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한일 과거사, 대화로 다룰 수 있어…오커스, 지역안정에 기여하길”

입력 2021.09.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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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에서 1시간 동안 활발한 대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대담은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초청으로 성사됐고, CNN의 시사프로그램 GPS를 10년 넘게 진행해 온 파리드 자카리아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당초 언론에는 정 장관의 중국 관련 발언 등이 부분적으로만 보도됐는데요. 대담 전문과 영상이 어제(24일) 미국 외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됐습니다. 대담의 주요 내용을 살펴봅니다.

■ "오커스(AUKUS),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한국도 큰 관심"

대담은 최근 미국이 영국, 호주와 만든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번 협의에 따라 미국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정의용 장관은 "솔직히 말하자면 (오커스 결정은) 우리에겐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오커스 결성이 발표되기 직전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 서울에서 회담을 가진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페인 장관은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는데,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우 중요한 안보 이슈"가 있다며 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정 장관은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았고, 그때 페인 장관으로부터 오커스 결성에 대한 설명을 공식 발표 전에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놀라웠지만 우리는 호주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즉각 답했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최종건 1차관에게 전화해 먼저 관련 정보를 알렸다면서, 사전에 고지를 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어 "이번 결정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 지역의 상황을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자는 정 장관이 "매우 미묘하고 외교적으로"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오커스에 대해 대항조치를 취하면서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정 장관은 "그것을 불안정화 요소로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그 계획에 대해 매우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 나라 사이의 새로운 안보 협의(arrangement)에 한국은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중국이 더 공세적으로 되고 있냐 질문에…"그건 당연하다고 생각"

미·중 갈등 이슈도 다뤄졌습니다.

사회자가 중국 블록과 비중국 블록―한국, 호주, 일본, 미국―으로 아시아가 양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생각을 묻자, 정 장관은 "그건 냉전 시대의 사고 방식"이라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언급하며, 두 나라 모두 한국에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이후 국내 일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중국의 공세적 태도'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영어 원문은 https://www.cfr.org/event/conversation-foreign-minister-chung-eui-yong-republic-korea에서 확인 가능)

(질문)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공세적이 되고 있다고 느끼나요?
(답변) 글쎄요, 나는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I think it is natural).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고, 그래서 중국은 그들이 가진 것을 외교 정책에 반영하기를 원하는데, 그저 당연한 거죠. 그것을 우리가 공세적이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기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듣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자는 정 장관의 답변이 호주의 평가와는 상당히 달라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 장관은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상황에 대해, 중국이 자국을 외부 세계에 투영하고자 하는 방식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이런 우려들을 전달하는 나름의 소통 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과 관련된 거라면 이건 우리가 반드시 해야하는 그런 선택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日, 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과거사 문제, 대화로 다뤄질 수 있어"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크리스티나 L.데이비스 하버드대 교수는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긍정적이냐는 물음이었는데요.

정 장관은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불행하게도 과거사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양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있다. 식민지 시기 동안의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 문제를 포함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부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그런 과거사 문제들이 양국 당국의 대화를 통해 다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특히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부과를 언급하며 "우리는 (수출 규제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아니다, 단순히 기술적 문제다'라고만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이 가하고자 했던 어려움들을 극복해 왔지만 규제가 여전하다며, 이 문제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절차까지 가지 않고 곧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는 "가깝고 활발히 교역하는 두 나라, 두 가까운 이웃이 정치적 이견들 때문에 그 어떤 양자무역 협정도 맺고 있지 않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곧 가입하기를 희망하지만, 일본이 여기에 한국을 들이는 걸 꺼려한다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편 일본은 한중일 3국 무역 협상에는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 흥미롭다"며 상황이 복잡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021년 5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났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021년 5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났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 "누구도 아프간 사태로 미국 비난해선 안돼…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탓"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OIR) 대변인을 지낸 마일스 캐긴스 대령은, 한국의 아프간인 구출 작전을 잘 알고 있다며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최근 아프간인들을 수용한 것을 언급하며, 난민들을 향한 접근에 있어 한국이 미국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교훈이 있냐고 했는데요.

정 장관은 대다수 국민이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따뜻하게 환영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옳은 결정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구출 작전에서 미국의 도움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거 한국 정부에 고용돼 일했지만 (이번 구출 작전 때) 아프간을 떠날 준비가 안돼 있었던 일부 사람들이 아직 아프간 현지에 남아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데리고 나올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카불에 들어선 새 정권이 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 주길 바라며,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국내적인 우려들 때문에 우리는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프간 사태를 보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해 우려하지는 않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그런 가능성에 대해 그 어떤 한국인도 염려하거나 걱정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단언했습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정 장관은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는)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의 문제였다. 무능하고 부패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미국 국내에서는 물론 여러 서방국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미군 철수 과정을 비난하고 있지만, 정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의 엉망인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미국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협상 응하면 얻을 것 있다' 보여줘야…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 검토 필요"

대담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역시 북핵 문제였습니다. 먼저 최근 북한의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정 장관은 "도발은 맞지만, 장거리나 중거리 미사일처럼 심각한 활동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과 군비 확장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며, 북한에 관여함으로써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이 이슈(북한의 군사적 활동)는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는 수 년 동안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거나 위기가 터지면 그때 우리는 허둥지둥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찾거나 위기를 막을 방안을 세우고, 그리고선 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더 일관된 방식으로 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런 노력이 완전히 허사가 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대북대화 재개 방안에 대한 구상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우리와 마주 앉으면, 협상장에 돌아온다면 구체적으로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만일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거둬들이면 된다며, 그런 방식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예로는 대북제재 완화를 들었습니다. 정 장관은 "미국은 제재 완화와 해제에 잘 준비돼 있지 않지만, 이젠 그것을 검토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4년 가까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등 심각한 도발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덜 민감한 분야에서 대북 협력을 시작해, 종전선언 발표와 같은 신뢰 구축 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s)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전선언 발표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비핵화와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 분위기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외교당국은 대북 협상의 중간단계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에 계속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한미 북핵수석 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의미있는 신뢰 구축 조치들을 탐색하는 데 열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짧게 다뤄졌는데요.

정 장관은 "중국은 관련국 중 우리의 종전선언 발표 제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해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완화한다는 우리의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며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다음달(10월) 중순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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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 “한일 과거사, 대화로 다룰 수 있어…오커스, 지역안정에 기여하길”
    • 입력 2021-09-25 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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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에서 1시간 동안 활발한 대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대담은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초청으로 성사됐고, CNN의 시사프로그램 GPS를 10년 넘게 진행해 온 파리드 자카리아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당초 언론에는 정 장관의 중국 관련 발언 등이 부분적으로만 보도됐는데요. 대담 전문과 영상이 어제(24일) 미국 외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됐습니다. 대담의 주요 내용을 살펴봅니다.

■ "오커스(AUKUS),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한국도 큰 관심"

대담은 최근 미국이 영국, 호주와 만든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번 협의에 따라 미국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정의용 장관은 "솔직히 말하자면 (오커스 결정은) 우리에겐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오커스 결성이 발표되기 직전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과 서울에서 회담을 가진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페인 장관은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는데,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우 중요한 안보 이슈"가 있다며 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정 장관은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았고, 그때 페인 장관으로부터 오커스 결성에 대한 설명을 공식 발표 전에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놀라웠지만 우리는 호주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즉각 답했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최종건 1차관에게 전화해 먼저 관련 정보를 알렸다면서, 사전에 고지를 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어 "이번 결정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 지역의 상황을 방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회자는 정 장관이 "매우 미묘하고 외교적으로"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오커스에 대해 대항조치를 취하면서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정 장관은 "그것을 불안정화 요소로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그 계획에 대해 매우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 나라 사이의 새로운 안보 협의(arrangement)에 한국은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중국이 더 공세적으로 되고 있냐 질문에…"그건 당연하다고 생각"

미·중 갈등 이슈도 다뤄졌습니다.

사회자가 중국 블록과 비중국 블록―한국, 호주, 일본, 미국―으로 아시아가 양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생각을 묻자, 정 장관은 "그건 냉전 시대의 사고 방식"이라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중국과의 교역 규모를 언급하며, 두 나라 모두 한국에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이후 국내 일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중국의 공세적 태도'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영어 원문은 https://www.cfr.org/event/conversation-foreign-minister-chung-eui-yong-republic-korea에서 확인 가능)

(질문)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공세적이 되고 있다고 느끼나요?
(답변) 글쎄요, 나는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I think it is natural). 중국은 경제적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고, 그래서 중국은 그들이 가진 것을 외교 정책에 반영하기를 원하는데, 그저 당연한 거죠. 그것을 우리가 공세적이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기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듣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자는 정 장관의 답변이 호주의 평가와는 상당히 달라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 장관은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상황에 대해, 중국이 자국을 외부 세계에 투영하고자 하는 방식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에 이런 우려들을 전달하는 나름의 소통 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과 관련된 거라면 이건 우리가 반드시 해야하는 그런 선택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日, 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과거사 문제, 대화로 다뤄질 수 있어"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크리스티나 L.데이비스 하버드대 교수는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긍정적이냐는 물음이었는데요.

정 장관은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불행하게도 과거사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양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있다. 식민지 시기 동안의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 문제를 포함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부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그런 과거사 문제들이 양국 당국의 대화를 통해 다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특히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부과를 언급하며 "우리는 (수출 규제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아니다, 단순히 기술적 문제다'라고만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이 가하고자 했던 어려움들을 극복해 왔지만 규제가 여전하다며, 이 문제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절차까지 가지 않고 곧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는 "가깝고 활발히 교역하는 두 나라, 두 가까운 이웃이 정치적 이견들 때문에 그 어떤 양자무역 협정도 맺고 있지 않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한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곧 가입하기를 희망하지만, 일본이 여기에 한국을 들이는 걸 꺼려한다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편 일본은 한중일 3국 무역 협상에는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 흥미롭다"며 상황이 복잡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2021년 5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났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 "누구도 아프간 사태로 미국 비난해선 안돼…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탓"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OIR) 대변인을 지낸 마일스 캐긴스 대령은, 한국의 아프간인 구출 작전을 잘 알고 있다며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최근 아프간인들을 수용한 것을 언급하며, 난민들을 향한 접근에 있어 한국이 미국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교훈이 있냐고 했는데요.

정 장관은 대다수 국민이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따뜻하게 환영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옳은 결정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구출 작전에서 미국의 도움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거 한국 정부에 고용돼 일했지만 (이번 구출 작전 때) 아프간을 떠날 준비가 안돼 있었던 일부 사람들이 아직 아프간 현지에 남아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데리고 나올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카불에 들어선 새 정권이 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 주길 바라며,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국내적인 우려들 때문에 우리는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프간 사태를 보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해 우려하지는 않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그런 가능성에 대해 그 어떤 한국인도 염려하거나 걱정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단언했습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정 장관은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는)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의 문제였다. 무능하고 부패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은 아프간 정부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미국 국내에서는 물론 여러 서방국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미군 철수 과정을 비난하고 있지만, 정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의 엉망인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미국을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외교협회 주최 대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홈페이지 캡처)
■ "'협상 응하면 얻을 것 있다' 보여줘야…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 검토 필요"

대담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역시 북핵 문제였습니다. 먼저 최근 북한의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정 장관은 "도발은 맞지만, 장거리나 중거리 미사일처럼 심각한 활동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과 군비 확장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며, 북한에 관여함으로써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이 이슈(북한의 군사적 활동)는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는 수 년 동안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거나 위기가 터지면 그때 우리는 허둥지둥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찾거나 위기를 막을 방안을 세우고, 그리고선 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더 일관된 방식으로 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런 노력이 완전히 허사가 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대북대화 재개 방안에 대한 구상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정 장관은 "우리와 마주 앉으면, 협상장에 돌아온다면 구체적으로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만일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거둬들이면 된다며, 그런 방식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예로는 대북제재 완화를 들었습니다. 정 장관은 "미국은 제재 완화와 해제에 잘 준비돼 있지 않지만, 이젠 그것을 검토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4년 가까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등 심각한 도발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정 장관은 또 인도주의적 지원과 같은 덜 민감한 분야에서 대북 협력을 시작해, 종전선언 발표와 같은 신뢰 구축 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s)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전선언 발표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비핵화와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 분위기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외교당국은 대북 협상의 중간단계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에 계속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한미 북핵수석 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의미있는 신뢰 구축 조치들을 탐색하는 데 열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짧게 다뤄졌는데요.

정 장관은 "중국은 관련국 중 우리의 종전선언 발표 제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해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완화한다는 우리의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며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습니다.

정 장관은 다음달(10월) 중순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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