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버려야 ‘위드 코로나’…“회복 탄력성 키워야”

입력 2021.09.23 (07:00) 수정 2021.09.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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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일까

확진자 2천 명을 처음 넘어서던 날, 언론에선 코로나 소식을 뉴스 1순위로 올리며 우려를 나타냈고, 방역 당국은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네 자릿수 확진자가 계속되며 대규모 유행에 익숙해졌고, 더불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사회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얘기합니다.

방역 당국은 10월 말을 목표로 '위드 코로나' 전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TF가 꾸려지는 등 준비가 한창입니다. '위드 코로나',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 "한국 사회 안전하지 않다" 65%…'위드 코로나'는 찬성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통제 가능하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을 구성해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통제가 어렵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4차 유행 이후 그래프가 가파르게 위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은 큽니다. '위드 코로나'에는 찬성합니다.


'위드 코로나'는 찬성하지만 확진자 규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규모와 낮아지는 치사율, 백신 접종률과 안전하다는 정보, 이상 반응에 대한 보도 사이의 괴리가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브리핑 역시 숫자의 의미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집계한 숫자를 관행적으로 전하는 형태다 보니, 생기는 현상입니다.


■ "코로나19는 '통제 가능한 (under control) 범위'에 있다"고 믿나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가 더이상 국가와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치명률이 일상적인 계절성 독감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는 일관성 있는 증거, 코로나19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 대형참사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유의미하게 낮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사회 구성원들이 코로나 19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통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나 자신 뿐 아니고 내 가족, 내가 속한 지역사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낮아지고 방역, 치료, 예방접종 등의 대응 시스템이 과학적 기준을 갖췄다는 믿음, 정보가 국민에게 투명하게 적용된다는 신뢰도가 높아야 합니다.

낮은 인식, 시스템이 과학적이라는 믿음, 정보의 투명성. 위드 코로나의 조건입니다.

■ '긴급·비정상' 관념 벗어나야 진짜 '위드 코로나'

지금 우리 사회는 '재난 상황, 긴급한 위험'과 '일상이 아닌 비정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오전 11시,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오후 2시 10분에 브리핑을 합니다.확진자 규모와 백신 접종률을 매일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속보로 전합니다.

모든 정보와 소통의 중심이 방역 당국, 즉 중앙정부로 집중됩니다. 언론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해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잘못 전하면 피해가 발생합니다. 각 지자체를 취합해 나오는 각종 통계, 질병청에서 수집하는 국내 바이러스의 동향 등의 정보는 정부가 모두 붙잡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정부는 강력한 대처를 주문합니다. 전형적인 위기 상황의 소통법이라고 유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벗어나야 진짜 '위드 코로나'가 된다고 했습니다.

"확진자 수가 더이상 속보로 나오지 않고, 1일 확진자 규모 중심의 정부 브리핑을 대폭 축소하고, 언론도 코로나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면 대부분 다 기사화하는 '코로나 이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유 교수는 제언했습니다.

인식 뿐 아니라 당연히 방역 대응 체계도 바꿔야 합니다. '바이러스와 함께'. 뜻 그대로 '함께(with)'라면 바이러스의 박멸, 팬데믹의 종식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유 교수는 "비용 효과성이 낮은 정책 의존도를 줄이고 고효율 감염차단 정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사회의 이동과 운영을 제한하는 강력한 거리 두기는 비용 효과성이 낮고, 대신 밀접 접촉자의 조기 격리 같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백신 접종으로 개인의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 어차피 '위드 코로나', 회복 탄력성 키워야

전문가들은 이런저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지만, 시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계속 갇혀 살 수도, 어렵기만 한 생계를 조금 더 버티라고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2년, 우리 사회가 처음 겪은 팬데믹의 교훈이 앞으로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 수 있을까요?

유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서 사회과 안전과 회복에 더 탄력적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감염에 취약한 것이 '신체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주지와 직장, 직업 등 사회적 요소들의 영향을 얘기한다는 것을.

지난해 집단감염의 주요 장소 중 한 곳은 '콜센터' 였습니다. 상담원들은 마스크도 끼고 손도 열심히 씻었지만, 다닥다닥 붙어앉아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근무 환경은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사회적 요소'였습니다.

노인, 장애인 거주 시설, 고립된 빈곤 가정은 때때로 방역과 보호의 사각지대로 남았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되어도 제2, 제3의 코로나, 혹은 '다시 코로나'가 됐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된 것들을 소개합니다.

▶ 빠른 거리두기 전환 가능하도록 사회적 계약 증대 (재택근무 여건, 상병수당 도입 등)
▶ 감염에 대한 탈-낙인 노력 (초기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 등)
▶ 감염 취약층 및 피해집단 지원·보상을 사전에 또는 현실적인 수준에서 마련
▶ 이동, 집합, 접촉의 정보가 신속히 수집, 활용되도록 정보·통신 기술 결합
▶ 의료진 영웅 서사 탈피, 국가적 공중보건 위기 대응 정책 마련 (근무지 안전·인력·조직의 보호 정책)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겪은 것처럼 우리는 이제 '위드 코로나'를 처음 경험해야 합니다. 갈피를 못 잡는 정책 방향, 정부 집중적인 정보를 이리저리 엮어 전하는 언론, 모두 달라져야 합니다.

팬데믹 경험이 위드 코로나의 성공적인 정착, 언제 찾아올지 모를 '또 다른 팬데믹'의 튼튼한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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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버려야 ‘위드 코로나’…“회복 탄력성 키워야”
    • 입력 2021-09-23 07:00:10
    • 수정2021-09-30 15:44:34
    취재K

■ '위드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일까

확진자 2천 명을 처음 넘어서던 날, 언론에선 코로나 소식을 뉴스 1순위로 올리며 우려를 나타냈고, 방역 당국은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네 자릿수 확진자가 계속되며 대규모 유행에 익숙해졌고, 더불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사회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얘기합니다.

방역 당국은 10월 말을 목표로 '위드 코로나' 전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TF가 꾸려지는 등 준비가 한창입니다. '위드 코로나',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 "한국 사회 안전하지 않다" 65%…'위드 코로나'는 찬성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통제 가능하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을 구성해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통제가 어렵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4차 유행 이후 그래프가 가파르게 위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은 큽니다. '위드 코로나'에는 찬성합니다.


'위드 코로나'는 찬성하지만 확진자 규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규모와 낮아지는 치사율, 백신 접종률과 안전하다는 정보, 이상 반응에 대한 보도 사이의 괴리가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브리핑 역시 숫자의 의미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집계한 숫자를 관행적으로 전하는 형태다 보니, 생기는 현상입니다.


■ "코로나19는 '통제 가능한 (under control) 범위'에 있다"고 믿나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가 더이상 국가와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치명률이 일상적인 계절성 독감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는 일관성 있는 증거, 코로나19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 대형참사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유의미하게 낮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사회 구성원들이 코로나 19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통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나 자신 뿐 아니고 내 가족, 내가 속한 지역사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낮아지고 방역, 치료, 예방접종 등의 대응 시스템이 과학적 기준을 갖췄다는 믿음, 정보가 국민에게 투명하게 적용된다는 신뢰도가 높아야 합니다.

낮은 인식, 시스템이 과학적이라는 믿음, 정보의 투명성. 위드 코로나의 조건입니다.

■ '긴급·비정상' 관념 벗어나야 진짜 '위드 코로나'

지금 우리 사회는 '재난 상황, 긴급한 위험'과 '일상이 아닌 비정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오전 11시,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오후 2시 10분에 브리핑을 합니다.확진자 규모와 백신 접종률을 매일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속보로 전합니다.

모든 정보와 소통의 중심이 방역 당국, 즉 중앙정부로 집중됩니다. 언론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해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잘못 전하면 피해가 발생합니다. 각 지자체를 취합해 나오는 각종 통계, 질병청에서 수집하는 국내 바이러스의 동향 등의 정보는 정부가 모두 붙잡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정부는 강력한 대처를 주문합니다. 전형적인 위기 상황의 소통법이라고 유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벗어나야 진짜 '위드 코로나'가 된다고 했습니다.

"확진자 수가 더이상 속보로 나오지 않고, 1일 확진자 규모 중심의 정부 브리핑을 대폭 축소하고, 언론도 코로나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면 대부분 다 기사화하는 '코로나 이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유 교수는 제언했습니다.

인식 뿐 아니라 당연히 방역 대응 체계도 바꿔야 합니다. '바이러스와 함께'. 뜻 그대로 '함께(with)'라면 바이러스의 박멸, 팬데믹의 종식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유 교수는 "비용 효과성이 낮은 정책 의존도를 줄이고 고효율 감염차단 정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사회의 이동과 운영을 제한하는 강력한 거리 두기는 비용 효과성이 낮고, 대신 밀접 접촉자의 조기 격리 같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백신 접종으로 개인의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 어차피 '위드 코로나', 회복 탄력성 키워야

전문가들은 이런저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지만, 시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계속 갇혀 살 수도, 어렵기만 한 생계를 조금 더 버티라고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2년, 우리 사회가 처음 겪은 팬데믹의 교훈이 앞으로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 수 있을까요?

유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에서 사회과 안전과 회복에 더 탄력적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감염에 취약한 것이 '신체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주지와 직장, 직업 등 사회적 요소들의 영향을 얘기한다는 것을.

지난해 집단감염의 주요 장소 중 한 곳은 '콜센터' 였습니다. 상담원들은 마스크도 끼고 손도 열심히 씻었지만, 다닥다닥 붙어앉아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근무 환경은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사회적 요소'였습니다.

노인, 장애인 거주 시설, 고립된 빈곤 가정은 때때로 방역과 보호의 사각지대로 남았습니다.

'위드 코로나'가 되어도 제2, 제3의 코로나, 혹은 '다시 코로나'가 됐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된 것들을 소개합니다.

▶ 빠른 거리두기 전환 가능하도록 사회적 계약 증대 (재택근무 여건, 상병수당 도입 등)
▶ 감염에 대한 탈-낙인 노력 (초기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 등)
▶ 감염 취약층 및 피해집단 지원·보상을 사전에 또는 현실적인 수준에서 마련
▶ 이동, 집합, 접촉의 정보가 신속히 수집, 활용되도록 정보·통신 기술 결합
▶ 의료진 영웅 서사 탈피, 국가적 공중보건 위기 대응 정책 마련 (근무지 안전·인력·조직의 보호 정책)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겪은 것처럼 우리는 이제 '위드 코로나'를 처음 경험해야 합니다. 갈피를 못 잡는 정책 방향, 정부 집중적인 정보를 이리저리 엮어 전하는 언론, 모두 달라져야 합니다.

팬데믹 경험이 위드 코로나의 성공적인 정착, 언제 찾아올지 모를 '또 다른 팬데믹'의 튼튼한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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