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도 오줌 가릴 수 있다!…‘지구 온난화 늦출’ 가축 화장실 훈련?

입력 2021.09.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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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아지도 훈련하면 '화장실'에서 소변 볼 수 있다?……YES

차창을 열고 시골길을 달리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아들어오는 푸근하지만 구리구리한 냄새, 시골길 걷는 발걸음 가로막는 수북한 '소똥' 한 무더기와의 만남을 경험한 분들 요즘도 좀 계시려나요?

이렇게 아무데서나 '볼 일'을 보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소도, 배설 훈련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들도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한 곳에서만 배설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는 건데, 그 덕에 배설물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AP통신 등은 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FBN)의 얀 랑바인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젖소가 특정 장소에서만 소변을 보도록 훈련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축사 한쪽에 '화장실'을 마련해서 송아지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이곳에서 오줌을 눌 때마다 송아지가 좋아하는 당밀 시럽을 줬습니다. 반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오줌을 눌 경우엔 송아지에게 물을 끼얹었습니다.


연구팀은 그렇게 15일 정도가 지나자, 젖소 송아지 16마리 가운데 11마리가 배설 훈련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빠른 송아지는 단 하루 만에도 성공했다는데, 아기가 단 2주 만에 기저귀를 뗀 셈이려나요? 연구진은 젖소 송아지가 만 2~4세 아동 수준의 영리한 배설 처리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 연구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까?……YES

소가 배설하는 똥오줌은 토양과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특히 똥오줌이 섞이면 유독성의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암모니아 자체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토양으로 스며들어 미생물을 만나면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바뀝니다.

아산화질소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이른다는 평가입니다.

암모니아 가스는 현재 농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데, 그 절반 이상이 축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의 화장실 훈련실험' 논문 책임저자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의 린제이 매튜스는 소의 하루 배뇨량은 30ℓ 가량으로 소똥보다는 오줌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 사육 중인 소가 십수억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해서 오줌의 80%를 수거하면 암모니아 배출을 56%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물론 젖소 송아지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 황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배뇨 외에 배변까지는 훈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아직까지 연구의 한계이자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배뇨와 마찬가지로 장차 배변으로 훈련을 확장할 수 있고, 양과 돼지 등 다른 가축도 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제 지구 온난화 걱정 없이 소고기 먹어도 되나?……'그건 글쎄'

지구 온난화의 6대 주범으로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을 꼽습니다.

그린피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규모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에 이르고, 이 중 63%는 가축의 장내 발효와 분뇨, 그리고 그 처리 과정에서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축으로 인한 가장 큰 환경 문제는 사실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이상 강력한데 소 한 마리가 매년 평균 70~120㎏을 방출한다고 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2019년 통계 기준, 전 세계 약 15억 7000마리의 사육 소들이 내뿜는 메탄은 연간 약 1억 500만~1억 8000만 톤에 이릅니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채식으로 바꾸는 등 개개인들의 작은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온실 가스를 줄일 정도까지 모두가 급격히 육식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에게 마스크를 씌워 메탄가스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기술이나 트림·방귀가 적게 나오도록 한 특수 사료 등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화이트 바이오’ 기술 개발에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젖소를 시작으로 황소와 양, 돼지에 이르는 가축들의 화장실 훈련 역시 개별 축사들로 보급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지구와의 공생 노력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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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아지도 오줌 가릴 수 있다!…‘지구 온난화 늦출’ 가축 화장실 훈련?
    • 입력 2021-09-21 09:09:04
    취재K

■ 송아지도 훈련하면 '화장실'에서 소변 볼 수 있다?……YES

차창을 열고 시골길을 달리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아들어오는 푸근하지만 구리구리한 냄새, 시골길 걷는 발걸음 가로막는 수북한 '소똥' 한 무더기와의 만남을 경험한 분들 요즘도 좀 계시려나요?

이렇게 아무데서나 '볼 일'을 보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소도, 배설 훈련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들도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한 곳에서만 배설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는 건데, 그 덕에 배설물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AP통신 등은 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FBN)의 얀 랑바인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젖소가 특정 장소에서만 소변을 보도록 훈련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논문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축사 한쪽에 '화장실'을 마련해서 송아지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이곳에서 오줌을 눌 때마다 송아지가 좋아하는 당밀 시럽을 줬습니다. 반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오줌을 눌 경우엔 송아지에게 물을 끼얹었습니다.


연구팀은 그렇게 15일 정도가 지나자, 젖소 송아지 16마리 가운데 11마리가 배설 훈련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빠른 송아지는 단 하루 만에도 성공했다는데, 아기가 단 2주 만에 기저귀를 뗀 셈이려나요? 연구진은 젖소 송아지가 만 2~4세 아동 수준의 영리한 배설 처리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 연구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까?……YES

소가 배설하는 똥오줌은 토양과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특히 똥오줌이 섞이면 유독성의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암모니아 자체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토양으로 스며들어 미생물을 만나면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바뀝니다.

아산화질소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이른다는 평가입니다.

암모니아 가스는 현재 농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데, 그 절반 이상이 축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의 화장실 훈련실험' 논문 책임저자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의 린제이 매튜스는 소의 하루 배뇨량은 30ℓ 가량으로 소똥보다는 오줌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 사육 중인 소가 십수억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화장실을 사용해서 오줌의 80%를 수거하면 암모니아 배출을 56%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물론 젖소 송아지를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 황소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배뇨 외에 배변까지는 훈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아직까지 연구의 한계이자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배뇨와 마찬가지로 장차 배변으로 훈련을 확장할 수 있고, 양과 돼지 등 다른 가축도 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제 지구 온난화 걱정 없이 소고기 먹어도 되나?……'그건 글쎄'

지구 온난화의 6대 주범으로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을 꼽습니다.

그린피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규모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에 이르고, 이 중 63%는 가축의 장내 발효와 분뇨, 그리고 그 처리 과정에서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축으로 인한 가장 큰 환경 문제는 사실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이상 강력한데 소 한 마리가 매년 평균 70~120㎏을 방출한다고 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2019년 통계 기준, 전 세계 약 15억 7000마리의 사육 소들이 내뿜는 메탄은 연간 약 1억 500만~1억 8000만 톤에 이릅니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채식으로 바꾸는 등 개개인들의 작은 노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온실 가스를 줄일 정도까지 모두가 급격히 육식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에게 마스크를 씌워 메탄가스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기술이나 트림·방귀가 적게 나오도록 한 특수 사료 등 가축의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화이트 바이오’ 기술 개발에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젖소를 시작으로 황소와 양, 돼지에 이르는 가축들의 화장실 훈련 역시 개별 축사들로 보급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지구와의 공생 노력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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