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먹일 고기 실험실서 ‘만든다’…환경도 생각하는 ‘대체육’

입력 2021.09.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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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먹는 반려견

배양육 먹는 반려견

■반려동물을 위한 실험실 고기가 등장했다!

위에 있는 사진 속 푸딩같이 생긴 것은 고기입니다. 실험실에서 만든 이른바 배양육인데요. 보기에는 고기 같아 보이지 않지만, 닭고기와 성분이 같다고 합니다. 그럼, 이 고기는 누구를 위한 걸까요? 인간을 위한 걸까요?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겁니다.

현재 지구는 급속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등 자연재난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탄소 못지않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축산입니다. 그래서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도 권장하고 대체육 개발에도 열심입니다.

영국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 세포 배양육 회사에 대한 투자는 전년도에 보다 6배가량 늘었습니다. 대체육 시장은 해마다 커져 2030년에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2040년에는 60%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컨설팅 기업 커니(A.T.Kearney)는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하면서 대체육 시장에 불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대체육의 소비자는 인간만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이 소비하는 육류 소비가 전체 육류소비에서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반려동물을 위한 대체육 개발에 나선 미국 본드펫푸드(Bond Pet Foods)의 대표인 리치 켈맨드(Rich Kellemand)는 미국에 있는 반려동물들이 프랑스 전체 인구 6천5백만 명이 먹는 양의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 시작을 결심했습니다.

물론 사업성뿐 아니라 육식을 위해 동물들이 도살당하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대체육을 배양하고 있다. 출처: 본드펫푸드 홈페이지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대체육을 배양하고 있다. 출처: 본드펫푸드 홈페이지

■반려동물에게 왜 고기를 먹이려 할까요?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육식동물입니다. 고기를 먹어야지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반려동물의 음식에는 고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반려동물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도살되고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동물성 대체육은 동물의 혈액을 뽑아 근육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배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도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안전하고 인도적이며, 탄소 배출도 없어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체육이 환경에만 좋고 반려동물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면 요즘 같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체육 산업은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 세포 배양육 회사에 대한 투자가 매년 늘고 있는 이유는 대체육이 동물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고기를 굽는 과정부터, 소리, 냄새, 촉감, 그리고 맛, 이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맛과 영양만 있으면 됐지 먹는 과정이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반려동물용 상품도 출시됐다 출처: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파라다이스호텔 홈페이지추석을 앞두고 반려동물용 상품도 출시됐다 출처: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파라다이스호텔 홈페이지

■반려동물에게 쏟는 정성, 이것만 있을까요?

'펫셔리’라는 신조어를 들어보셨나요? 반려동물을 위해 수백만 원의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펫’에 ‘럭셔리’를 더해 반려동물들에게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들을 뜻합니다.

이번 추석연휴를 앞두고 백화점과 특급호텔은 협업해 반려동물 선물을 출시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펫 관련 추석 선물세트 실적도 지난해보다 약 5%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과 강원도 홍천 소노펫클럽앤리조트 등 특급 호텔에서는 ‘펫 케이크’와 ‘팻프터눈 티세트’ 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펫셔리’하면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르메스는 지난달 225만 원 정도의 반려동물용 바구니를 선보였는데 완판됐습니다. 몽클레어와 펜디도 50만 원대의 반려동물용 패딩과 코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의 피부가 사람보다 연약하고 민감하다보니 반려동물을 위한 친환경 샴푸와 위생용품, 그리고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 시장은 3조 원을 돌파하면서 육아용품 시장 규모 4조 원에 못지 않은 규모를 갖췄습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에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4천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건서 4세4천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건서 4세

■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사는) 펫들의 등장

외국에서는 억만장자 펫(반려동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억만장자인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그야말로 억소리 나는 재산을 물려줬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 중 가장 부자인 독일 셰퍼드 ‘건서 4세’는 독일 백작부인의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독일 백작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건서 3세’에게 우리 돈 약 940억 원 정도의 유산을 물려줬는데, 그 이후 재산이 불어나 이 재산을 ‘건서 4세’가 물려받았습니다.

현재 ‘건서 4세’의 재산은 우리 돈 약 4,192억 원 정도 됩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본인이 키우던 침팬지 '버블스'에게 우리 돈 약 23억 5천만 원을 물려줬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반려견 4마리에게 우리 돈 약 352억 9천만 원의 유산을 상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고가품이 나오는 것이나 반려동물용 대체육이 등장하는 것은 시대적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현대생활 속에서 감정적 유대를 가진 반려동물이 전통적인 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하기 때문이고, 점점 더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려동물용 대체육까지 만들게 된 배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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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먹일 고기 실험실서 ‘만든다’…환경도 생각하는 ‘대체육’
    • 입력 2021-09-22 06:02:31
    취재K

배양육 먹는 반려견

■반려동물을 위한 실험실 고기가 등장했다!

위에 있는 사진 속 푸딩같이 생긴 것은 고기입니다. 실험실에서 만든 이른바 배양육인데요. 보기에는 고기 같아 보이지 않지만, 닭고기와 성분이 같다고 합니다. 그럼, 이 고기는 누구를 위한 걸까요? 인간을 위한 걸까요?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겁니다.

현재 지구는 급속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등 자연재난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탄소 못지않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축산입니다. 그래서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도 권장하고 대체육 개발에도 열심입니다.

영국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 세포 배양육 회사에 대한 투자는 전년도에 보다 6배가량 늘었습니다. 대체육 시장은 해마다 커져 2030년에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2040년에는 60%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컨설팅 기업 커니(A.T.Kearney)는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실험실 배양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하면서 대체육 시장에 불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대체육의 소비자는 인간만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이 소비하는 육류 소비가 전체 육류소비에서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반려동물을 위한 대체육 개발에 나선 미국 본드펫푸드(Bond Pet Foods)의 대표인 리치 켈맨드(Rich Kellemand)는 미국에 있는 반려동물들이 프랑스 전체 인구 6천5백만 명이 먹는 양의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사업 시작을 결심했습니다.

물론 사업성뿐 아니라 육식을 위해 동물들이 도살당하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대체육을 배양하고 있다. 출처: 본드펫푸드 홈페이지
■반려동물에게 왜 고기를 먹이려 할까요?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육식동물입니다. 고기를 먹어야지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반려동물의 음식에는 고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반려동물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도살되고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동물성 대체육은 동물의 혈액을 뽑아 근육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배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도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안전하고 인도적이며, 탄소 배출도 없어 환경 파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체육이 환경에만 좋고 반려동물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면 요즘 같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체육 산업은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 세포 배양육 회사에 대한 투자가 매년 늘고 있는 이유는 대체육이 동물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고기를 굽는 과정부터, 소리, 냄새, 촉감, 그리고 맛, 이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맛과 영양만 있으면 됐지 먹는 과정이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반려동물용 상품도 출시됐다 출처: 소노펫클럽앤리조트, 파라다이스호텔 홈페이지
■반려동물에게 쏟는 정성, 이것만 있을까요?

'펫셔리’라는 신조어를 들어보셨나요? 반려동물을 위해 수백만 원의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펫’에 ‘럭셔리’를 더해 반려동물들에게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들을 뜻합니다.

이번 추석연휴를 앞두고 백화점과 특급호텔은 협업해 반려동물 선물을 출시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 관계자는 “펫 관련 추석 선물세트 실적도 지난해보다 약 5%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과 강원도 홍천 소노펫클럽앤리조트 등 특급 호텔에서는 ‘펫 케이크’와 ‘팻프터눈 티세트’ 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펫셔리’하면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르메스는 지난달 225만 원 정도의 반려동물용 바구니를 선보였는데 완판됐습니다. 몽클레어와 펜디도 50만 원대의 반려동물용 패딩과 코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의 피부가 사람보다 연약하고 민감하다보니 반려동물을 위한 친환경 샴푸와 위생용품, 그리고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 시장은 3조 원을 돌파하면서 육아용품 시장 규모 4조 원에 못지 않은 규모를 갖췄습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에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4천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건서 4세
■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사는) 펫들의 등장

외국에서는 억만장자 펫(반려동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억만장자인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그야말로 억소리 나는 재산을 물려줬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 중 가장 부자인 독일 셰퍼드 ‘건서 4세’는 독일 백작부인의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독일 백작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건서 3세’에게 우리 돈 약 940억 원 정도의 유산을 물려줬는데, 그 이후 재산이 불어나 이 재산을 ‘건서 4세’가 물려받았습니다.

현재 ‘건서 4세’의 재산은 우리 돈 약 4,192억 원 정도 됩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본인이 키우던 침팬지 '버블스'에게 우리 돈 약 23억 5천만 원을 물려줬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반려견 4마리에게 우리 돈 약 352억 9천만 원의 유산을 상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고가품이 나오는 것이나 반려동물용 대체육이 등장하는 것은 시대적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현대생활 속에서 감정적 유대를 가진 반려동물이 전통적인 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하기 때문이고, 점점 더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려동물용 대체육까지 만들게 된 배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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