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나이 나훈아는 왜 5·18 노래 ‘엄니’를 불렀나?

입력 2021.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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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인터뷰 사진

■ '5.18 헌사' 바쳐온 김상봉 교수 "내년 5.18 기념식 때 나훈아 노래 부르자"

김상봉 교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나눠줄 수 있다"며, 클래식 음악으로 스스로를 충만하게 채운다. 나이 들어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내년 5.18 42주년 기념식 때 가수 나훈아의 트로트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테스형'도 모른다면서, 왜 나훈아 노래를 부르자는 걸까?

5.18 41주년 기념식을 앞둔 5월 어느 날, 김상봉 교수는 "방송국에서 왜 나훈아를 다루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훈아가 5.18 관련 노래를 만들었다는 건 그때 알았다. 그것도 엄혹한 5공 시절에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김상봉 교수는 5.18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평한다. 응답은 반드시 다른 응답을 불러온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훈아의 노래는 5.18의 보편성을 확인해주는 '또 다른 응답'이다.

■ 나훈아 "광주 달래는 노래 만들었지만, 정부 기관 방해로 뜻 이루지 못했다"

나훈아 씨는 지난해(2020년) '아홉 이야기'라는 앨범을 냈다. 그 안에 '엄니'라는 곡이 있다. 나훈아 씨는 먼저 숨져간 광주 젊은이들의 죽음을 그냥 두고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밝혔다. 1987년에 만들었다는 노래를 33년이 지나서야 정식 앨범에 실은 것이다. 그는 당시 만든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 2천 개에 담아 광주MBC에 전달했지만 "정보기관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썼다.

수소문 끝에 당시 테이프를 받았다는 퇴직한 소수옥 PD와 연락이 닿았다. 나훈아씨가 5.18 관련 노래를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보겠다고 했고, 이후 노래를 담은 카세트 50개를 받아 방송을 몇 번 했는데, 외부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소수옥씨는 나훈아씨가 광주에 올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5.18 묘역 참배를 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나훈아 앨범 ‘아홉 이야기’에 직접 쓴 ‘엄니’ 제작 사연나훈아 앨범 ‘아홉 이야기’에 직접 쓴 ‘엄니’ 제작 사연

5.18 때 죽은 희생자가 어머니를 위로하는 내용의 가사는 전라도 사투리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부산시 동구 초량2동 415번지'에서 태어났다는 부산 사나이, 나훈아는 어쩌다 5.18을 노래했을까? 나훈아씨 인터뷰를 위해 기획사에 연락했지만, 응답이 오지 않았다.

김상봉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나훈아씨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에 개입하거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시는 분이 아닌데, 유독 예외적으로 광주 5.18의 역사에 대해서만 이런 노래를 쓰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또 새로운 앨범에 수록을 하고 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이유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 편견이 없이 사물을 보는 사람,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누구에게라도 5.18은 슬픔과 분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역사다."

노래 ‘엄니’ 앨범 사진 속 나훈아노래 ‘엄니’ 앨범 사진 속 나훈아

■ 김상봉 "나훈아 노래 '엄니'... 5.18 상징하는 또 다른 노래로 불려지길"

김상봉 교수는 "많은 분들이 아실 법한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이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나훈아 씨가 이 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별개로 광주의 5.18을 상징하는 또 다른 노래의 하나로 같이 불려지기를 바랍니다. 내년 5.18 기념식 때는 이 노래가 우리들 사이에서 같이 불려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나훈아의 엄니는 내년 5.18 기념행사 때 불려질 수 있을까?

[엄니 듣기][100초 다큐] 광주와 노래-나훈아 ‘엄니’
https://youtu.be/7yV6E5pR6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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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사나이 나훈아는 왜 5·18 노래 ‘엄니’를 불렀나?
    • 입력 2021-09-25 08:00:09
    취재K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인터뷰 사진
■ '5.18 헌사' 바쳐온 김상봉 교수 "내년 5.18 기념식 때 나훈아 노래 부르자"

김상봉 교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나눠줄 수 있다"며, 클래식 음악으로 스스로를 충만하게 채운다. 나이 들어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내년 5.18 42주년 기념식 때 가수 나훈아의 트로트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테스형'도 모른다면서, 왜 나훈아 노래를 부르자는 걸까?

5.18 41주년 기념식을 앞둔 5월 어느 날, 김상봉 교수는 "방송국에서 왜 나훈아를 다루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훈아가 5.18 관련 노래를 만들었다는 건 그때 알았다. 그것도 엄혹한 5공 시절에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김상봉 교수는 5.18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평한다. 응답은 반드시 다른 응답을 불러온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훈아의 노래는 5.18의 보편성을 확인해주는 '또 다른 응답'이다.

■ 나훈아 "광주 달래는 노래 만들었지만, 정부 기관 방해로 뜻 이루지 못했다"

나훈아 씨는 지난해(2020년) '아홉 이야기'라는 앨범을 냈다. 그 안에 '엄니'라는 곡이 있다. 나훈아 씨는 먼저 숨져간 광주 젊은이들의 죽음을 그냥 두고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밝혔다. 1987년에 만들었다는 노래를 33년이 지나서야 정식 앨범에 실은 것이다. 그는 당시 만든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 2천 개에 담아 광주MBC에 전달했지만 "정보기관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썼다.

수소문 끝에 당시 테이프를 받았다는 퇴직한 소수옥 PD와 연락이 닿았다. 나훈아씨가 5.18 관련 노래를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보겠다고 했고, 이후 노래를 담은 카세트 50개를 받아 방송을 몇 번 했는데, 외부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소수옥씨는 나훈아씨가 광주에 올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5.18 묘역 참배를 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나훈아 앨범 ‘아홉 이야기’에 직접 쓴 ‘엄니’ 제작 사연
5.18 때 죽은 희생자가 어머니를 위로하는 내용의 가사는 전라도 사투리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 나 여그 있는디 왜 운당가...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부산시 동구 초량2동 415번지'에서 태어났다는 부산 사나이, 나훈아는 어쩌다 5.18을 노래했을까? 나훈아씨 인터뷰를 위해 기획사에 연락했지만, 응답이 오지 않았다.

김상봉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나훈아씨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에 개입하거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시는 분이 아닌데, 유독 예외적으로 광주 5.18의 역사에 대해서만 이런 노래를 쓰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또 새로운 앨범에 수록을 하고 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이유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 편견이 없이 사물을 보는 사람,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누구에게라도 5.18은 슬픔과 분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역사다."

노래 ‘엄니’ 앨범 사진 속 나훈아
■ 김상봉 "나훈아 노래 '엄니'... 5.18 상징하는 또 다른 노래로 불려지길"

김상봉 교수는 "많은 분들이 아실 법한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이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나훈아 씨가 이 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별개로 광주의 5.18을 상징하는 또 다른 노래의 하나로 같이 불려지기를 바랍니다. 내년 5.18 기념식 때는 이 노래가 우리들 사이에서 같이 불려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나훈아의 엄니는 내년 5.18 기념행사 때 불려질 수 있을까?

[엄니 듣기][100초 다큐] 광주와 노래-나훈아 ‘엄니’
https://youtu.be/7yV6E5pR6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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