투입한 곳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은 모두 내년 초 사회적 합의 전면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 분류 인력을 2천 명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송파의 한 물류센터.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에 택배 기사가 해 왔던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인력, 이른바 ‘분류 도우미’입니다.
문제는 택배업계 점유율 1위 업체, CJ대한통운입니다. 합의서를 보면, CJ대한통운은 인력 천 명을 직접 새로 투입하는 게 아니라, 천 명에 해당하는 노무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일하고 있던 분류 인력들이 천 명 분의 일을 더 하게 하거나, 분류 작업을 하는 택배 기사에게 그만큼의 분류 비용을 준다는 뜻입니다.

CJ대한통운 측에 그런 비용이 투입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봐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도 아니고 '아직 아니다'도 아니고, 무슨 뜻일까요?

CJ대한통운 본사는 각 대리점을 대표하는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분류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습니다. 택배 분류 인력은 대리점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 인건비를 본사와 대리점이 분담해야 합니다. 또 이번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 기사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들어가게 됐으니, 이 보험료도 대리점이 부담해야 하죠.

CJ대한통운은 현장의 90%에 휠 소터(자동 분류기)가 설치된 점, 이미 분류 인력이 4천4백여 명이라 택배 기사 5명 당 분류 도우미 1명이 투입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대리점에 건당 50~60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절반 이상 지나가 버린 9월분은 다음 달 함께 지급할 예정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니까 9월부터 분류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비용 50원 정도를 대리점에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 분류 비용은 어떻게 해요?…한진·롯데 "택배비 인상분으로" CJ대한통운 "50~60원"

그럼 한진과 롯데는 이런 비용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우선 한진은 고객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6월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비를 평균 170원 정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170원인 이유는 바로 합의문에 들어 있는 아래 내용 때문입니다.

2.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보호를 위해 필요한 택배 원가 상승요인은 개당 170원임을 확인한다.

(...)

4.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하며,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

한진 관계자는 "인상된 금액을 전부 사회적 합의 이행에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류 인력을 대리점에서 고용할 경우, 이 인건비를 본사에 청구하면 본사가 지급하고, 본사가 협력업체 등을 통해 고용할 경우 직접 지출한다는 겁니다.

한편 롯데는 170원 가운데 현재까지 95원 정도를 택배비에 반영해 올렸습니다. 170원은 내년 1월까지 분류 인력을 4천 명 투입하기로 한 데 대한 상승분인데, 현재까지 그의 절반인 2천 명이 투입돼 있으니 택배비도 절반 올린 거란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 20원에다 150원의 절반인 75원을 더해 95원이 택배비에 반영됐고 이를 전부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롯데는 이 95원을 기금으로 따로 관리하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에만 쓰기로 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렇게 따로 관리해서 사회적 합의 이행에만 투명하게 활용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석 달 남은 전면 이행…가능할까?

반면 CJ대한통운은 6월 합의 이후 택배비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보다 앞선 4월, 택배 기사들의 작업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250원 가량을 미리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만도 나옵니다. 지난 16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비를 올려놓고는, 사회적 합의 이행에 50원 가량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사측이 이윤으로 가져가기로 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오른 택배비는 택배 기사들의 환경 개선 등 투자 목적에 따라 쓰이고 있고, 부정확한 수치와 과장된 계산으로 경영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두 개 택배사와 비교하면 CJ대한통운 측이 밝힌 지출 구조가 분명하지 않은 점은 있어 보입니다. 사회적 합의 이후가 아닌 이전에 요금을 미리 올렸고, 이미 자동화 기기를 미리 도입해서 다른 택배사와 환경이 다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 투입에 대한 기준도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 확실한 건 사측이 대리점에 50원가량을 분류 비용으로 지출하기로 했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1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분류 비용을 적정하게 나누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합의 이행에 충분한 금액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인건비를 직접 지출해야 하는 대리점입니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분류 도우미 1명이 하루에 5시간을 일하면 한 달에 180만 원가량을 줘야 하는데, 현재 협의된 금액은 120만 원 정도만 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10월. 택배 노동자가 분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년 1월까진 불과 석 달 남짓 남게 됩니다. 남은 석 달 동안 택배사들은 분류 작업 배제에 필요한 비용 분담 협의를 대리점 측과 마쳐야 하고, 필요한 장비 등도 미리 갖춰놔야 합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내년 1월부터 정말 사회적 합의 이행이 가능한 거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6월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고, 시민들도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죠. 내년 초, 설 명절에 또다시 이런 우여곡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택배사들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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