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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1위 삼성, 구글 앞에선 왜 乙(을)이 됐나
입력 2021.09.22 (08:02) 취재K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샤오미, 애플의 3강 구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애플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근소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로 1위입니다. 2위 샤오미(17%)가 바짝 추격하고 있고, 애플(14%)이 3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로 아이폰과 치열하게 경쟁해왔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OS 대결, 즉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경쟁이기도 했습니다.

하드웨어 기반이 없던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해나갔고, 자체 OS가 취약했던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로 애플을 견제할 발판을 마련한 겁니다.



■삼성은 왜 구글 앞에서 乙이 됐나

하지만 삼성전자와 구글 사이에 공생 관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손에 쥔 구글 앞에선 '을(乙)'의 위치였습니다.

< 삼성전자의 AFA 체결 이유에 대한 답변 >

AFA는 구글이 MADA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계약이었으며, 당사는 AFA 계약내용상 당사에 일정한 제약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안드로이드폰에 필수적인 GMS를 얻기 위해 AFA 체결 및 수정계약에 동의하였습니다.

Chrome, YouTube, Google Maps 등 구글 앱에 대한 사용자 선호가 매우 높고, Play 스토어를 통해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 즉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의 접근이 가능하므로,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로서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GMS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OS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 불리한 내용이 있는 걸 알면서도 구글과 AFA라는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AFA는 파편화금지계약(Anti-fragmentation Agreement)입니다. 구글이 2011년부터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과 앱을 내려받는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 등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사전 접근권 계약을 체결할 때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게 AFA입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 업체 입장에선 다른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비해 등록 앱 수가 압도적인 플레이스토어에 대한 접근은 필수입니다. 최신 성능 기기 개발을 위해 공개 약 6개월 전 미리 안드로이드 소스 코드를 받는 것도 제조 업체로선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AFA에 차단된 경쟁 OS의 시장 진입"

공정위 조사에서 AFA가 문제가 된 건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OS, 즉 포크 OS에 대한 제한 내용 때문입니다. AFA는 "기기 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 업체들이 변형 OS를 쓰면 각자가 생산하는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OS를 적용할 수 있는데도 이 계약에 막혀 변형 OS를 쓰지 못했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 시계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를 시계용에 맞게 변형한 웨어러블 전용 OS를 개발해 탑재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삼성전자는 이 변형 OS를 포기했습니다. 갤럭시 기어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타이젠'이라는 OS로 바꾸게 된 겁니다. 타이젠은 안드로이드와 별도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참여해 만든 모바일 기기 OS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2 등 후속 모델에 계속 타이젠을 탑재해오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워치4에서는 구글의 스마트 시계용 OS로 돌아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6%로 3위에 머물렀습니다. 애플이 28%의 점유율로 1위이고, 2위는 점유율 9.3%의 화웨이입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떨어져 있는 타이젠으로는 과거 삼성이 개발했다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OS '바다'처럼 결국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입니다.


아이폰을 제외한 안드로이드용 앱 마켓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점유율은 95% 이상입니다. 등록된 앱 숫자도 플레이스토어가 287만 개(2020년 3월 기준)로 압도적이고, 아마존 앱스토어는 49만 개, 갤럭시 앱스 15만 개(2017년 3월 기준) 정도에 그칩니다.

공정위는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변형 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 시계 시장의 경쟁 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FA 조항 때문에 안드로이드 변형 OS 활용이 막힌 건 삼성전자뿐만이 아닙니다. LG전자의 경우 2018년 스피커용 변형 OS를 탑재한 LTE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구글이 AFA를 문제 삼으면서 무산됐습니다.

아마존 역시 2011년부터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변형 OS인 '파이어'를 개발해 스마트폰 제조사를 물색했는데, 구글과의 AFA 계약 문제 때문에 협업을 거절당했습니다.

구글은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스마트TV뿐만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 등 아직 OS를 출시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IT전문가인 김덕진 한국인사이트 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모바일 생태계의 특징은 스마트폰과 연결된 다양한 기기를 하나의 OS로 연계하는 전략"이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연결되고, 안드로이드가 기준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과 AFA를 체결한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제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87.1%입니다.

공정위는 "AFA를 체결한 기기 제조사가 증가하면서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할 수 있는 경로가 더욱 차단됐다"며 "그 결과 변형 OS의 시장진입은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시장 지배력 남용 사건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인 2,074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구글은 "앱 개발자, 기기 제조사 및 소비자들이 입은 혜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스마트폰 1위 삼성, 구글 앞에선 왜 乙(을)이 됐나
    • 입력 2021-09-22 08:02:27
    취재K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샤오미, 애플의 3강 구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애플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근소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로 1위입니다. 2위 샤오미(17%)가 바짝 추격하고 있고, 애플(14%)이 3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로 아이폰과 치열하게 경쟁해왔습니다.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OS 대결, 즉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경쟁이기도 했습니다.

하드웨어 기반이 없던 구글은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해나갔고, 자체 OS가 취약했던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로 애플을 견제할 발판을 마련한 겁니다.



■삼성은 왜 구글 앞에서 乙이 됐나

하지만 삼성전자와 구글 사이에 공생 관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손에 쥔 구글 앞에선 '을(乙)'의 위치였습니다.

< 삼성전자의 AFA 체결 이유에 대한 답변 >

AFA는 구글이 MADA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계약이었으며, 당사는 AFA 계약내용상 당사에 일정한 제약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안드로이드폰에 필수적인 GMS를 얻기 위해 AFA 체결 및 수정계약에 동의하였습니다.

Chrome, YouTube, Google Maps 등 구글 앱에 대한 사용자 선호가 매우 높고, Play 스토어를 통해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 즉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의 접근이 가능하므로,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로서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GMS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OS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에 불리한 내용이 있는 걸 알면서도 구글과 AFA라는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AFA는 파편화금지계약(Anti-fragmentation Agreement)입니다. 구글이 2011년부터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과 앱을 내려받는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 등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사전 접근권 계약을 체결할 때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게 AFA입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 업체 입장에선 다른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비해 등록 앱 수가 압도적인 플레이스토어에 대한 접근은 필수입니다. 최신 성능 기기 개발을 위해 공개 약 6개월 전 미리 안드로이드 소스 코드를 받는 것도 제조 업체로선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AFA에 차단된 경쟁 OS의 시장 진입"

공정위 조사에서 AFA가 문제가 된 건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OS, 즉 포크 OS에 대한 제한 내용 때문입니다. AFA는 "기기 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 업체들이 변형 OS를 쓰면 각자가 생산하는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OS를 적용할 수 있는데도 이 계약에 막혀 변형 OS를 쓰지 못했다는 게 공정위 조사 결과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 시계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를 시계용에 맞게 변형한 웨어러블 전용 OS를 개발해 탑재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삼성전자는 이 변형 OS를 포기했습니다. 갤럭시 기어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타이젠'이라는 OS로 바꾸게 된 겁니다. 타이젠은 안드로이드와 별도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참여해 만든 모바일 기기 OS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2 등 후속 모델에 계속 타이젠을 탑재해오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워치4에서는 구글의 스마트 시계용 OS로 돌아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6%로 3위에 머물렀습니다. 애플이 28%의 점유율로 1위이고, 2위는 점유율 9.3%의 화웨이입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떨어져 있는 타이젠으로는 과거 삼성이 개발했다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OS '바다'처럼 결국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입니다.


아이폰을 제외한 안드로이드용 앱 마켓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점유율은 95% 이상입니다. 등록된 앱 숫자도 플레이스토어가 287만 개(2020년 3월 기준)로 압도적이고, 아마존 앱스토어는 49만 개, 갤럭시 앱스 15만 개(2017년 3월 기준) 정도에 그칩니다.

공정위는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변형 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 시계 시장의 경쟁 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FA 조항 때문에 안드로이드 변형 OS 활용이 막힌 건 삼성전자뿐만이 아닙니다. LG전자의 경우 2018년 스피커용 변형 OS를 탑재한 LTE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구글이 AFA를 문제 삼으면서 무산됐습니다.

아마존 역시 2011년부터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변형 OS인 '파이어'를 개발해 스마트폰 제조사를 물색했는데, 구글과의 AFA 계약 문제 때문에 협업을 거절당했습니다.

구글은 스마트폰, 스마트시계, 스마트TV뿐만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 등 아직 OS를 출시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IT전문가인 김덕진 한국인사이트 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모바일 생태계의 특징은 스마트폰과 연결된 다양한 기기를 하나의 OS로 연계하는 전략"이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연결되고, 안드로이드가 기준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과 AFA를 체결한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제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87.1%입니다.

공정위는 "AFA를 체결한 기기 제조사가 증가하면서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할 수 있는 경로가 더욱 차단됐다"며 "그 결과 변형 OS의 시장진입은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는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시장 지배력 남용 사건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인 2,074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구글은 "앱 개발자, 기기 제조사 및 소비자들이 입은 혜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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