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입던 방화복 ‘가방’으로 탄생…‘선순환’이끄는 이승우 대표

입력 2021.09.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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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을 모르는 소방관이 입던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

이런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미루고 이 사업에 뛰어든 20대도 있습니다.소방관이 입던 폐방화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119 레오(REO)와 대표 이승우 씨(28살)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코로나 19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여의도 KBS에서 이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119레오(REO_Rescue Each Other, 서로 구조한다는 뜻)를 시작한 계기를 물었습니다.

"대학에서 원래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해결을 시도하는 동아리 활동을 해왔는데,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동아리 친구들과 120명 정도의 소방관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어요. 소방관의 장비 노후화는 어느 정도 해결되던 시기인데 누군가가 고(故)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가족을 만났습니다. 당시 유가족들이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던 시절인데 이런 내용을 알고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에 이 사회적 기업과 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6년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모든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사회적 기업의 틀을 갖춘 119레오를 통해 가방과 지갑, 패션 소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소방관들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대표의 대학 전공은 패션이나 디자인과 무관한 '건축학'.

"전공(건축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들에게 건축이나 공간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현상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할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2012년부터 '평창의 마을 살리기 사업'이나 '한강 어부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했는데 이 둘은 별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그 후에 119레오라는 프로젝트는 이제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졸업도 못 했지요."



아라미드 계열 섬유가 주로 쓰인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들은 만져보면 의외로 부드럽지만, 매우 질기고 강한 것이 특징. 이 대표는 앞으로 친환경적인 제조와 유통에 더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위 말하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것은 환경적 모든 문제에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가 가방을 만들면서 방화복 원단의 생애주기를 연장하는 것은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는 '작은 동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소방 안전 장비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지만, 주기가 지나면 결국 폐기됩니다. 이런 방화복조차 입지 못하고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소방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 세대의 안전을 위해 사용한 소방 안전 용품이 미래 세대에 환경 문제가 되지 않도록 소방 안전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에도 동참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는 4천 800만 원 정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이 대표는 설명합니다. 그래도 전문 디자이너도 2명이나 합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유가 생겼다고.

"2016년 동아리 시작으로부터 본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소방 현장에 유해 물질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인데,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이 병에 걸렸을 때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가 2018년 사업자등록일로 본다면 아직 태동의 시기로 볼수 있는데, 해외 브랜드에도 견줄수 있도록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또 수거한 폐방화복의 세탁과 분해 작업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각각의 업무를 해주시는 곳은 인천 중구 자활센터와 서울 광진 자활센터라고.

이승우 대표는 "내년부터는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에게 후원자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것 이외에도 바로 기부에 동참하시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 중이다"며 의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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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 입던 방화복 ‘가방’으로 탄생…‘선순환’이끄는 이승우 대표
    • 입력 2021-09-19 08:02:38
    취재K

화재 현장,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을 모르는 소방관이 입던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

이런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미루고 이 사업에 뛰어든 20대도 있습니다.소방관이 입던 폐방화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119 레오(REO)와 대표 이승우 씨(28살)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코로나 19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여의도 KBS에서 이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119레오(REO_Rescue Each Other, 서로 구조한다는 뜻)를 시작한 계기를 물었습니다.

"대학에서 원래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해결을 시도하는 동아리 활동을 해왔는데,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동아리 친구들과 120명 정도의 소방관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어요. 소방관의 장비 노후화는 어느 정도 해결되던 시기인데 누군가가 고(故)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가족을 만났습니다. 당시 유가족들이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던 시절인데 이런 내용을 알고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에 이 사회적 기업과 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6년 프로젝트 초창기에는 모든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사회적 기업의 틀을 갖춘 119레오를 통해 가방과 지갑, 패션 소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소방관들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대표의 대학 전공은 패션이나 디자인과 무관한 '건축학'.

"전공(건축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들에게 건축이나 공간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현상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할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2012년부터 '평창의 마을 살리기 사업'이나 '한강 어부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했는데 이 둘은 별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그 후에 119레오라는 프로젝트는 이제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졸업도 못 했지요."



아라미드 계열 섬유가 주로 쓰인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들은 만져보면 의외로 부드럽지만, 매우 질기고 강한 것이 특징. 이 대표는 앞으로 친환경적인 제조와 유통에 더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위 말하는 '업사이클링'이라는 것은 환경적 모든 문제에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가 가방을 만들면서 방화복 원단의 생애주기를 연장하는 것은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는 '작은 동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소방 안전 장비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지만, 주기가 지나면 결국 폐기됩니다. 이런 방화복조차 입지 못하고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소방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 세대의 안전을 위해 사용한 소방 안전 용품이 미래 세대에 환경 문제가 되지 않도록 소방 안전 폐기물을 제로로 만드는 것에도 동참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는 4천 800만 원 정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이 대표는 설명합니다. 그래도 전문 디자이너도 2명이나 합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유가 생겼다고.

"2016년 동아리 시작으로부터 본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소방 현장에 유해 물질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인데,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이 병에 걸렸을 때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가 2018년 사업자등록일로 본다면 아직 태동의 시기로 볼수 있는데, 해외 브랜드에도 견줄수 있도록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또 수거한 폐방화복의 세탁과 분해 작업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각각의 업무를 해주시는 곳은 인천 중구 자활센터와 서울 광진 자활센터라고.

이승우 대표는 "내년부터는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에게 후원자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것 이외에도 바로 기부에 동참하시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 중이다"며 의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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