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호남 투표율 최저치, 그러면 유리한 후보는?

입력 2021.09.24 (15:35)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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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민주당 본산' 호남권의 순회 연설회와 함께 이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개표 결과도 나옵니다. 전체 권리당원 1/3 가량의 표심이 이번 주 공개됩니다.

그런데 최대 승부처로 평가받는 호남권 투표율이 높지 않습니다.

각각 이틀간의 온라인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광주·전남 권리당원 투표율은 40%, 전북은 35%에 불과합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은 대구·경북(63%), 강원(44%)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 정세균 하차·추석 연휴…낮은 호남 투표율

호남 투표율이 낮은 이유엔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첫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권리당원 숫자가 굉장히 많다"며, "숫자가 적을 때보다는 당연히 투표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민주당 내 경선에서 호남권 투표율은 항상 낮았습니다. 18대 대선 경선 때는 광주·전남 50%, 전북 45%로 인천을 제외하곤 꼴찌였고, 탄핵 정국으로 전반적인 투표율이 높았던 19대 대선 경선 때 역시, 호남권 투표율은 재외국민 투표율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고용진 대변인은 또 추석 연휴가 겹쳐 투표를 독려가 어려웠다는 점도 이유로 꼽으며, 현재 진행 중인 ARS 투표까지 포함하면, 투표율이 50%는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선 당원으로 등록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종이당원'이 호남 지역에 많다는 분석도 내놓았는데,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이당원은 과거에나 있었던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전북이 고향인 정세균 후보가 중도 포기하면서 정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대세론 재확인? 역전 발판?… "호남이 결정"

민주당과 후보들이 호남 경선에 의미를 크게 두는 이유는 단순히 표가 많아서는 아닙니다. 호남이 갖는 의미가 어느 지역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백제 발언'을 '지역감정'이라고 해석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취한 것도, 이낙연 후보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호남 경선을 앞둔 시점에 광주에 가서 발표한 것도 민주당에서 호남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광주 무등산 전경.광주 무등산 전경.

호남은 '되는 후보 뽑는다'는 전략 투표 성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호남에서 1등 한 후보가 결국 본선으로 진출했던 경험칙이 있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노무현 돌풍'은 2002년 노무현 후보가 호남에서 1위를 하며 본격화됐고, 2017년 문재인 후보도 호남에서 60%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대세론'을 확고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대선 경선 후보들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최근 '대장동 사태' 이후 첫 평가를 앞둔 1등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은 곳이고,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혀 온 2등 이낙연 후보에겐 역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투표율 50% → 이재명 19% 득표로 과반 유지

그러다 보니 낮은 투표율에 대한 해석에서조차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이낙연 캠프에선 '대장동 의혹'을 며칠이라도 더 지켜보고자 하는 표심이 존재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 캠프 김병욱 의원은 "당을 지탱해 준 권리당원들도 네거티브가 점철되는 당내 경선과정에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가지 않느냐는 경각심을 후보들과 당에 투표율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기본적으로 '추격자' 이낙연 후보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의 누적 득표수는 이재명 후보 28만여 표, 이낙연 후보 17만여 표입니다. 이낙연 후보 입장에서는 호남경선에서 단박에 10만 표 격차를 따라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누적 득표에서 이재명 후보의 과반을 무너뜨리고, 최종적으로 결선 투표로 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광주·전남 투표율이 50%라면, 이재명 후보가 19.13%만 득표해도 누적 과반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투표율이 60%일 땐 24.28%가, 투표율이 70%까지 오르면, 27.95%는 득표해야 과반을 유지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낙연 후보 입장에서는 높은 참여율과 높은 득표율을 모두 충족해야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민주당 지역순회 현장투표소.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 투표소가 온라인·ARS로 전환됐습니다.민주당 지역순회 현장투표소.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 투표소가 온라인·ARS로 전환됐습니다.

■ 이재명 측 "압도적 지지 확신", 이낙연 "전화 놓치지 말아달라"

이 때문에 이낙연 캠프에서는 마지막까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온라인 투표는 끝났지만, 아직 ARS 투표가 남아 있는 만큼, 이낙연 후보는 직접 본인의 SNS에 "전화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고 요청하면서, "아직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호남은 역사의 고비마다 책임 있는 역할을 다했다"며 호남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이재명 캠프 측도 "호남이 이재명을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을 확신한다. 정권 재창출의 핵심인 본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선택할 것"이라며, "호남이 나서면 정치공작이 설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인포그래픽: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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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호남 투표율 최저치, 그러면 유리한 후보는?
    • 입력 2021-09-24 15:35:44
    • 수정2021-11-26 10:37:26
    여심야심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민주당 본산' 호남권의 순회 연설회와 함께 이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개표 결과도 나옵니다. 전체 권리당원 1/3 가량의 표심이 이번 주 공개됩니다.

그런데 최대 승부처로 평가받는 호남권 투표율이 높지 않습니다.

각각 이틀간의 온라인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광주·전남 권리당원 투표율은 40%, 전북은 35%에 불과합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은 대구·경북(63%), 강원(44%)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 정세균 하차·추석 연휴…낮은 호남 투표율

호남 투표율이 낮은 이유엔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첫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권리당원 숫자가 굉장히 많다"며, "숫자가 적을 때보다는 당연히 투표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민주당 내 경선에서 호남권 투표율은 항상 낮았습니다. 18대 대선 경선 때는 광주·전남 50%, 전북 45%로 인천을 제외하곤 꼴찌였고, 탄핵 정국으로 전반적인 투표율이 높았던 19대 대선 경선 때 역시, 호남권 투표율은 재외국민 투표율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고용진 대변인은 또 추석 연휴가 겹쳐 투표를 독려가 어려웠다는 점도 이유로 꼽으며, 현재 진행 중인 ARS 투표까지 포함하면, 투표율이 50%는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선 당원으로 등록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종이당원'이 호남 지역에 많다는 분석도 내놓았는데,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이당원은 과거에나 있었던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또 전북이 고향인 정세균 후보가 중도 포기하면서 정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대세론 재확인? 역전 발판?… "호남이 결정"

민주당과 후보들이 호남 경선에 의미를 크게 두는 이유는 단순히 표가 많아서는 아닙니다. 호남이 갖는 의미가 어느 지역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백제 발언'을 '지역감정'이라고 해석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취한 것도, 이낙연 후보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호남 경선을 앞둔 시점에 광주에 가서 발표한 것도 민주당에서 호남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광주 무등산 전경.
호남은 '되는 후보 뽑는다'는 전략 투표 성향이 강하고, 이에 따라 호남에서 1등 한 후보가 결국 본선으로 진출했던 경험칙이 있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노무현 돌풍'은 2002년 노무현 후보가 호남에서 1위를 하며 본격화됐고, 2017년 문재인 후보도 호남에서 60%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대세론'을 확고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대선 경선 후보들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최근 '대장동 사태' 이후 첫 평가를 앞둔 1등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은 곳이고,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혀 온 2등 이낙연 후보에겐 역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투표율 50% → 이재명 19% 득표로 과반 유지

그러다 보니 낮은 투표율에 대한 해석에서조차 신경전이 팽팽합니다.

이낙연 캠프에선 '대장동 의혹'을 며칠이라도 더 지켜보고자 하는 표심이 존재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 캠프 김병욱 의원은 "당을 지탱해 준 권리당원들도 네거티브가 점철되는 당내 경선과정에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가지 않느냐는 경각심을 후보들과 당에 투표율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기본적으로 '추격자' 이낙연 후보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의 누적 득표수는 이재명 후보 28만여 표, 이낙연 후보 17만여 표입니다. 이낙연 후보 입장에서는 호남경선에서 단박에 10만 표 격차를 따라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누적 득표에서 이재명 후보의 과반을 무너뜨리고, 최종적으로 결선 투표로 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광주·전남 투표율이 50%라면, 이재명 후보가 19.13%만 득표해도 누적 과반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투표율이 60%일 땐 24.28%가, 투표율이 70%까지 오르면, 27.95%는 득표해야 과반을 유지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낙연 후보 입장에서는 높은 참여율과 높은 득표율을 모두 충족해야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민주당 지역순회 현장투표소.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 투표소가 온라인·ARS로 전환됐습니다.
■ 이재명 측 "압도적 지지 확신", 이낙연 "전화 놓치지 말아달라"

이 때문에 이낙연 캠프에서는 마지막까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온라인 투표는 끝났지만, 아직 ARS 투표가 남아 있는 만큼, 이낙연 후보는 직접 본인의 SNS에 "전화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고 요청하면서, "아직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호남은 역사의 고비마다 책임 있는 역할을 다했다"며 호남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이재명 캠프 측도 "호남이 이재명을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을 확신한다. 정권 재창출의 핵심인 본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선택할 것"이라며, "호남이 나서면 정치공작이 설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인포그래픽: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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