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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티슈 너! ‘종이’ 아니었어?”…물티슈의 뜻밖의 고백
입력 2021.09.20 (08:01) 수정 2021.09.20 (10:57) 취재K

"물티슈가 '티슈'라고 해서 펄프로 생각하는데, 플라스틱이라 녹지 않습니다. 이름에 티슈라고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하수처리장 관리팀장은 하수에 쓸려 내려온 여러 쓰레기 가운데 '물티슈'가 가장 골칫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물에 녹지 않은 물티슈가 머리카락 등 여러 쓰레기와 엉키면서 하수처리시설 고장의 주요 원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하수처리장으로 모인 하수에서 쓰레기를 거르는 1차 스크린 장치를 확인해 봤더니, 엉겨 붙어있는 검은색 물질이 나타났습니다. 하수로 인해 검게 변한 '물티슈'였습니다.

취재진이 하수처리시설 스크린 작업장에서 들어 올린 물티슈취재진이 하수처리시설 스크린 작업장에서 들어 올린 물티슈

박석훈 / 인천환경공단 가좌사업소(하수처리장) 수질관리팀장
"물티슈가 다른 협잡물(쓰레기)과 엉키게 되거든요. 엉키게 되면 이것 자체가 다음 단계 설비에 부담되거든요. 꼬이면 바로 (과)부하가 걸리거든요."

"스크루 시설 고장에 물티슈가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름을 '티슈'라고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물 헝겊'이든 '물 플라스틱'이든… 저희가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고요?"

소비자들은 물티슈가 플라스틱인 걸 알고 있을까요? 결과는 '아니오'였습니다.

소비자들은 행주나 걸레 대신 쓰고 버리기 편한 물티슈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물티슈 성분'에 대해선 모른다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소비자 정동훈 씨(왼쪽)와 넬렙 알레샤(오른쪽)소비자 정동훈 씨(왼쪽)와 넬렙 알레샤(오른쪽)

정동훈 / 서울시 종로구
"요즘 행주로 했던 걸 물티슈로 90% 이상 다 하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지금은 행주 안 쓰고 물티슈 써요. 물티슈는 '티슈'라고 생각하고, 화학 처리를 잘해서 종이가 안 풀리는 거로 생각했어요."

넬렙 알레샤 / 서울 서대문구
"아기가 있어서 물티슈 많이 써요. 특히, 아기 이유식 먹일 때 물티슈로 많이 닦아요. 물티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플라스틱이라고 쓰여 있는 제품 못 봤어요."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올해 6월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5.1%(414명)가 물티슈가 '펄프' 혹은 '섬유'로 만들어졌다고 답했습니다. 물티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고 아는 사람은 34.9%(222명)에 불과했습니다.

물티슈는 '폴리에스테르'와 '부직포'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네, 물티슈의 원료는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이 때문에 물티슈는 재활용도 안 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합니다. 폐기 과정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나옵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됩니다. 요즘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하는 최인철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소형생물이나 어류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인식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서 사람에게 다시 흡수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화장품 물티슈'는 왜 이런 성분 표시를 하지 않을까?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을까요?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물티슈 여러 개를 구매해 포장지를 확인해 봤지만 '플라스틱'이라는 표시는 1개 제품을 빼고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판매 중인 화장품 물티슈 제품. 일부 제품(왼쪽 위 화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 표시는 빠져 있다.판매 중인 화장품 물티슈 제품. 일부 제품(왼쪽 위 화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 표시는 빠져 있다.

물티슈는 크게 '화장품 물티슈'와 '위생용품 물티슈'로 나뉩니다. 식당에서 손 닦는 용도로 손님에게 주는 물티슈는 '위생용품 물티슈', 마트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물티슈 제품은 '화장품 물티슈'라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화장품 물티슈의 경우, 화장품법에 따라 피부에 흡수되는 성분은 빠짐없이 표시해야 하지만, 피부에 스며들지 않는 부자재는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물티슈에 담긴 화학 성분은 표시해야 하지만, 하얀 섬유조직의 재질까지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어려워도' …물티슈 안주고, 안 쓰기 '생활 운동' 등장

다행인 건 물티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물티슈를 안 쓰고 안 주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무실에서 손수건 쓰는 이혜선 씨(왼쪽). 매장 내 손 씻는 공간을 마련한 유한건강생활(오른쪽)사무실에서 손수건 쓰는 이혜선 씨(왼쪽). 매장 내 손 씻는 공간을 마련한 유한건강생활(오른쪽)

한국환경공단에서 일하는 이혜선 씨는 책상 한쪽에 손수건을 걸어놓고 말립니다. 사무실에서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쓰기 때문입니다. 물티슈를 쓰던 전보다 생활은 조금 불편하지만, 버려지는 물티슈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는 생각에 습관을 바꿨다고 이 씨는 말합니다.

이혜선 / 한국환경공단 직원
"아무래도 이런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까, 플라스틱 문제 등이 주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환경오염에 물티슈가 주범이다 보니까 물티슈 대신에 불편하더라도 손수건을 쓰고 있습니다."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는 매장도 생겼습니다. 유한건강생활은 직영 매장 10곳에서 2년째 물티슈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물티슈를 요청하는 손님에게 매장 내 손을 씻는 별도 공간을 안내합니다.

손인규 / 유한건강생활 매장관리팀장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은 이후에 고객들이 손을 씻다 보니까 냅킨 사용도 많이 줄었고요. 처음보다 물티슈를 요청하는 고객도 줄었습니다."

물티슈는 국내에서 129만 톤 이상 생산됩니다. 한 가구당 1년에 60kg 사용하는 셈입니다. 편리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티슈. 이제 물티슈를 뽑을 때마다 "이게 플라스틱이었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환경을 위해, 아니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말이죠.
  • “물티슈 너! ‘종이’ 아니었어?”…물티슈의 뜻밖의 고백
    • 입력 2021-09-20 08:01:00
    • 수정2021-09-20 10:57:10
    취재K

"물티슈가 '티슈'라고 해서 펄프로 생각하는데, 플라스틱이라 녹지 않습니다. 이름에 티슈라고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하수처리장 관리팀장은 하수에 쓸려 내려온 여러 쓰레기 가운데 '물티슈'가 가장 골칫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물에 녹지 않은 물티슈가 머리카락 등 여러 쓰레기와 엉키면서 하수처리시설 고장의 주요 원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하수처리장으로 모인 하수에서 쓰레기를 거르는 1차 스크린 장치를 확인해 봤더니, 엉겨 붙어있는 검은색 물질이 나타났습니다. 하수로 인해 검게 변한 '물티슈'였습니다.

취재진이 하수처리시설 스크린 작업장에서 들어 올린 물티슈취재진이 하수처리시설 스크린 작업장에서 들어 올린 물티슈

박석훈 / 인천환경공단 가좌사업소(하수처리장) 수질관리팀장
"물티슈가 다른 협잡물(쓰레기)과 엉키게 되거든요. 엉키게 되면 이것 자체가 다음 단계 설비에 부담되거든요. 꼬이면 바로 (과)부하가 걸리거든요."

"스크루 시설 고장에 물티슈가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름을 '티슈'라고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물 헝겊'이든 '물 플라스틱'이든… 저희가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고요?"

소비자들은 물티슈가 플라스틱인 걸 알고 있을까요? 결과는 '아니오'였습니다.

소비자들은 행주나 걸레 대신 쓰고 버리기 편한 물티슈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물티슈 성분'에 대해선 모른다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소비자 정동훈 씨(왼쪽)와 넬렙 알레샤(오른쪽)소비자 정동훈 씨(왼쪽)와 넬렙 알레샤(오른쪽)

정동훈 / 서울시 종로구
"요즘 행주로 했던 걸 물티슈로 90% 이상 다 하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지금은 행주 안 쓰고 물티슈 써요. 물티슈는 '티슈'라고 생각하고, 화학 처리를 잘해서 종이가 안 풀리는 거로 생각했어요."

넬렙 알레샤 / 서울 서대문구
"아기가 있어서 물티슈 많이 써요. 특히, 아기 이유식 먹일 때 물티슈로 많이 닦아요. 물티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플라스틱이라고 쓰여 있는 제품 못 봤어요."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올해 6월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5.1%(414명)가 물티슈가 '펄프' 혹은 '섬유'로 만들어졌다고 답했습니다. 물티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고 아는 사람은 34.9%(222명)에 불과했습니다.

물티슈는 '폴리에스테르'와 '부직포'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네, 물티슈의 원료는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이 때문에 물티슈는 재활용도 안 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합니다. 폐기 과정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나옵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됩니다. 요즘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 미세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하는 최인철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소형생물이나 어류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인식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통해서 사람에게 다시 흡수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화장품 물티슈'는 왜 이런 성분 표시를 하지 않을까?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을까요?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물티슈 여러 개를 구매해 포장지를 확인해 봤지만 '플라스틱'이라는 표시는 1개 제품을 빼고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판매 중인 화장품 물티슈 제품. 일부 제품(왼쪽 위 화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 표시는 빠져 있다.판매 중인 화장품 물티슈 제품. 일부 제품(왼쪽 위 화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 표시는 빠져 있다.

물티슈는 크게 '화장품 물티슈'와 '위생용품 물티슈'로 나뉩니다. 식당에서 손 닦는 용도로 손님에게 주는 물티슈는 '위생용품 물티슈', 마트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물티슈 제품은 '화장품 물티슈'라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화장품 물티슈의 경우, 화장품법에 따라 피부에 흡수되는 성분은 빠짐없이 표시해야 하지만, 피부에 스며들지 않는 부자재는 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물티슈에 담긴 화학 성분은 표시해야 하지만, 하얀 섬유조직의 재질까지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어려워도' …물티슈 안주고, 안 쓰기 '생활 운동' 등장

다행인 건 물티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물티슈를 안 쓰고 안 주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무실에서 손수건 쓰는 이혜선 씨(왼쪽). 매장 내 손 씻는 공간을 마련한 유한건강생활(오른쪽)사무실에서 손수건 쓰는 이혜선 씨(왼쪽). 매장 내 손 씻는 공간을 마련한 유한건강생활(오른쪽)

한국환경공단에서 일하는 이혜선 씨는 책상 한쪽에 손수건을 걸어놓고 말립니다. 사무실에서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쓰기 때문입니다. 물티슈를 쓰던 전보다 생활은 조금 불편하지만, 버려지는 물티슈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는 생각에 습관을 바꿨다고 이 씨는 말합니다.

이혜선 / 한국환경공단 직원
"아무래도 이런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까, 플라스틱 문제 등이 주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환경오염에 물티슈가 주범이다 보니까 물티슈 대신에 불편하더라도 손수건을 쓰고 있습니다."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는 매장도 생겼습니다. 유한건강생활은 직영 매장 10곳에서 2년째 물티슈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물티슈를 요청하는 손님에게 매장 내 손을 씻는 별도 공간을 안내합니다.

손인규 / 유한건강생활 매장관리팀장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티슈를 제공하지 않은 이후에 고객들이 손을 씻다 보니까 냅킨 사용도 많이 줄었고요. 처음보다 물티슈를 요청하는 고객도 줄었습니다."

물티슈는 국내에서 129만 톤 이상 생산됩니다. 한 가구당 1년에 60kg 사용하는 셈입니다. 편리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티슈. 이제 물티슈를 뽑을 때마다 "이게 플라스틱이었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환경을 위해, 아니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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