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미수범에 내린 인도 법원 명령…“마을 여성 2천 명 옷 빨래하라”

입력 2021.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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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업 종사하는 성폭행 미수범에 "6개월간 마을 여성 2천 명 옷 빨아라." 법원 명령

성폭행 미수 혐의의 남성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조건으로 인도 법원이 6개월간 마을 여성들의 옷을 빨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인도 비하르주 법원은 지난 22일 성폭행을 시도한 랄란 쿠마르(20살)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6개월간 같은 마을 여성 2천 명의 옷을 무료로 세탁하고 다림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물론 세탁과 다림질은 보석을 승인해주는 조건일 뿐,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입니다.

원래 세탁업에서 일하는 쿠마르는 이 명령에 따라 빨래 세제도 자비로 사야 하고 보석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마을 자치회장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마을 자치회장은 "마을의 모든 여성은 법원 결정에 만족한다"며 "역사적 결정인 이번 결정은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법원이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렇듯 인도에서는 지난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여전히 계속되는 실정입니다.

■ 지난 10일 뭄바이 성폭행·살인 사건에 들끓는 여론…2012년 뉴델리 사건처럼 버스에서 공격당해

지난 11일에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성폭행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숨졌는데, 34세인 이 여성은 전날 뭄바이 사키나카 지역의 한 미니 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지역 경찰은 이 여성이 주차된 버스 안에서 성폭행 당한 것으로 보이며 쇠막대 등으로 공격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CCTV 등을 확인해 용의자 1명을 체포했습니다. 피해자와 용의자 모두 노숙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이 2012년 뉴델리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대도시의 버스 안에서 쇠막대로 공격을 당했고 성폭행 후 후속 조치 없이 버려졌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는 것인데, 네티즌과 인권 운동가 등은 "범인들을 공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분노하고 있습니다.

들끓는 여론에 지역 당국도 긴급회의를 열고 성폭행 관련 범죄에 대한 신속 재판, 야간 치안과 범죄자 처벌 규정 강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최하층민 9세 여아 집단 강간·살해한 승려 등 4명 기소…'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시위

지난달(8월) 초에는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 9세 여아가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며칠째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강간·살인사건의 피의자는 50대 힌두교 승려 1명과 화장장 직원 3명 등 4명으로, 이들은 뉴델리 남서부 지역 화장장에서 물을 구하러 온 9세 여아를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무단으로 시신을 화장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건 당일 여아의 어머니를 불러 아이가 '감전사'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하면 의사가 부검 과정에서 장기를 몰래 꺼내 팔 것이라고 겁을 준 뒤 시신을 화장해버렸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백 명이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구속기소된 이들 4명에게는 형법뿐만 아니라 아동성범죄 보호법, 카스트 관련법 등이 적용돼 공소장만 400쪽 분량에 이르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도서 지난해 하루 평균 강간 77건 발생…'계급 간 차별' 내재된 폭력?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2만 8천46건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77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셈입니다.

2019년에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약 3만 2천 건이었고, 2018년에는 3천97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성폭행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모두 37만 1천503건이 보고됐습니다. 그나마 2019년 40만 5천326건보다 8.3%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런 여성 대상 범죄 가운데서는, 특히 9세 소녀 같은 '달리트'(불가촉천민) 여성을 겨냥한 상위 계급 남성들의 성폭행과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억 명으로 추산되는 인도의 달리트는 '접촉할 수 없는 천민'을 뜻하는, 힌두교의 계급 제도인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층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등 전통적인 분류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천대받는 대상들입니다.

인도는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는 여전히 학교나 성전에 들어갈 수 없고, 오물 수거처럼 다른 계층이 꺼리는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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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미수범에 내린 인도 법원 명령…“마을 여성 2천 명 옷 빨래하라”
    • 입력 2021-09-26 10:00:57
    취재K

■ 세탁업 종사하는 성폭행 미수범에 "6개월간 마을 여성 2천 명 옷 빨아라." 법원 명령

성폭행 미수 혐의의 남성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조건으로 인도 법원이 6개월간 마을 여성들의 옷을 빨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인도 비하르주 법원은 지난 22일 성폭행을 시도한 랄란 쿠마르(20살)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6개월간 같은 마을 여성 2천 명의 옷을 무료로 세탁하고 다림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물론 세탁과 다림질은 보석을 승인해주는 조건일 뿐,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입니다.

원래 세탁업에서 일하는 쿠마르는 이 명령에 따라 빨래 세제도 자비로 사야 하고 보석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마을 자치회장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마을 자치회장은 "마을의 모든 여성은 법원 결정에 만족한다"며 "역사적 결정인 이번 결정은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법원이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렇듯 인도에서는 지난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여전히 계속되는 실정입니다.

■ 지난 10일 뭄바이 성폭행·살인 사건에 들끓는 여론…2012년 뉴델리 사건처럼 버스에서 공격당해

지난 11일에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성폭행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숨졌는데, 34세인 이 여성은 전날 뭄바이 사키나카 지역의 한 미니 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지역 경찰은 이 여성이 주차된 버스 안에서 성폭행 당한 것으로 보이며 쇠막대 등으로 공격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CCTV 등을 확인해 용의자 1명을 체포했습니다. 피해자와 용의자 모두 노숙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이 2012년 뉴델리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대도시의 버스 안에서 쇠막대로 공격을 당했고 성폭행 후 후속 조치 없이 버려졌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는 것인데, 네티즌과 인권 운동가 등은 "범인들을 공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분노하고 있습니다.

들끓는 여론에 지역 당국도 긴급회의를 열고 성폭행 관련 범죄에 대한 신속 재판, 야간 치안과 범죄자 처벌 규정 강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최하층민 9세 여아 집단 강간·살해한 승려 등 4명 기소…'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시위

지난달(8월) 초에는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 9세 여아가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며칠째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강간·살인사건의 피의자는 50대 힌두교 승려 1명과 화장장 직원 3명 등 4명으로, 이들은 뉴델리 남서부 지역 화장장에서 물을 구하러 온 9세 여아를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무단으로 시신을 화장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건 당일 여아의 어머니를 불러 아이가 '감전사'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하면 의사가 부검 과정에서 장기를 몰래 꺼내 팔 것이라고 겁을 준 뒤 시신을 화장해버렸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백 명이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구속기소된 이들 4명에게는 형법뿐만 아니라 아동성범죄 보호법, 카스트 관련법 등이 적용돼 공소장만 400쪽 분량에 이르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도서 지난해 하루 평균 강간 77건 발생…'계급 간 차별' 내재된 폭력?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2만 8천46건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77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셈입니다.

2019년에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약 3만 2천 건이었고, 2018년에는 3천97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성폭행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모두 37만 1천503건이 보고됐습니다. 그나마 2019년 40만 5천326건보다 8.3%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런 여성 대상 범죄 가운데서는, 특히 9세 소녀 같은 '달리트'(불가촉천민) 여성을 겨냥한 상위 계급 남성들의 성폭행과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억 명으로 추산되는 인도의 달리트는 '접촉할 수 없는 천민'을 뜻하는, 힌두교의 계급 제도인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층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등 전통적인 분류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천대받는 대상들입니다.

인도는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는 여전히 학교나 성전에 들어갈 수 없고, 오물 수거처럼 다른 계층이 꺼리는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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