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제재에 ‘휘청’ 1년…中 화웨이는 어디로?

입력 2021.09.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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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 부품에 대한 접근이 막힌지 1년이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2019년부터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제재 수위를 높여온 결과입니다.

■ 중국 대표 기술 기업 '화웨이'...미국 제재로 반도체 수급 막히며 '휘청'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는 전략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에서 휘청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구글 등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막히면서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OS)와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이 끊겼습니다.

지난 7월 시장에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5G 기능을 탑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2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했지만 올해는 중국 국내 시장 5위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글로벌 시장의 20%를 장악했지만 하반기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되자 중국 국내 시장 5위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화웨이 스마트폰은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글로벌 시장의 20%를 장악했지만 하반기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되자 중국 국내 시장 5위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지난 6월 안드로이드를 대신하는 자체 운영체계(OS) '훙멍(하모니)2.0'을 공개하고 최근 들어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운영체계가 다른 세계 시장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호환성을 갖지 못할 경우 자칫 '기술의 갈라파고스'로 남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이용이 어렵게된 화웨이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운영체계 ‘훙멍(하모니)2.0’을 공개했다. (출처=화웨이)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이용이 어렵게된 화웨이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운영체계 ‘훙멍(하모니)2.0’을 공개했다. (출처=화웨이)

이를 의식한 듯 화웨이는 훙멍을 국가에 기부하는 형식의 고육지책을 통해 오픈 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중국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우군을 찾을 수 있겠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훙멍을 이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 자체 운영체계 '훙멍(하모니)2.0' 공개...이용자 1억명 넘었지만 '글로벌 확장성' 미지수

사실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화웨이(華爲)는 '중화유위(中華有爲)'의 준말로, "중국에 미래가 있다" 또는 나아가 "중국을 위해 분투한다"라고 해석됩니다.

화웨이는 1987년 통신 장비 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뒤 네트워크, 스마트 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19만 여 명 직원이 17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한국에도 법인을 세웠습니다.

베이징 하이덴구에 자리한 화웨이 전시센터 내부(사진 조성원 기자)베이징 하이덴구에 자리한 화웨이 전시센터 내부(사진 조성원 기자)

승승장구 거칠 것 없어 보이던 화웨이의 위기. 과연 화웨이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 화웨이의 베이징 전시센터를 찾았습니다.

화웨이의 본사는 광둥성 선전에 있지만 베이징에도 거대한 연구단지와 함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정부 입김' 의혹 불식시키려 노력...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 완화설' 부인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홍보 담당자에게 화웨이의 역사와 개황에 대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화웨이의 지분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화웨이는 100% 종업원 지주 제도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약 10만 명의 임직원이 지분을 나눠가집니다.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현재 1.1% 수준이고, 정부 기관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부 소유가 아니니 직접적인 영향력도 없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를 의심하며 안보 문제를 제재 이유로 내세운 미국을 의식한 말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을 미국, 호주 등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는 2018년 자국 5G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미국 상무부도 최근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설을 부인했습니다.

안보협의체 ‘오커스’ 발족을 공동 발표하는 미국, 영국, 호주 3국 정상. 오커스 3개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중국과 호주 사이 갈등은 호주의 화웨이 5G 네트워크 배제로 가시화됐다.안보협의체 ‘오커스’ 발족을 공동 발표하는 미국, 영국, 호주 3국 정상. 오커스 3개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중국과 호주 사이 갈등은 호주의 화웨이 5G 네트워크 배제로 가시화됐다.

사실 미중 패권 경쟁은 기술 경쟁의 양상이 뚜렷합니다.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화웨이는 그 자체로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공동부유'를 내건 중국 당국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규제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거론되지 않습니다. 사업 분야가 달라서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최근 중국 거대 기업들을 옥죄는 '홍색 바람'은 화웨이 앞에서는 미풍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화웨이의 전략을 설명하는 대형 화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1) 스마트 기기 등 소비자 사업 부문과 (2) 통신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사업 부문, 그리고 (3) 정부와 산업, 나아가 전 세계 고객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정보의 순환을 활용해 통합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 위기의 화웨이가 노리는 신사업은?...전기차·6G·반도체

이어 5G를 비롯한 화웨이의 통신 장비 사업과 스마트 폰을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AR(증강 현실)과 VR(가상 현실)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관련 사업, 원격 의료와 원격 교육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역량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화웨이 전시센터의 증강 현실 영상. 빈 공간에 기타를 들고 서면 다른 이들과 합동 연주를 하는 영상이 방송된다.화웨이 전시센터의 증강 현실 영상. 빈 공간에 기타를 들고 서면 다른 이들과 합동 연주를 하는 영상이 방송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전기차 코너입니다.
화웨이는 올해 들어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봄 상하이 모터쇼에도 화웨이의 기술이 접목된 전기차를 선보였습니다.

차체 등 전기차 전체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계 훙멍과 자율주행 등 IT 기술력으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샤오미, 바이두, 알리바바 등 IT 거인들이 자본력과 자율주행 기술 등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자율주행차의 운영 방식을 설명한 화면.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화웨이 자율주행차의 운영 방식을 설명한 화면.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

화웨이 전시장 책임자는 훙멍 운영체계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용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 그리고 차량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운영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도 큰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 완성차·배터리 강자와 합작사 설립...SUV 등 전기차 내놓을 예정

화웨이의 전기차 도전은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중입니다.

예컨대 완성차 업체인 창안자동차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과 합작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연말쯤 전기 SUV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5년내 5종류의 신차를 시장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의 전기차 코너.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의 전기차 코너.

화웨이가 제재 탈출구의 하나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분야별 강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빅뱅' 표현까지 나오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올라타려 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미래 핵심 사업은 위성을 활용한 6G(6세대 이동통신)입니다. 화웨이의 쉬즈쥔 순환 회장은 최근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를 의식한 듯 '지정학적 정치 지형'을 6G 협력의 장애물로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사업 영역이지만 베이징 전시장에서는 6G 관련 장비나 설명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 센터 입구 대형 화면. 런정페이 회장의 주요 발언 내용을 영상으로 전한다.베이징 화웨이 전시 센터 입구 대형 화면. 런정페이 회장의 주요 발언 내용을 영상으로 전한다.

화웨이가 최근 지목한 또다른 핵심 사업은 바로 반도체입니다. 첨단 반도체 수급 실패는 곧 화웨이의 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런정페이 창업자는 최근 첨단 반도체 제재 1주년에 즈음해 "복합 반도체와 재료 과학 분야에서 더 많은 이론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런 회장은 "미국과 일본이 앞서 있는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정치는 때론 봉쇄나 고립을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기술은 개방과 협력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화웨이의 이같은 미래 전략의 기반은 연구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입니다. 지난 10년간 7200억 위안(약 130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화웨이는 스스로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 개발에 쓴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매체 차이징서는 화웨이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의 20%를 넘겼다고 실적보고서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위기일수록 연구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연구 개발 인력 규모도 대단합니다. 화웨이의 지난해 연구개발 인력은 10만 5천명, 전체 직원의 53% 수준입니다. 전시센터와 마주한 화웨이의 베이징 연구개발 단지의 인력만도 2만 명에 육박합니다.

■ 창업자 딸 캐나다 구금... 정치적 논란은 암초

이 때문에 지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과연 어디로 사업 방향을 잡을지 세계 경제계가 계속 주목하지만 동시에 화웨이에 대한 정치적 논란도 끊이질 않습니다.

캐나다 법정에 들어서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사진=연합뉴스)캐나다 법정에 들어서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사진=연합뉴스)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이자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가 3년 가까이 캐나다에 구금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정부에 체포와 신병 인도를 요청해 벤쿠버를 경유하다 체포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개 석상에서 멍완저우 석방을 여러 차례 요구하는 등 주요 정치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미중 갈등의 파고 속을 항해하는 화웨이호에게 정치적 논란은 언제든 맞닥뜨릴 암초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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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미국 제재에 ‘휘청’ 1년…中 화웨이는 어디로?
    • 입력 2021-09-21 08:01:07
    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 부품에 대한 접근이 막힌지 1년이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2019년부터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제재 수위를 높여온 결과입니다.

■ 중국 대표 기술 기업 '화웨이'...미국 제재로 반도체 수급 막히며 '휘청'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는 전략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에서 휘청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구글 등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막히면서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OS)와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이 끊겼습니다.

지난 7월 시장에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5G 기능을 탑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2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했지만 올해는 중국 국내 시장 5위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지난해 2분기만 해도 글로벌 시장의 20%를 장악했지만 하반기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되자 중국 국내 시장 5위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지난 6월 안드로이드를 대신하는 자체 운영체계(OS) '훙멍(하모니)2.0'을 공개하고 최근 들어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운영체계가 다른 세계 시장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호환성을 갖지 못할 경우 자칫 '기술의 갈라파고스'로 남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이용이 어렵게된 화웨이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운영체계 ‘훙멍(하모니)2.0’을 공개했다. (출처=화웨이)
이를 의식한 듯 화웨이는 훙멍을 국가에 기부하는 형식의 고육지책을 통해 오픈 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중국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우군을 찾을 수 있겠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훙멍을 이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 자체 운영체계 '훙멍(하모니)2.0' 공개...이용자 1억명 넘었지만 '글로벌 확장성' 미지수

사실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화웨이(華爲)는 '중화유위(中華有爲)'의 준말로, "중국에 미래가 있다" 또는 나아가 "중국을 위해 분투한다"라고 해석됩니다.

화웨이는 1987년 통신 장비 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뒤 네트워크, 스마트 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19만 여 명 직원이 17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한국에도 법인을 세웠습니다.

베이징 하이덴구에 자리한 화웨이 전시센터 내부(사진 조성원 기자)
승승장구 거칠 것 없어 보이던 화웨이의 위기. 과연 화웨이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 화웨이의 베이징 전시센터를 찾았습니다.

화웨이의 본사는 광둥성 선전에 있지만 베이징에도 거대한 연구단지와 함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정부 입김' 의혹 불식시키려 노력...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 완화설' 부인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홍보 담당자에게 화웨이의 역사와 개황에 대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화웨이의 지분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화웨이는 100% 종업원 지주 제도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약 10만 명의 임직원이 지분을 나눠가집니다.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현재 1.1% 수준이고, 정부 기관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부 소유가 아니니 직접적인 영향력도 없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를 의심하며 안보 문제를 제재 이유로 내세운 미국을 의식한 말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을 미국, 호주 등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호주는 2018년 자국 5G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미국 상무부도 최근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설을 부인했습니다.

안보협의체 ‘오커스’ 발족을 공동 발표하는 미국, 영국, 호주 3국 정상. 오커스 3개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중국과 호주 사이 갈등은 호주의 화웨이 5G 네트워크 배제로 가시화됐다.
사실 미중 패권 경쟁은 기술 경쟁의 양상이 뚜렷합니다. 중국의 대표 기술 기업이자 전 세계를 상대로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화웨이는 그 자체로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공동부유'를 내건 중국 당국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규제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거론되지 않습니다. 사업 분야가 달라서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최근 중국 거대 기업들을 옥죄는 '홍색 바람'은 화웨이 앞에서는 미풍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화웨이의 전략을 설명하는 대형 화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1) 스마트 기기 등 소비자 사업 부문과 (2) 통신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사업 부문, 그리고 (3) 정부와 산업, 나아가 전 세계 고객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정보의 순환을 활용해 통합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 위기의 화웨이가 노리는 신사업은?...전기차·6G·반도체

이어 5G를 비롯한 화웨이의 통신 장비 사업과 스마트 폰을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AR(증강 현실)과 VR(가상 현실)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관련 사업, 원격 의료와 원격 교육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역량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화웨이 전시센터의 증강 현실 영상. 빈 공간에 기타를 들고 서면 다른 이들과 합동 연주를 하는 영상이 방송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전기차 코너입니다.
화웨이는 올해 들어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봄 상하이 모터쇼에도 화웨이의 기술이 접목된 전기차를 선보였습니다.

차체 등 전기차 전체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계 훙멍과 자율주행 등 IT 기술력으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샤오미, 바이두, 알리바바 등 IT 거인들이 자본력과 자율주행 기술 등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자율주행차의 운영 방식을 설명한 화면.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
화웨이 전시장 책임자는 훙멍 운영체계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용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 그리고 차량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운영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도 큰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 완성차·배터리 강자와 합작사 설립...SUV 등 전기차 내놓을 예정

화웨이의 전기차 도전은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중입니다.

예컨대 완성차 업체인 창안자동차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과 합작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연말쯤 전기 SUV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5년내 5종류의 신차를 시장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센터의 전기차 코너.
화웨이가 제재 탈출구의 하나로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분야별 강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빅뱅' 표현까지 나오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올라타려 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미래 핵심 사업은 위성을 활용한 6G(6세대 이동통신)입니다. 화웨이의 쉬즈쥔 순환 회장은 최근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를 의식한 듯 '지정학적 정치 지형'을 6G 협력의 장애물로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사업 영역이지만 베이징 전시장에서는 6G 관련 장비나 설명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베이징 화웨이 전시 센터 입구 대형 화면. 런정페이 회장의 주요 발언 내용을 영상으로 전한다.
화웨이가 최근 지목한 또다른 핵심 사업은 바로 반도체입니다. 첨단 반도체 수급 실패는 곧 화웨이의 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런정페이 창업자는 최근 첨단 반도체 제재 1주년에 즈음해 "복합 반도체와 재료 과학 분야에서 더 많은 이론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런 회장은 "미국과 일본이 앞서 있는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정치는 때론 봉쇄나 고립을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기술은 개방과 협력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화웨이의 이같은 미래 전략의 기반은 연구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입니다. 지난 10년간 7200억 위안(약 130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화웨이는 스스로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 개발에 쓴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매체 차이징서는 화웨이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의 20%를 넘겼다고 실적보고서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위기일수록 연구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연구 개발 인력 규모도 대단합니다. 화웨이의 지난해 연구개발 인력은 10만 5천명, 전체 직원의 53% 수준입니다. 전시센터와 마주한 화웨이의 베이징 연구개발 단지의 인력만도 2만 명에 육박합니다.

■ 창업자 딸 캐나다 구금... 정치적 논란은 암초

이 때문에 지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과연 어디로 사업 방향을 잡을지 세계 경제계가 계속 주목하지만 동시에 화웨이에 대한 정치적 논란도 끊이질 않습니다.

캐나다 법정에 들어서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사진=연합뉴스)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이자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가 3년 가까이 캐나다에 구금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정부에 체포와 신병 인도를 요청해 벤쿠버를 경유하다 체포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개 석상에서 멍완저우 석방을 여러 차례 요구하는 등 주요 정치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미중 갈등의 파고 속을 항해하는 화웨이호에게 정치적 논란은 언제든 맞닥뜨릴 암초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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