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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 손도끼까지…이번 추석 연휴엔 꼭 ‘이웃 배려’
입력 2021.09.20 (08:01) 취재K

2013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면목동 살인사건’.

원인은 층간소음이었습니다. 설 연휴 기간 윗집 발소리에 예민해진 아랫집 남성이 부모님 댁을 방문한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사건의 여파로 형제의 아버지도 형제가 떠난 지 19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가족과 친지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추석 연휴가 또 다가왔습니다. 한 집에 모인 사람이 늘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겠죠. 그런데 이런 일, 명절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이 층간소음 갈등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한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A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A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

■ 층간소음에 ‘손도끼’까지 등장…현관문 부수기도

아랫집 사람이 화를 참지 못하고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지난달 경상남도 통영의 한 아파트 주민 A 씨는 아랫집 주민 B 씨에게 50cm짜리 손도끼를 휘둘렀습니다.

B 씨가 약 1년간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했고, A 씨는 소음의 원인이 될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맞서 온 상황. 사건 당일 B 씨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A 씨 집을 찾아갔고 말다툼이 이어지다 손도끼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음을 참지 못한 한 남성이 윗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둔기로 현관문을 부수고 강제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 남성은 현관문 손잡이를 여러 차례 내리치며 협박도 했습니다.

층간소음이 흉기 난동과 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더 이상 드문 일만은 아닌 겁니다.


■ 코로나19로 층간소음 민원 증가…‘귀트임’ 때문에 괴로움 호소

설상가상, 코로나19 탓에 각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이저면서 층간소음 민원도 늘었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 상담 신청 건수는 4만 2천 건으로, 2019년 2만 6천 건과 비교했을 때 61%, 약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웃사이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2012년부터 9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만 6천 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신고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4%나 됩니다.

층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발도장’이라고 하는, 뛰는 소리와 걷는 소리입니다. 지난해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10건 가운데 6건을 차지합니다.

대화를 나누고 물을 내리는 소리는 간접 충격음인 고주파라서 쉽게 저감이 됩니다. 하지만 직접 충격음인 발도장은 ‘저주파’기 때문에 진동도 함께 느껴집니다. 파장도 커서 막기 쉽지 않습니다.

발도장은 층간소음의 특징 중 하나인 ‘귀트임 현상’을 유발합니다. 몇 개월 동안 위층의 발소리를 반복해서 들었다면, 어느 날 그 전까진 들리지 않던, 들리더라도 신경 쓰이지 않던 여러 소리가 세세하게 들리게 됩니다.

한 번 귀가 트이면 원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위층의 작은 소리까지 저절로 들리니 아래층 사람은 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해외에선 ‘형사처분’ 대상 되기도…입건되거나 벌금형

해외에선 이러한 고통을 법으로 해결합니다. 미국은 층간소음 문제가 생기면 아파트 관리인에게 먼저 신고를 합니다. 관리인이 소음 유발자에게 경고한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소음 유발자는 바로 입건되거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은 좀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연방질서유지법상 소음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5천 유로(한화 약 690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입주할 때부터 계약서에 소음 조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음을 유발할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호주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계약서에 시간대 별로 어느 정도의 소음이 허용되는지 정해놨습니다. 관리인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경고한 뒤에도 소음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찰을 부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소음 유발자에게 200~400 호주 달러(한화 약 17~3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웃이 합의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재를 위해 만든 이웃사이센터도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사실상 이웃 간의 배려로 예방하는 게 최선인 겁니다.

층간소음 예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실내화를 착용하고 매트를 깔아 발소리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발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주의하는 겁니다.

층간소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윗집을 직접 찾아가는 건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음의 원인이 바로 윗집이라는 확신 자체가 더 큰 감정 싸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이웃사이센터는 직접 방문보다는 관리 사무소에 우선 중재를 요청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콜센터는 운영되지 않지만, 국가소음정보센터 누리집(www.noiseinfo.co.kr)에 온라인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층간소음’에 손도끼까지…이번 추석 연휴엔 꼭 ‘이웃 배려’
    • 입력 2021-09-20 08:01:01
    취재K

2013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면목동 살인사건’.

원인은 층간소음이었습니다. 설 연휴 기간 윗집 발소리에 예민해진 아랫집 남성이 부모님 댁을 방문한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사건의 여파로 형제의 아버지도 형제가 떠난 지 19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가족과 친지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추석 연휴가 또 다가왔습니다. 한 집에 모인 사람이 늘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겠죠. 그런데 이런 일, 명절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이 층간소음 갈등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한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A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A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

■ 층간소음에 ‘손도끼’까지 등장…현관문 부수기도

아랫집 사람이 화를 참지 못하고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지난달 경상남도 통영의 한 아파트 주민 A 씨는 아랫집 주민 B 씨에게 50cm짜리 손도끼를 휘둘렀습니다.

B 씨가 약 1년간 층간소음 문제를 제기했고, A 씨는 소음의 원인이 될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맞서 온 상황. 사건 당일 B 씨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A 씨 집을 찾아갔고 말다툼이 이어지다 손도끼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음을 참지 못한 한 남성이 윗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둔기로 현관문을 부수고 강제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 남성은 현관문 손잡이를 여러 차례 내리치며 협박도 했습니다.

층간소음이 흉기 난동과 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더 이상 드문 일만은 아닌 겁니다.


■ 코로나19로 층간소음 민원 증가…‘귀트임’ 때문에 괴로움 호소

설상가상, 코로나19 탓에 각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이저면서 층간소음 민원도 늘었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 상담 신청 건수는 4만 2천 건으로, 2019년 2만 6천 건과 비교했을 때 61%, 약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웃사이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2012년부터 9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만 6천 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신고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4%나 됩니다.

층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발도장’이라고 하는, 뛰는 소리와 걷는 소리입니다. 지난해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10건 가운데 6건을 차지합니다.

대화를 나누고 물을 내리는 소리는 간접 충격음인 고주파라서 쉽게 저감이 됩니다. 하지만 직접 충격음인 발도장은 ‘저주파’기 때문에 진동도 함께 느껴집니다. 파장도 커서 막기 쉽지 않습니다.

발도장은 층간소음의 특징 중 하나인 ‘귀트임 현상’을 유발합니다. 몇 개월 동안 위층의 발소리를 반복해서 들었다면, 어느 날 그 전까진 들리지 않던, 들리더라도 신경 쓰이지 않던 여러 소리가 세세하게 들리게 됩니다.

한 번 귀가 트이면 원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위층의 작은 소리까지 저절로 들리니 아래층 사람은 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해외에선 ‘형사처분’ 대상 되기도…입건되거나 벌금형

해외에선 이러한 고통을 법으로 해결합니다. 미국은 층간소음 문제가 생기면 아파트 관리인에게 먼저 신고를 합니다. 관리인이 소음 유발자에게 경고한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소음 유발자는 바로 입건되거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은 좀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연방질서유지법상 소음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5천 유로(한화 약 690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입주할 때부터 계약서에 소음 조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음을 유발할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호주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계약서에 시간대 별로 어느 정도의 소음이 허용되는지 정해놨습니다. 관리인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경고한 뒤에도 소음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찰을 부릅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소음 유발자에게 200~400 호주 달러(한화 약 17~3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웃이 합의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재를 위해 만든 이웃사이센터도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사실상 이웃 간의 배려로 예방하는 게 최선인 겁니다.

층간소음 예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실내화를 착용하고 매트를 깔아 발소리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발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주의하는 겁니다.

층간소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윗집을 직접 찾아가는 건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음의 원인이 바로 윗집이라는 확신 자체가 더 큰 감정 싸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이웃사이센터는 직접 방문보다는 관리 사무소에 우선 중재를 요청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콜센터는 운영되지 않지만, 국가소음정보센터 누리집(www.noiseinfo.co.kr)에 온라인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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